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의 적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전에 없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이번엔 예술작품을 암호화해 가치를 높이는 시도가 이뤄졌다. 세계적인 사진작가와 가상화폐 업체의 콜라보다.
지난 14일 유명 사진작가 케빈 아보쉬는 가상화폐 기프토를 발행하는 아시아이노베이션스그룹과 함께 사진 원본을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해 만든 '포에버 로즈(Forever Rose)'라는 작품을 내놨고 이 작품은 10명의 공동구매자들에게 100만달러에 판매됐다. 판매금액 전액은 자선단체에 기부됐다.
이들의 시도는 디지털 예술작품의 공동구매는 물론 블록체인이 예술작품 거래에서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시도로 주목받았다. 케빈 아보쉬와 아시아이노베이션스그룹 대표인 앤디 티앤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이 굳이 한국을 찾아 간담회를 연 이유는 무엇일까. 왜 디지털 사진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혔을까.
▲ 블록체인 기술을 입힌 케빈 아보쉬의 '포에버 로즈' 작품/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블록체인 업체와 사진작가의 새로운 도전
케빈 아보쉬는 시각 예술 분야의 한계를 넘는 도전을 해온 세계적인 사진작가다. 가장 최근에는 유기농 감자를 찍은 'Potato 345#'가 1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13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그는 평소 블록체인에 대해 관심이 많기로도 유명한데 실제로 실제 예술품과 가상 예술품을 결합시키는 '아이엠어(IAMA) 코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암호화폐인 IAMA 코인도 만들었다. IAMA 코인은 예술가의 혈액을 뽑은 후 그들의 예술품에 예술가의 혈액으로 도장으로 찍어 고유 주소를 만든 후,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주소에 해당 고유 주소를 등록, 1000만개 코인에 예술품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앤디 티앤 아시아 이노베이션스그룹은 케빈 아보쉬의 프로젝트를 페이스북을 통해 접했고 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앞서 그에게 '포에버 로즈'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아시아 이노베이션스 그룹은 3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업라이브 플랫폼을 운영하는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설립 4년 만인 지난해 1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초고속 성장했다. 특히 가상화폐 기프토를 출시한 것으로 유명한데 기프토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내 가상 선물을 만들어 구매하고 교환할 수 있는 자립 시스템을 제공하는 가상선물 개념의 가상화폐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프리카TV '별 풍선'의 글로벌한 개념으로 보면 쉽다.
기프토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쉽게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상 선물 프로토콜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공개(ICO) 당시 1분 만에 매진되며 아시아 토큰 중 가장 최단 시간에 물량이 매진돼 이슈가 되기도 했다.
◇ 단 1개만 존재하는 로즈 토큰…구매대금 전액 기부
포에버 로즈는 케빈 아보쉬가 사진을 촬영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로즈'로 불리는 토큰으로 만들어졌다.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단 1개만 존재하는 가상화폐다.
대신 분할이 가능한 ERC20( ERC20(Ethereum Request for Comments 20,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유통할 수 있는 토큰의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한 표준 사양)를 기반으로 해 10명의 구매자가 10분의 1씩 소유하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졌다.
포에버 로즈 프로젝트 발표 후 150여 명의 구매 의향자들이 몰렸고 10명만 공동 구매를 할 수 있었다. 구매자에는 해외 블록체인 자문사와 디자털 자산 펀드, 익명의 개인들이 참여했다.
구매대금은 지난 14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기프토 가격으로 계산돼 지불됐다. 판매 대금은 전액 어린이 무료 코딩 교육을 하는 글로벌 민간 자선단체인 코더도조 재단에 기부됐다.
▲ 앤디 티앤 아시아 이노베이션스 그룹 대표(왼쪽)와 케빈 아보쉬 사진작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블록체인의 예술적 가치 저장 상용화 가능
포에버 로즈의 경우 단 1개만 발행이 됐고 추가 발행이 되지 않는다. 구매자 10명은 토큰 주소를 부여받아 쪼개진 토큰을 소유하게 되고 원본 파일은 케빈 아보시가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언제든 포에버 로즈를 인쇄해 활용할 수 있지만 저작권은 케비 아보쉬가, 토큰의 소유권은 구매자들이 보유하게 된다. 보안성이 높은 블록체인 기술로 소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의 예술작품보다 가치 저장성이 뛰어나면서 복제나 도난이 불가능하다.
케빈 아보쉬는 "대부분 이 프로젝트에 대해 혼란에 빠지거나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만 예술적 가치가 블록체인에 저장된다고 보면 쉽다"며 "아직은 블록체인이 초기 단계지만 실제 이미지가 블록체인으로 저장되는 프로토콜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이고 예술운동의 한 영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큰을 소유하고 구매하는 것은 기존의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구매하려는 목적과 결국 동일하게 보면 된다"며 "'로즈' 토큰은 실제 거래가 가능하며 3~4배 넘는 가격의 구매를 원하는 컬렉터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술적으로 재발행이 가능하지만 예술가 정신에서 그럴 생각은 없다"며 "비슷한 개념의 토큰을 누구나 만들 수 있겠지만 동일한 가치가 부여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블록체인이 만들어낼 자본의 쓰임새 주목해야
앤디 티앤 대표는 포에버 로즈를 예술과 기술을 합작한 '멜팅팟'에 비유하며 "가치 있는 암호화폐로 이뤄진 예술작품이 탄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가상화폐나 블록체인과 관련해 금융이나 투자, 자본과 관련된 부분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통해 만들어진 거대한 자본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디 티앤 대표는 "자선과 블록체인, 예술 영역 안에서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예술 자산과 블록체인에 관해 많은 대화를 일으키고자 한다"며 "이를 시작으로 한국 등에서 다양한 비영리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암호화폐의 인기를 만들어낸 블록체인 움직임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 한국을 찾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