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정부는 한국 IT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대 논리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입법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단통법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간담회 무슨얘기 오갔나
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에는 정부 측에선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제조사 측에선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배원복 LG전자 부사장·박창진 팬택 부사장이, 통신사 측에선 이형희 SK텔레콤 부사장·표현명 KT 사장·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 김홍철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이 참석했다. 소비자 측에선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신종원 YMCA 실장이, 유통업체 측에선 박희정 이동통신판매인협회장이 각각 참석했다.
우선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휴대폰을 같은 날 사도 판매점에 따라 200∼300%씩 가격차이가 나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런 시장실패를 개선하지 않으면 소비자 피가 지속되는 만큼 단통법을 통해 단말기 시장 구조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도 "방통위는 그동안 과열된 단말기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데 역점을 뒀지만 법적 근거가 미약해 단통법이 필요한 상황이다"면서 "다만 단통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오늘 이해관계자 이야기를 듣고 합리적 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은 모두 단통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SK텔레콤 이형희 부사장은 "소비자에게 더 좋은 것을 주겠다는 것(단통법 입법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다만 이 법이 어떻게 운영될지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단말기 보조금과 관련된 법이 존재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단통법이 부작용 없이 시행되려면 시행령 등을 통해 더 많은 분석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KT 표현명 사장은 "현재 휴대폰 가격은 시간대별, 지역별로 차이가 나므로 투명한 가격제시가 필요하다. 통신사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면서 단통법에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LG유플러스 유필계 부사장도 "단통법에 특별한 이견이 없다"면서 "다만 이 법이 사업자간 경쟁을 제한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법 시행과정에서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들도 단통법 입법에 지지를 보였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단말기 보조금 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단통법이 제시됐는데 지지한다"면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YMCA 신종원 실장도 "현재 국내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너무 커 사살상 가격을 통제할 정도"라면서 "단통법 등을 통해 정부가 단말기 시장을 정상적으로 성장시키려는 정책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삼성電 '우려표명'..LG電·팬택과 다소 달라
제조사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팬택간 의견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가장 강력하게 반대입장을 보인 것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이상훈 사장은 "삼성전자도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자는 정부정책에 적극 동참하려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단통법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몇가지 우려사항이 있어 건의한다"고 말을 꺼냈다.
이 사장은 "단통법이 시행되면 우선 제조사 영업비밀정보를 제출해야 하는데, 물론 정부가 영업비밀을 지켜주겠지만 만약이라도 유출될 경우 글로벌 비즈니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특히 휴대폰 판매장려금은 국내와 해외사업자간 차이가 있고, 국내 판매장려금이 노출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에 사활이 걸려있는 부분이라고까지 강조했다.
이 사장은 또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 노력해왔다는 측면도 설명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가 국내에 내놓은 스마트폰은 20만∼100만원대 16개 모델, 피처폰은 20만∼40만원대 7개 모델 등 총 23개의 다양한 모델이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미래부 주관으로 16개 알뜰폰 사업자와 공동조달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제조업체의 판매장려금 등 영업비밀 자료 제출부분은 법안에서 빼달라는 뜻이다.
반면 LG전자 배원복 부사장 "제조사의 본질은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제조사 영업비밀자료 제출문제는 탄력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박창진 팬택 부사장도 "단통법 취지, 배경, 목적에 반대하는 사람 없을 것이고 뭔가 변화는 있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면서 "다만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것이 전부 맞느냐는 다시한번 봐야 한다"고 약간의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