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속썩이던 엔도어즈가 올들어 달라지고 있다. 올 초 선보인 모바일게임 ‘영웅의 군단’의 흥행를 기반으로 이제서야 넥슨이 이 자회사 덕을 볼 기미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2000억원 넘게 쏟아붓고 인수한 지 4년만이다.
◇ 지분 97%에 2075억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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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넥슨 한국법인 넥슨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서비스중인 모바일 3D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영웅의 군단’이 글로벌 누적다운로드 500만건을 돌파했다. 올 2월 출시 이래 최근 국내에서 400만건을 넘어서고, 이어 지난달 말 북미·유럽 지역 개시 보름 만에 100만건을 돌파한 것.
또 출시한지 9개월가량이 지난 지금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0위권에 랭크돼 있고, 북미·유럽 출시 일주일 만에 미국 구글플레이 RPG 장르 1위, 게임 카테고리 전체 10위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넥슨의 설명이다.
개발사는 넥슨코리아 자회사인 엔도어즈. ‘영웅의 군단’은 온라인게임 전문 개발사 엔도어즈의 사실상 첫 모바일게임이다. ‘영웅의 군단’의 히트는 결국 넥슨으로서도 M&A 4년만의 실질적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넥슨이 엔도어즈를 인수한 때는 2010년 5월. 당시 최대주주였던 권성문 현 KTB투자증권 회장 지분을 포함해 67.0%(1260만주)를 사들인 것. 이후 소액주주 주식도 추가로 매입, 현재 넥슨코리아가 지분 97.3%(1829주·2010년 12월 500원→500만원 액면병합)를 보유중이다. 지분 인수에 들인 자금은 2075억원에 달한다.
엔도어즈는 1999년 09월 설립된 ‘인티즌’이 전신(2004년 10월 엔도어즈로 사명 변경)으로 ‘아틀란티카’, ‘군주’ 등 MMORPG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여온 온라인게임 업체다. 당시 넥슨의 엔도어즈 인수는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 등 캐주얼 게임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취약성을 드러냈던 MMORPG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었다.
◇ 올초 출시 ‘영웅의 군단’ 흥행
엔도어즈는 넥슨 계열로 편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나무랄데 없는 재무실적을 보여줬다. 2009년 매출(개별 기준) 305억원에 영업이익이 151억원이나 돼 이익률이 50%에 달할 정도다. 순이익도 132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넥슨의 인수를 기점으로 180도 달라졌다.

매출은 2011년 384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 154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영업이익은 인수 첫해 45억원 적자로 돌변하더니 2011년을 빼고는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순손실도 최근 2년동안 100억원이 넘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09년 말만 해도 291억원에 달했던 자기자본은 작년 말 124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가치가 떨어졌다. 넥슨에 인수된 뒤 PC·모바일 연동 게임 ‘삼국지를 품다’ 등을 선보였지만 예년 실적을 되돌릴만큼의 게임 흥행이 뒷받침되지는 못했던 셈이다.
하지만 ‘영웅의 군단’의 흥행은 이런 엔도어즈에게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넥슨의 올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이 게임은 매월 3억엔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내년에 선보일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광개토태왕’도 엔도어즈의 기대작중 하나”라며 “실질적으로 모회사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