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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시장 개척]⑤IT 성지로 날아간 '벤처 홀씨'

  • 2014.05.29(목) 16:48

비즈니스워치 창간 1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
SE웍스 홍민표·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 인터뷰
韓 환경 척박...기업가치 키우려 실리콘밸리行

[미국 샌프란시스코 = 임일곤 기자] "한국에선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내도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 받는다."(홍민표 SE웍스 대표)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시켜 보고 싶었다."(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

 

앱 보안 SE웍스의 홍민표(37) 대표와 웹툰 유통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41) 대표에게 국내 무대는 갑갑했다. 시장 규모가 작고 신생기업이 싹을 틔울 만한 자양분이 부족했다. 청년의 도전과 야성을 받아줄 만한 사업 환경도 아니었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았다. 이들이 미국 실리콘밸리행을 택한 이유다.

 

▲ 홍민표 SE웍스 대표

 

홍 대표는 지난 2012년 SE웍스를 창업한 뒤 작년 10월 미국 실리콘밸리 팔로알토로 넘어가 현지법인을 세웠다. 현재 SE웍스 본사가 서울 논현동에 있어 한국과 미국 두 곳에서 동시에 사업하는 셈이다. 홍 대표는 본사를 아예 미국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회사를 키워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려해도 국내에서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 같아서다.

 

이미 몇 차례 경험도 했다. 그는 지난 2010년 보안업체 쉬프트웍스를 코스닥 상장사 인프라웨어에 매각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중국 '360'이란 보안 업체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동종 업체이자 비슷한 실력을 가진 360이 쉬프트웍스보다 기업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 받은 것이다. 그는 "국내 벤처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춰도 시장 규모가 작다보니 평가 가치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파스미디어의 김 대표 역시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려는 야망이 강했다. 그는 잘 다니던 삼성전자를 박차고 나와, 지난 2006년 벤처기업 태터앤컴퍼니에 합류, 공동대표를 맡았다. 설치형 블로그 서비스 태터앤컴퍼니는 2008년 아시아 기업으로는 최초로 구글에 팔려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김 대표는 구글에 합류했다가 3년만에 나와 타파스미디어를 창업했다.

 

▲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

 

이 회사는 인터넷 만화 '웹툰'을 유통하는 '타파스틱'이란 사이트를 운영한다. 웹툰은 국내에서 발달한 독특한 장르다. 출판물 형태에 친숙한 북미 만화 독자들에겐 생소한 콘텐츠다. 미국에도 인터넷 만화인 '웹코믹스'란 형식이 있긴 하다. 하지만 책을 통째로 스캔해 제공하는 방식이라 웹툰과는 엄밀히 다르다. 웹코믹스 시장은 마블이나 DC코믹스 등 쟁쟁한 출판사가 장악하고 있다. 김 대표가 미국 시장에서 웹툰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웹툰은 스토리가 핵심이라 재미있고 공감가는 내용이라면 세계인 누구나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그러한 스토리를 퍼블리싱(유통) 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 없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북미 만화 시장의 틈새를 노렸다는 얘기다.

 

타파스미디어 역시 한국과 미국에 법인을 각각 두고 이원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 법인은 웹툰 작가들과 제휴를 맡고 본사격인 미국 법인이 사실상 사업을 주도한다. 여러 지역 가운데 만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실리콘밸리를 창업지로 택한 이유는 이곳 콘텐츠 산업 인프라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흔히 콘텐츠 사업은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나 헐리웃·LA 지역을 떠올리나 사실 샌프란시스코나 버클리 주변의 북가주 지역 역시 많은 콘텐츠 업체가 있다"라며 "실리콘밸리도 콘텐츠 산업에서 나름대로 탄탄한 저력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SE웍스와 타파스미디어가 미국 사업을 본격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초반 분위기는 좋다. SE웍스는 '메두사'란 앱 보안 서비스를 진행중이다. 메두사는 앱을 해커나 외부 개발자가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완성된 앱에 방어막을 입히는 방식이라 앱 용량이 비대해지는 문제를 해결한다. 개발을 마친 앱을 앱스토어 같은 온라인 장터에 배포하기 직전에 보호막을 '덮어 씌우는' 것이다. 음식에 비유하면 녹은 치즈(메두사)에 빵(앱)을 담가 먹는 스위스 '퐁뒤'라 할 수 있다. 쉽고 간단한 작업만으로 앱을 보호하는 것이 장점이라 현지 기업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 미국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 있는 SE웍스 현지 법인 사무소.

 

SE웍스는 현재 크고 작은 고객사 40~50개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글로벌 기업도 들어 있다. 이들과 정식 계약에 앞서 메두사 성능을 테스트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테스트가 끝나면 정식으로 사용료를 받게 된다.

 

홍 대표는 스마트폰 확산으로 앱 보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앱 보안 서비스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플랫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 가기 때문에 스마트폰 외에도 적용될 분야가 많다. 홍 대표는 "자동차를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등 앱이 깔리는 영역이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앱에 특화된 보안 서비스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타파스미디어가 거둔 성과도 눈부시다. 세계 웹사이트 순위조회 서비스 '알렉사'에 따르면 타파스틱의 미국 지역 순위는 5월 현재 7432위로 마블(2138위), 코믹솔로지(6370위)에 이어 3위다. 마블과 함께 미국 만화의 양대산맥인 DC코믹스(1만674위)를 제친 것이다.

 

타파스틱 사이트에 올라온 콘텐츠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웹툰 시리즈 수는 1800여개, 이곳에서 활동하는 작가 수는 1300명에 달한다. 인기 웹툰 시리즈는 누적 100만건의 열람 횟수를 기록했는데 재미있는 점은 상위 5위권의 웹툰 가운데 3개가 한국 작가들이 만든 콘텐츠라는 점이다. 미국 만화 시장에 '웹툰 한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타파스틱은 현재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나 사용자를 확대한 이후 유료화를 도입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현재 북미 웹툰 시장은 한국보다 10년 정도 뒤져 있다"라며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당장의 수익화보다 사용자 저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팔로알토에 있는 타파스미디어 본사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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