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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혁 가상화폐]②'특금법TF' 정부 주도로 가동되면

  • 2020.03.25(수) 14:34

과도한 규제로 산업 성장 막을 우려도 있어

가상화폐(암호화폐) 생태계는 올해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제도권 편입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관심이 가상화폐 가치의 등락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가상화폐·블록체인 업계 스스로 화폐 기능을 넘어설 '본질'에 천착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주요한 기술 축이 될 수 있음도 증명해야 한다. 비즈니스워치는 이같은 과제들이 가상화폐 생태계에 미칠 영향과 함께 기술 입증에 나설 국내외 주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살펴봤다. [편집자]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자산)·블록체인 업계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가상화폐 생태계가 제도권으로 진입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있으나, 과한 규제로 인해 진입장벽을 높이고 산업 성장의 기회를 제약할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해서다.

정부는 조만간 특금법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하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 3월 전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을 다듬는다는 계획이다.

◇ 특금법이란 무엇인가

특금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가상화폐(암호화폐, 가상자산)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자금세탁방지 의무다.

가상화폐 사업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대한 신고 의무를 갖게 되며, 금융회사는 가상화폐 사업자에 대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해야 한다. 아울러 가상화폐 사업자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을 받아야 한다. 가상화폐 사업의 대표자는 범죄경력이 없어야 한다.

또 고객 확인과 의심거래보고 등 기본적 자금세탁방지의무도 부여된다. 이용자별 거래 내력을 분리하는 등 추가적인 의무도 부과된다.

정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A, B, C, D라는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가 있다면, 이들의 거래 내역이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되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며 "특히 자금의 이동 경로와 출처를 추적하기 어려운 '벌집계좌'(법인계좌 한곳에 여러명의 계좌가 관리되는 유형) 등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금융 회사가 가상화폐 사업자와 거래할 때 준수해야 할 의무도 규정했다. 금융사는 고객인 가상화폐 사업자의 대표자, 거래목적 등 기본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또 사업자의 신고수리 여부 및 예치금 분리보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밖에 사업자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미신고하거나 자금세탁 위험이 특별히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금융거래를 의무적으로 거절하도록 했다.

정부는 내년 3월 개정안 시행 전까지 이해 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부 주도의 TFT도 조만간 운영하기로 했다. 김수호 금융정보분석원(FIU) 팀장은 "내년 3월까지는 시행령을 모두 확정할 방침"이라며 "조만간 이와 관련 금융정보분석원에서 TF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큰틀에선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 애매한 규정들

특금법과 관련해선 긍정과 부정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긍정하는 쪽은 가상화폐가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신호라는 측면에서 환영의 목소리를 낸다.

핀테크산업협회는 "특금법 통과는 무엇보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며 "법 개정 이후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뿐 아니라 전체적인 핀테크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어 일자리 창출 등 장기적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개정안 적용으로 이용자 보호 의무를 준수하는 등 검증된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결과적으로 건전성을 높여 투자수요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많았는데, 규제와 함께 이용자 보호 수준도 올라가 이런 인식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다소 과한 규제 탓에 산업 성장을 제약할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특금법 개정안의 내용 중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대상인 '가상자산 사업자의 범위'가 애매한 점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 법은 가상자산 사업자를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행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보관 또는 관리하는 행위 ▲행위를 중개, 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 ▲그 밖에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금융거래등을 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라고 규정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테크앤로(LIN·TEK&LAW) 부문장(변호사)은 "특금법에서 규정한 가상자산 사업자 유형을 보면 가상자산 매매·중개·이전·보관에 대한 정의가 없다"며 "임신 직후부터 사람인지, 출산 직후부터 사람인지 정의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지듯 용어 해석에 따라 어마어마한 차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곳이 가상자산 사업자인지 불명확해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면, 사후에 적용 대상을 결정할 규제당국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깐깐해지는 보안인증은 대규모 자금을 다루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필수 요건이긴 하나, 이처럼 적용 대상이 애매한 상태에선 창업은 커녕 스타트업, 소규모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요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개정안 적용에 앞서 준비하기에 시간적으로 촉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는 기존 금융회사에 실명계좌 규제 등을 적용한 것도 내용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것이 애매한 상황에선 특금법 위반 사례가 될까 우려하는 금융사들이 계좌개설을 꺼려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란 얘기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실명계좌발급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태언 부문장은 "자전거를 타는데 규제가 있으면 누가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고 누가 자전거를 타겠냐"면서 "산업을 키우려면 기본적으로 규제를 최대한 완화해야 한다"며 개정안의 재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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