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3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질문1] 당신은 한 달에 이동통신요금을 얼마 내나요?
[질문2] 당신은 한 달에 인터넷요금을 얼마 내나요?
[질문3] 당신은 한 달에 KBS 수신료를 얼마 내나요?
1,2번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한다. 그러나 3번 질문에 선뜻 답하는 사람은 드물다.
왜냐하면 KBS 수신료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과 같이 부과돼 슬쩍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매월 2500원씩 1년에 3만원이다.
최근에는 1인가구가 늘면서 집에 TV를 없애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집에 TV 없어요"라고 직접 신고하기 전에는 무조건 매월 2500원씩 빠져나간다. 그러니 집에 TV가 없어도 KBS 수신료를 자동 납부하고 있는 가구가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KBS 측은 수신료 인상 움직임에 대해 '지금은 수신료 인상보단 (KBS의) 신뢰를 회복하고 나서 논의하는게 바람직하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하지만 방송업계에선 '1인가구가 늘면서 KBS 수신료 징수대상이 늘어나 당장 수신료를 올리지 않아도 크게 나쁘지 않을 상황일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온다.
게다가 TV를 없앴다고 KBS 수신료 납부를 무조건 해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 대다수가 쓰는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 등 이동성이 있다는 스마트기기는 수신료 제외대상인데, 사라져가거나 거의 쓰지 않는 데스크탑 모니터(인터넷으로 TV 시청이 가능한 사양) 또는 주방 모니터시설(유선 인터넷 연결용)은 사용여부를 떠나 집에 있다면 무조건 수신료 납부 대상이다.
실제로 최근 TV를 없앤 한 가정주부는 수신료 납부해지를 위해 KBS 콜센터(1588-1801)에 전화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단다. KBS 콜센터 측이 "불러주신 주소지를 확인해보니 주방 모니터가 있는 아파트군요. 모니터 사용을 하든 안하든 모니터가 달려있기 때문에 수신료 납부대상입니다"란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요즘 신축 아파트는 주방에 유선 인터넷을 활용한 태블릿 화면크기의 모니터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발목 잡은 것이다. 그는 주방 모니터의 인터넷선을 뽑은지 1년이 넘었지만 사용여부와 무관하게 KBS 수신료 납부대상이란 소리를 듣고 할 말을 잃었다고 표현했다.
KBS 수신료를 올려냐 하니 마니 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 방송의 공익성, 공영방송의 역할수행 의견 등에도 토달 생각없다.
다만 문제는 스마트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행정편의주의다. 방송법 제64조(텔레비전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매일같이 보는 스마트폰은 KBS 수신료 부과대상에서 제외되며 어느 누군가에겐 1년에 한번 터치해볼까 말까한 주방모니터는 수신료 부과 대상이란다. 이쯤 되면 수신료를 징수하기 위해 피해갈 수 없는 항목을 만들었다고 여겨질만 하다. TV 수상기 범주를 정하는 방통위의 유권해석이 시대반영을 전혀 못한 것이기도 하다.
또 2015년 한 시민단체가 '전기요금에 통합돼 강제징수되는 수신료를 따로 낼 수 있게 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사실도 안다.
당시 법원은 "수신료는 법적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한 특별부담금 성격을 가진다"며 "(한전 요금과) 결합해 징수할 때 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수신료 납부 수치도 증가해 공영방송 시행을 위한 경비조달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이어 "한전이 요금을 합쳐 징수해 국민들에게 일시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액수에 비춰봤을 때 그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래서 법적으로도 한전이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합쳐 징수하는 것에도 반대할 생각없다.
다만 TV 등 각종 형태의 텔레비전수상기가 없는 1인가구가 늘면서 수신료 면제대상도 분명 늘어갈텐데, 수신료 면제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조용히 전기요금과 같이 징수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자각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특별부담금 성격의 공익사업 경비는 이렇게 거둬가는 것이 상식적일까 의문이 들 정도다.
과거 자료이긴 하지만 2013년 유승희 의원이 밝힌 'KBS 수신료 위탁수수료 현황'에 따르면 KBS는 2013년 직전 5년간 한국전력에 총 1772억원의 위탁수수료를 지급했단다. 연평균 354억원에 달한다.
자유시장 경제체제 임에도 정부·시민단체·국회까지 나서서 민간기업의 이동통신요금은 낮추려 강제 법조항(보편요금제)을 만들려는 형국이니, 가구당 1년에 3만원으로 소소(?)하지만 수신료 징수 단계에 있는 불편한 진실들도 챙겨봐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지금은 상식이 통한다는 정부와 국회 시절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