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가상화폐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버블 논란에서 규제 이슈까지 갑론을박이 뜨겁다. 비즈니스워치는 특별기획 [가상화폐 워치]를 통해 `가상화폐는 우리에게 무엇인지` A에서 Z까지 차분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블록체인과의 관계` `법적 정의` `거래소의 성격` `기업과 정부의 역할` `세금과 재테크` 등 주제별로 전문가의 글과 취재 기사 및 인터뷰를 통해 하나씩 짚어간다. [편집자]
비트코인이 촉발한 가상화폐 열풍에 온나라가 들썩이면서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분산식 장부를 의미하는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재화나 서비스 거래가 이뤄진 내용을 기록하는 장부를 여러 참여자가 분산해 확인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말고도 통신 기술을 접목해 화재 발화지점을 감식하거나 보험사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시스템에 활용되고 있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의료정보를 공유한다거나 유권자가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전자 방식으로 투표에 참여할 때에도 접목되고 있다. 활용 범위가 전방위적이다.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는 중요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고 활용하는지, 국내외 도입 현황은 어떤지 살펴본다.
◇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관계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첫번째 사례다. 사토시 나카모토란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11월에 '비트코인 : 일종의 P2P 전자 현금 시스템'이라는 한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이듬해 1월 비트코인의 첫번째 블록, 이른바 제네시스 블록(genesis block)을 만들었다.
비트코인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중심화된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인터넷 가상 통화다. 은행이나 금융기관 같은 기존 금융시스템을 통한 가치 교환 방식이 아닌 수많은 이용자와 사용자 사이의 검증 과정을 통해 위변조할 수 없는 분산화한 거래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뼈대로 만들어져 둘 사이를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 최근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한다는 강경 방침을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블록체인 산업 진흥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상통화와 블록체인은 별개로 놓고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즉 가상통화 거래소를 규제한다 해서 블록체인 기술개발이나 응용분야까지 막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가상통화 거래소의 해킹 위험 노출이나 취약한 개인정보 관리 등의 최근 현안에 대해선 지속적인 점검과 위법사항 대응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 동작 원리
블록체인은 매 10분마다 거래 내역이 담긴 블록이 새롭게 생성되고 이 블록을 이전 블록들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그 모습이 마치 체인과 비슷해 블록체인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블록체인은 동일한 장부를 여러 군데에 저장하고 공동으로 갱신하는 방식으로 위변조를 방지하는 원리다.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내역이 담긴 블록체인의 데이터 크기는 약 140기가바이트(GB) 수준이다.
채굴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블록체인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블록을 만들기 위해 1만개 이상의 서버들이 경쟁하고 있다. 맨 처음 블록 생성에 성공한 서버는 보상으로 새롭게 생성하는 비트코인을 취득할 수 있다. 이를 채굴한다고 표현한다.
블록체인은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데이터를 검증 보관하는 방식으로 공인된 제 3자없이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위변조 방지와 보안성은 장점으로 꼽히고 있으나 아직까지 속도가 느리고 잘못된 기록을 되돌리기 어려우며 동일한 데이터 복사본을 모든 참여자가 관리해야 하는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블록체인이 발전하면 계좌이체나 대외송금 등 금융을 비롯한 모든 영역의 거래비용이 감소될 뿐만 아니라 집권화된 중앙조직의 필요성도 없어지게 된다. 아울러 안전하고 빠른 민주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공공조직에 대한 의존성이 줄어들게 된다. 궁극적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 도입 현황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외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쓰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전기화재 발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파크 발생 정보를 블록체인에 보관한다.
즉 스파크가 언제 어디서 튀었는지를 조명센서가 달린 기기를 통해 파악해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전기안전공사, 소방청, 보험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블록체인에 보관한다. 블록체인에 기록한 데이터는 위변조가 쉽지 않아 전기화재 발화지점과 원인 감식에 객관적 증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블록체인을 실손의료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진료기록 사본과 보험금청구서를 팩스나 우편, 인터넷, 방문 등을 통해 보험사에 제출해야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청구금액이 소액이라면 다양한 서류를 준비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해서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블록체인에 가입자 진료기록 송부 승인 정보를 기록하면 병원과 보험사가 이를 공유해 진료기록 사본 전달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가입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보험사에 보낼 진료기록들을 선택해 손쉽게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다.
직접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투표에도 블록체인이 활용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따복(따뜻하고 복된 삶터) 공동체'라는 이름의 주민제안 공모 사업을 진행하면서 블록체인을 통한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경기도는 31개 시와 군에 살고 있는 주민공동체들이 환경이나 교육, 문화복지 등 각 분야별로 사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예산을 전자투표로 심사했다. 이 과정에 도입된 블록체인으로 투표 및 결과에 대한 투명성과 객관성, 신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유통과 개인 맞춤형 치료, 토지대장 관리, 태양열에너지 거래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미국 월마트는 유통 상황의 실시간 파악 및 물류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각 물품의 유통과정을 블록체인에 등록, 실시간으로 파악해 유통망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중간에 발생할 수 있는 하자에 대한 책임 소재 및 원인 규명을 명확히 하는데 쓰고 있다.
온두라스에선 토지대장 보호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나라에선 토지대장의 허술한 관리로 인해 하루아침에 자신의 토지가 남의 토지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토지대장을 블록체인에 기록, 관리함으로써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태양열에너지 거래시스템에 적용된 사례도 눈길을 끈다. 현재 호주는 주 단위의 소유 기업에 의해 발전과 송전, 배전이 수직 통합된 독점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전기 요금이 비싼데 블록체인 기반의 에너지 거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격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