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검색포털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다음이 기본기이자 핵심인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고, 해외 정보에 대한 사용자 요구가 늘어나는 등 검색 환경이 변화하자 이에 발맞추기 위한 움직임이다.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을 통해 모바일 검색 영역에서 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네이버가 10년간 지켜온 검색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네이버(왼쪽)와 다음이 검색을 개편하고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검색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
◇네이버 "바깥 정보 잘찾겠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그동안 치중했던 내부 검색에서 벗어나 웹문서 등 외부로 검색 방향을 틀기로 했다.
네이버는 지난 21일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간담회 형식의 모임을 갖고 웹문서 검색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검색 기술을 크게 손본다고 밝혔다. 이윤식 검색본부장, 김광현 검색연구센터장, 김상범 DB검색연구실 부장 등 검색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력들이 대거 등장한 이날 행사에서 네이버측은 웹검색을 중심으로 시스템 전반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네이버가 말하는 변화란 '네이버 밖에서 떠도는 다양한 정보를 찾아내는 데 더욱 공을 들이겠다'로 정리된다. 그동안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포털업체들의 검색 방식은 내부에 쌓아놓은 정보를 보기좋게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즉 구글 같은 외산 검색엔진은 인터넷 공간의 방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찾아내 제공했다면 네이버 등은 자사 지식인이나 블로그, 제휴를 통해 축적한 내부 데이터베이스(DB)를 사용자 의도에 맞게 노출하는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모바일 페이지에서 생성되는 정보량이 늘어나는데다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직접 사는 이른바 '직구족'이 늘어나는 등 영문 정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이 같은 방식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IDC 통계에 따르면 웹문서는 지난 5년간 약 9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찾아야할 정보 거리가 많아지기도 했다. 네이버는 스스로 처 놓은 울타리 내의 정보 뿐만 아니라 이제는 외부 문서까지 찾아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작년부터 '타우린'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바깥에 존재하는 좋은 문서들을 이용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움직임이다. 아울러 이용자가 선호하는 정보를 반영하는 '문서 수집 시스템'을 도입하고, 국경 없는 인터넷 환경에 걸맞게 글로벌 문서 수집에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이윤식 검색본부장은 "이용자들이 좀 더 신뢰할만한 문서들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웹문서 영역을 포함한 검색 기술 고도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카카오와 모바일 환경 호흡
다음도 지난 해부터 검색 전문가를 영입하고 기술과 서비스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다음은 올 들어 문맥을 파악해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바로 이거', TV나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곡명을 안내해주는 '방금그곳' 등 굵직굵직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 이미지 검색도 기술 개편을 통해 정확도를 대폭 향상시켰다.
이와 함께 외부 전문 콘텐츠 업체와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검색 결과를 풍성하게 만드는 작업도 병행했다. 다음은 올 들어 전화번호부나 백과사전, 화장품 성분정보에 특화된 업체들과 협력을 맺고 현재까지 총 58개 외부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했다. 연내 100개의 DB 업체들과 제휴한다는 계획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다음이 검색 분야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은 기본기인 검색을 강화해 네이버에 뺏겼던 이용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다음은 지난해 검색 전문가인 이상호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기반을 다졌고 올 들어서는 눈에 띄는 변화를 주고 있다.
이 부사장은 검색엔진 벤처기업 '첫눈' 출신이다. 첫눈이 지난 2006년에 네이버에 인수되면서 네이버에 합류했다가 퇴사, 음성인식 전문 벤처 다이알로이드를 창업하기도 했다. 다음이 지난 2012년 말에 다이알로이드를 인수하면서 이 부사장과 이 회사 기술진들이 다음에 합류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다음은 모바일 검색에서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와 오는 10월 합병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에 다음 검색이 도입될 경우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선보인 '바로이거'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음-카카오가 걸어갈 방향을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음과 카카오의 서비스 통합은 네이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바깥 문서를 찾는데 공을 들이겠다'고 선언한 네이버가 당장 맞닥뜨릴 주요 이슈는 카카오 플랫폼 내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느냐 여부다.
PC 기반의 네이버 검색 수집로봇은 PC 환경과 완전히 다른 모바일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만약 해당 모바일 업체가 외부 검색엔진의 수집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아둘 경우 정보를 긁어갈 방도가 없다. 이윤식 네이버 검색본부장은 "관례상 서비스 업체가 검색엔진의 접근을 막는다면 그 서비스 안의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다음 검색을 자사 플랫폼에 도입하는 한편, 경쟁사인 네이버 접근을 차단하는 시나리오를 써 볼 수 있다. 카카오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는 것을 감안하면 모바일 시대 네이버의 검색 품질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국내 검색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네이버의 아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