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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T 통신장애 속 빛난 상공인들 대처법

  • 2018.11.26(월) 10:42

ICT 의존도 높은 현대사회
장애발생시 생존법 마련해야

"콜록 콜록~" 지난 24일 오전 11시경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이비인후과 병원. 감기 걸린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한참을 기다린 뒤 진료순번을 바로 앞에 둔 상황. 갑자기 병원 관계자들이 분주해졌다.

 

"인터넷이 먹통이야! 어떻해". 병원 내부망인 진료차트는 정상 작동됐지만 신용카드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곧이어 병원에 있던 환자들까지 KT 이동통신망이 불통이라며 웅성웅성 거렸다.

 

'한 시간 이상 대기하고 이제 막 진료순번이 왔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에 눈 앞이 깜깜해졌다.

 

▲ KT 아현지사 화재로 일대 통신장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안내한 긴급재난문자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순간적으로 병원장이 결단을 내렸다.

 

"진료비는 우선 현금으로 받지만, 현금 없는 환자들을 위해 계좌이체를 권하거나 추후 방문 시 결제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세요"라고 병원 관계자에게 지시하자 곧 정상 운영됐다.

 

병원진료를 마치고 방문한 약국에서도,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주변식당에서도 상인들은 모두 한결 같이 영업했다.

 

자칫 돈을 떼일수도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영업하는 모습이 일견 대단해 보였다.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일대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1차 합동감식 결과 KT 아현지사 지하 1층 통신구(가로-세로 각 2m 크기) 150m 중 약 79m가 화재로 소실됐다. 불이나자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감지해 곧바로 신고에 들어갔지만 통신케이블을 감싼 피복 등이 불에 타면서 유독가스가 발생, 화재 진압이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선 KT가 제공하는 유무선 전화, 인터넷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다. 화재발생 후 이틀이 지난 26일 오전 8시 현재 이동전화 80%, 인터넷 98% 등 복구가 진행 중이다.

 

그만큼 가입자들의 불편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상인들의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현금지급 또는 계좌이체 의사가 있는 손님을 제외하곤 대부분 구매를 보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혜롭게 대처하는 상인들의 모습에 박수를 치고 싶다.

 

현대사회에 인터넷과 통신은 필수재가 된지 오래다. 그만큼 ICT 의존도가 높아 장애발생 시 패닉상태에 빠질 수 있다. ICT가 제 기능을 잃으면 인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감내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ICT 장애에 대응하는 인간의 지혜와 의지가 살아 있음을 실감했다.

 

이제 화재원인조사, 피해복구, 피해고객보상 등 남은 과정이 원만히 이뤄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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