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하고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던 신라젠이 다시 한번 심판대에 오른다. 사측이 전면 쇄신 드라이브를 걸면서 거래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이번 심사에서는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상장재개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주주들은 2대 주주이자 재무적투자자(FI)인 투자조합의 보호예수 해제 물량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최대주주 엠투엔의 우호적인 FI로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18일 개선기간 종료...10월 초 심사 전망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신라젠에 부여한 개선기간은 오는 18일 종료된다.
앞서 지난 2월18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위원회(시장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신라젠에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개선기간 종료일인 8월18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개선계획을 이행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시장위는 20영업일 내 코스닥 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상폐 여부를 가린다. 따라서 늦어도 10월 초에는 신라젠의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시장위가 내놓을 경우의 수는 상장유지(거래재개), 상장폐지, 심의 속개, 개선기간 부여 등 5가지다.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경우 신라젠에는 이의신청 기회가 남는다. 이의신청 시에는 시장위의 심사를 한번 더 받을 수 있다. 개선기간 부여는 6개월까지 가능하다. 시장위에서 최대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복수의 후보물질 기술 도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만큼 이번 심사 고비를 가뿐히 넘길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사측이 거래소에 제출한 개선계획안에는 신규 파이프라인 확충, 임상 담당 CMO 책임자 채용, 중립적 사외이사 및 감사 구성, 투명경영위원회 및 기술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과제 중 후보물질 도입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펙사벡과 SJ-600 외에 1개 이상의 최종 후보를 추린 뒤 회계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가치 평가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재개 반기지만'...FI 엑시트 우려↑
17만명을 웃도는 신라젠 주주들의 시간은 2년 넘게 멈춰있다. 신라젠은 2020년 5월 경영진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혐의로 주식매매거래가 중단됐다. 그해 11월30일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회사에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회사 측의 경영 개선 노력에 소액주주들은 거래재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동시에 FI인 투자조합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우려하는 눈치다. 유상신주를 취득해 2대주주 자리에 오른 뉴신라젠투자조합이 보유한 물량의 보호예수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뉴신라젠투자조합은 작년 8월 4000억원을 투자해 신라젠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때 주당 3200원의 가격이 매겨진 1250만주를 확보하면서 12.15%의 지분을 가진 2대주주가 됐다. 당시 신라젠은 "신주 전량이 1년간 보호예수될 예정"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서도 지난해 9월10일 해당 물량이 의무보호예수로 등록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투자조합이 자발적으로 보호예수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라며 "연대 차원에서 거래소에 투자자 보호 수단으로 유상증자 신주의 보호예수를 연장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물량 전체에 적용되는 보호예수기간이 1년인지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1250만주 물량이 의무보호예수 등록된 것만 확인 가능하다"며 "자체적으로 보호예수를 신청하는 경우와 법적의무에 따라 묶여 있는 경우 등 어떤 사유로 구성됐는지는 분류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신라젠 측은 뉴신라젠투자조합이 보유한 지분은 최대주주에 우호적인 지분인 만큼 엑시트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물량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거래재개 시 물량을 다 던져도 매수 수요가 없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소액주주들의 우려가 실제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주들의 요청을 받아 투자조합에 보호예수기간 연장을 건의했고 상대방으로부터 다각도로 검토를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