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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삽질 염탐기]④오스트리아서 창업해도 될까

  • 2018.06.25(월) 16:04

시장 규모도 작고 VC투자도 소극적
"글로벌기업 모여드는 기회 잡아야"

올리버 첸데쉬 파이오니어 CEO가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파이오니어 페스티벌(Pioneers)은 유럽 3대 스타트업 축제로 손꼽히고 있다.

 

[빈(오스트리아)=김동훈·양효석 기자] 유럽 3대 스타트업 축제로 꼽히는 '파이오니어 페스티벌'(Pioneers). 매년 축제 시즌이 되면 글로벌 스타트업 관계자 2500명 이상이 모여든다. 구글, 보쉬, 트위치 등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글로벌 기업 이외에도 각국 정부·벤처캐피털(VC)·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이런 파이오니어 페스티벌은 의외로 유럽내 스타트업 변방으로 생각되는 오스트리아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렇다면 오스트리아의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 착안해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진출을 시도한다는 유럽은 어떨까. 이들이 성공하고 있다면 그 사례가 한국 정부의 스타트업 진흥 정책과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러가지 궁금증을 갖고 오스트리아를 찾았다.

 

◇ 핸디캡 안고 몸부림 치는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는 유럽 중심부에 자리 잡아 지정학적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유럽 항공 물류의 중심지로 손꼽힌다. 정부 차원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도 유명하다. 오스트리아 연방정부는 창업지원기금 규모를 2013년부터 1억 유로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대략 1300억원 규모다.

 

아울러 2011년부터 외국인의 자국 창업을 지원하는 비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 사업자가 유입되면 자연스럽게 다국적 기업이 자국에 뿌리내리고 다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수 년간 비즈니스 파트너로 일했던 코트라(KOTRA) 빈무역관 관계자의 진단은 의외로 부정적이었다.  

 

"한국 스타트업이 오스트리아에 와서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는 '실망'이란 판단을 거듭 강조했다. 스타트업 육성은 결국 자본력인데 오스트리아에는 이렇다할 투자사가 없다는 지적이다. 몇몇 투자사도 살펴보면 그 뿌리는 미국이나 영국계 투자사다.

 

시장도 작다. 오스트리아 인구 규모는 870만명에 불과하다. 스타트업을 시작해 자력 성장하기엔 시장이 너무 작다.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스타트업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임과 동시에 오스트리아에만 있어선 답이 안 나오는 이유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는 파이오니아 처럼 굵직한 이벤트를 개최,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을 향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 비즈니스워치가 파이오니어 경영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한계는 그냥 축제로 그친다는 점'

 

매년 5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가면 유럽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축제 '파이오니어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

 

정부 차원의 행사도 아니고,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이 기획한 행사도 아니다. 지난 2009년 대학생 2명이 창업한 스타트업 파이오니어가 만든 행사다.

 

올리버 첸데쉬(Oliver Csendes) 파이오니어 최고경영자(CEO)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스케일업(사업 규모 확대)과 비즈니즈 네트워크 형성을 돕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며 "창업자들의 아이디어가 행사에서 공유되고 사업화로 이어지며 전문가들의 멘토링도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파이오니어 페스티벌은 해를 거듭하며 유럽 3대 스타트업 축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행사 규모나 성격만으로 더욱 큰 성장을 노리긴 부족하다. 또 축제에 참여한 외국 스타트업이 오스트리아에 자리를 잡거나 벤처캐피탈(VC)들이 오스트리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도 찾기 어렵다.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사실만으로 축구 강국이 되긴 어려운 이치와 비슷하다.

 

올리버는 "수익을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오스트리아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만든 행사였다"며 "이런 까닭에 수익 모델을 발굴하거나 펀딩을 받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부터 파이오니어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를 돕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파이오니어의 사례를 보면 오스트리아의 외교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과거 프랑스를 견제하려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주변국이 동맹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전쟁 후 전후체제를 논의한 자리는 영국이 아닌 오스트리아였다. 즉 힘의 중심이 아니면서도 행사의 중심이 되는 것까진 성공시켰다는 평가다. 

 

▲ 오스트리아 연방 상공회의소 'WKO'의 라파엘 매니저가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 부족한 VC 투자 극복해야

 

스타트업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을 갖춰도 자금이 부족하면 기업을 키우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오스트리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들의 소극적 자세도 오스트리아 스타트업 생태계가 극복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오스트리아 연방정부 차원의 대표적인 창업 지원 기관은 'AWS'(Austria Wirtschaftsservice GmbH)이다. 이 기관은 2013년부터 창업지원기금 규모를 1억 유로로 운영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에서 창업하는 업체의 10% 정도가 AWS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출과 지급보증, 지원금, 지분 참여 등 금융 부문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발굴부터 제품 마케팅에 이르는 전반적 지원을 제공한다.

 

현지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런 지원이 도움이 된다면서도 자금 지원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영국 런던이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금융이 발달한 인근 국가 도시에 비해 오스트리아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다는 얘기다.

 

AWS의 스타트업 담당 매니저 이바나 바카노빅(Ivana Bacanovic)은 "오스트리아는 인구 800만명 수준인 작은 시장이므로 우리의 스타트업이 세계 각국으로 진출해 성공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다만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목표는 오스트리아 스타트업 생태계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연방 상공회의소(WKO)의 스타트업 담당 매니저 라파엘도 "오스트리아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비용"이라며 "그러나 많은 곳과 마찬가지로 VC들도 돈을 잃길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계 VC 자체도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스타트업 '프릭'의 창업자 마이클은 "몇 없는 오스트리아 VC들의 근원을 찾아보면, 대부분 독일계였다"며 "오스트리아는 정부 지원도 극히 일부만 혜택을 누리고 시장도 작고 VC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독일에서 창업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오스트리아는 99.7%에 달하는 대부분 산업 분야에 외국인 투자가 개방돼 있으나, 외국 기업의 직접 진출의 경우 법인세율이 25%에 달하는 등 기본 운영 비용이 높은 편이어서 인력 채용에 따르는 부담도 크다는 분석이다.

 

오스트리아에 국내 스타트업이 진출한다면 직접 진입하기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으나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거나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 빈 무역관 관계자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외국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시행 중인 '고 오스트리아'(Go Austria) 프로그램은 2주 내외의 인큐베이팅 과정 등이 있으나 실질적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아니다"라며 "자금 여력이 없는 한국 스타트업이 현지 창업을 한다면 비용 부담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시리즈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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