실물펀드 100조원 시대를 목전에 뒀다. 최근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와 더불어 인프라, 에너지, 원유, 금, 농산물, 항공기, 선박 등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가 증가하면서 실물펀드로 자금 유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다. 전통적인 주식형·채권형 펀드 수익률의 한계에 부딪힌 금융투자업계가 대체 투자처를 모색하면서 실물펀드가 새 먹거리로 부상한 것이다. 실물펀드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 한계와 리스크 요인도 점검해본다. [편집자]
저금리 저성장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요즘이다. 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인 실물펀드에 쏠리고 있다. 실제 수요로도 이어져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특별자산펀드 등 실물펀드 순자산은 94조8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9조2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펀드 순자산 462조4000억원의 20.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중 부동산펀드 순자산은 지난 2014년 말 29조7000억원에서 2015년 말 35조9000억원, 지난해 말 47조1000억원까지 증가하며 2년만에 58%나 확대됐다. 특별자산펀드 역시 2014년 말 31조원, 2015년 말 39조6000억원, 지난해 말 47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2년 새 53% 증가세를 보였다.
특별자산펀드는 기관투자자 위주의 사모펀드가 대부분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특별자산펀드에서 기관투자자 자금 비중은 97.3%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특별자산펀드의 성장과 함께 사모펀드 규모도 확대되면서 지난해 사모펀드 시장규모가 공모펀드 시장규모를 최초로 추월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249조7000억원으로, 공모펀드 설정액 219조6000억원보다 많았다.
◇ 부동산펀드, 실물투자부터 주식투자까지
이처럼 펀드 시장 구조를 뒤흔든 실물펀드의 중심에는 부동산펀드가 있다. 부동산 실물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의 경우 빌딩을 매입해 임대하고 임대료를 일정 기간 마다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용된다. 사모 형태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최근 공모 펀드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내놓은 3000억원 규모의 미국 부동산 공모펀드가 완판됐고, 하나자산운용이 서울 티마크그랜드 호텔 명동을 매입해 임대료를 분기마다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부동산 공모펀드를 출시한지 하루만에 600억원이 모두 팔리는 등 부동산 공모펀드가 성황을 이뤘다.
최근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공모한 '이지스코어오피스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117호'가 329억원 규모로 모집을 개시하자마자 판매가 완료됐다. 이 펀드는 삼성역에 위치한 바른빌딩을 매입해 법무법인 바른에 10년간 임대하고, 매 분기마다 배당금을 지급하는 공모형 부동산 펀드다. 이 외에도 이지스자산운용은 현재 13조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최근 4년간 연평균 6.5%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음달 대규모 해외 부동산펀드 공모도 예정되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내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호주 캔버라빌딩 공모에 나선다. 캔버라빌딩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수대금은 2600억~3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펀드 공모 규모는 1500억원 내외다. 캔버라빌딩은 호주 연방 정부와 장기 책임임대차 계약을 맺어 임대계약 기간이 8년 가량 남아 있고 추후 연장 가능성도 높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할 전망이다. 운용사 내에서 설정한 목표 수익률은 4~6% 수준이다.
이밖에 부동산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리츠재간접펀드들도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에도 용이하다. 국내외에 상장된 개별 리츠 종목이나 리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재간접형 펀드가 주를 이룬다.
◇ 실물인듯 실물아닌, 특별자산펀드
특별자산펀드는 펀드 자금의 50% 이상을 특별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별자산은 증권 및 부동산을 제외한 투자대상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항공기, 선박,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농산물 등 다양한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항공기금융 투자가 인기다. 항공기금융은 비행기를 구매·리스하고자 하는 항공사에 자금을 공급해 투자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항공여객 트래픽 상승으로 항공산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항공기 도입 대수도 늘어나고 있어 안정된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위기시 다른 자산에 비해 변동성이 낮아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인프라펀드에도 꾸준히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철도, 다리, 도로, 항만, 터널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 건설 후 통행료와 사용료 등을 배당하는 형식이다.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동시에 적자가 날 경우 정부가 일정 부분 보전해주기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최소 원금 이상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금·은·구리 등 기초금속, 원유, 농산물 등 원자재펀드도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분산투자처로서 각광받고 있다. 원유, 금, 농산물 등 개별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고,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는 현 시점에서는 다양한 원자재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도 안정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해외특별자산에 투자하는 '하나UBS암바토비니켈해외자원개발투자회사1'는 지난 21일 기준 최근 6개월 펀드수익률이 40%를 넘기도 했다. 또 '미래에셋TIGER구리실물특별자산상장지수(금속)', '삼성KODEX구리선물(H)특별자산상장지수(구리-파생)' 등 구리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25% 내외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자투자회사(인프라-재간접)C-A',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자(오일가스인프라-파생)(A)' 등 에너지에 투자하는 상품들도 11~14% 수준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다만 원자재펀드를 비롯한 특별자산펀드의 경우 실물 보다는 관련 지수나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완전한 실물펀드를 찾기는 어려웠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다양하게 실물투자를 하고 있지만, 합성스왑이나 선물로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실물은 보관비용이 높고 손상되거나 유실될 가능성이 높아 관리의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재간접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실물펀드의 한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