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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2TB 쌓이는 게임 데이터 힘…데이터야구·금융AI로

  • 2020.11.26(목) 14:42

엔씨, 게임 넘어 종합 테크 기업으로 성장
10년간 데이터분석·AI 연구 이어와

사진 위는 최근 '리니지2M' 1주년을 기념하는 광고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대장장이로 특수 분장을 하고 깜짝 출연한 장면. 아래는 2017년 10월 '리니지M' 출시 100일을 기념해 찍은 두편의 광고에서 김 대표가 직접 출연해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 장면이다.

엔씨소프트 게임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로그(기록)양은 12TB(테라바이트)에 이른다. 엔씨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게임 기획과 개발을 위한 지표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TJ의 쿠폰'이다. TJ의 쿠폰은 리니지 게이머들이 가장 기다리는 게임 아이템 중 하나다. 

엔씨소프트는 20년 넘게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개발하며 기술 개발력을 키워왔다. 기술력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 방향성 덕분에 엔씨는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이전인 2010년 초반부터 공을 들여왔다. 그 성과가 하나둘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창단 9년 만에 1위 기쁨 맛본 '데이터 야구'

엔씨의 기술력은 야구에 스며들었다. 그 결과 엔씨 야구단인 NC다이노스는 창단 9년 만에 올해 KBO리그 첫 정상에 올랐다. 엔씨가 '데이터 야구'를 적용한다는 건 이미 유명한 얘기다.

엔씨 측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창단 준비 시점부터 데이터 야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야구 데이터 분석가를 영입해 데이터팀을 꾸리고 지난 2018년 말에는 데이터 활용에 능한 이동욱 감독을 선임했다"고 말했다. 

NC다이노스는 지난 시즌 NC의 땅볼 타구 비율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데이터 분석(땅볼 아웃 10개 구단 중 1위)을 바탕으로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빠른 공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훈련했다.

또 야구단 창단 초창기부터 선수들이 언제든 자신의 투구나 타격을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 'D라커(D-Locker)'를 엔씨가 직접 개발했다. 이를 통해 영상과 기록, 투구추적시스템, 트랙킹 데이터 등 데이터를 확인하고 훈련에 적용했다. 

선수들도 데이터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올 2월 모든 선수단에 최신형 태블릿PC도 지급했다.

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음성합성·엔터에 적용

국내 게임사 최초로 AI 전문조직을 구축한 엔씨소프트는 스포츠와 게임 외의 분야에서도 AI 관련 성과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금융 AI다. 금융 AI는 김택진 대표의 개인적 관심사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업체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에 2013년 설립 초반부터 투자해 최대주주로 있다.

엔씨는 지난달 KB증권과 디셈버앤컴퍼니와 함께 '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한 합작법인(JV)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엔씨가 보유한 NLP(자연어처리) 기술과 KB증권과 디셈버앤컴퍼니의 금융 데이터를 접목해 AI가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AI PB(Private Banking)'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엔씨가 선보인 야구정보 앱 '페이지'에도 AI를 적용했다. 이 앱은 야구 경기 종료 직후 AI가 직접 편집한 '경기 요약 영상(Condensed Game)'을 제공한다. 모든 타석의 결과를 15~20분 수준으로 편집한 영상이다.

내년에 출시 예정인 '유니버스'에도 AI 등 최신 IT 기술을 결합한다. 유니버스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음성 합성 기술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엔씨는 뉴럴 보코더(Neural Vocoder) 기술인 VocGAN을 지난달 '인터스피치 2020(Interspeech 2020)'을 통해 정식 발표했다. VocGAN은 엔씨 스피치 AI 랩의 음성합성팀에서 자체 개발한 기술로 게임 튜토리얼 영상 '안내서'의 내레이션 제작이나 엔씨 사내 방송 등에도 활용됐다. 

또 엔씨는 언론사와 협력해 머신러닝 기반 AI 기자를 개발했다. AI 기자가 일기예보 데이터와 한국환경공단의 미세먼지 자료를 파악해 매일 세 차례 일기예보 기사를 작성한다.

엔씨소프트, AI
엔씨소프트, 디셈버앤컴퍼니, KB증권 3사는 10월 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조인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이사, 정진수 엔씨소프트 수석 부사장.[사진=엔씨소프트]

TJ쿠폰, 데이터센터 작품

엔씨의 데이터와 AI 기술력은 이미 게임 속에도 찾아볼 수 있다. 'TJ의 쿠폰'도 데이터센터를 통해 나온 작품이다.

TJ의 쿠폰은 게이머가 플레이 기록에 따라 다양한 보상을 받는 특별한 아이템이다. 데이터센터의 데이터 축적, 관리, 추출 등의 역량으로 탄생했다. 

또 '리니지2M'의 보스 몬스터도 AI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지금까지 게임에 등장한 보스들은 게이머들에게 아이템을 주기 위한 자원이었지만 AI가 적용된 보스는 게이머들의 전쟁 상황을 조율하는 조율자 역할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리니지2M의 여왕개미 보스는 자신의 굴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서 어떤 혈맹이 우세하고 위기인가를 파악해 그에 따라 강한 혈맹에 버프를 주거나 약자에게 스턴을 주는 등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또 약자를 도와주는 보스, 캐릭터 전체에 페로몬을 뿌려 게이머들의 상태를 한번에 바꾸는 보스도 등장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9월 열린 e스포츠 대회 '블소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 결선에서는 각각 다른 학습 체계를 적용한 3종류(공수 균형, 방어형, 공격형)의 AI를 프로게이머 상대로 선보였다. 

엔씨소프트, 10년간 연구 개발 이어져

엔씨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당장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기술력 향상에 공을 들인 결과다. 엔씨는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용으로 15~20%를 꾸준히 지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0년대 초 데이터 분석과 A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데이터 연구는 2010년 'DIC(Data Information Center)'로 시작해 2016년 '데이터 캠프(Data Camp)'를 거쳐 현재 '데이터센터(Data Center)'로 이어졌다. 현재 약 70여 명의 데이터 엔지니어, 분석가, 개발자가 데이터 사이언스로 근무 중이다.

AI 연구조직은 2011년 처음 AI 태스크포스(TF)로 시작해 다음해 12월 AI랩, 2016년 1월 AI센터로 확대됐다. 

한동안 대외적으로 AI 관련 큰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엔씨는 관련 조직을 꾸준히 키워왔다. 현재 AI 전문 연구인력은 200여 명으로 구성됐으며 AI 조직은 AI센터와 NLP센터 두개의 축으로 ▲게임 AI랩 ▲스피치랩 ▲비전 AI랩 ▲언어 AI랩 ▲지식 AI랩 등 5개의 랩으로 운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AI 조직
엔씨소프트 AI 조직

또 2018년부터 3년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엔씨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국내 주요 대학과 연구를 하고 있다.

엔씨 측은 "게임과 연관된 AI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AI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도구'라는 정의 아래 큰 비전을 갖고 있다"면서 "엔씨의 AI 조직도 5개의 랩을 운영하고 있지만 게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서는 '게임 AI 랩' 하나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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