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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대항 한국기업들, DX 결과는…

  • 2023.03.09(목) 08:30

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국내기업들, 넷플릭스 대응실패 아니라
꾸준한 DX전략으로 현재진행형 도전중

디지털 전환의 장애물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찻잔 속 태풍'. 세계 최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한반도에 상륙한 2016년, 국내 시장의 평가는 박했다. 국내 서비스 1년이 지난 시점의 가입자 규모가 10만명도 안 되고, 볼만한 콘텐츠도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찻잔 속 태풍론'은 견제구에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대응은 물밑에서 진행됐다. 

넷플릭스는 찻잔 속 태풍이 아니라 미국산 허리케인(싹쓸바람)이었다. 미국 시청자들이 유료방송을 끊고 OTT로 넘어가게 하는 코드커팅의 배후이자 디지털 전환(DX)의 대표적 사례로 불린다. DX 상징과도 같은 넷플릭스의 등장에 국내 기업들은 실제 대응을 어떻게 진행했을까.

각사 현실 따라 DX 가속화

SK텔레콤은 허리케인에 맞서는 길을 택했다. 콘텐츠 강자인 지상파3사와 손잡았다. 그 결과 SK텔레콤의 OTT '옥수수'와 지상파의 '푹'을 합쳐 '웨이브'가 탄생했다. 이들은 2019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고, 그해 8월 콘텐츠 공급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부로 규제 문턱을 넘었다. 돌아보면 정부의 속도가 아쉽다. 세계 최강자를 상대해야 하는데, 굳이 이런 규제를 받아야 했을까 싶다. 실제로 넷플릭스 가입자는 2016년 8000만명 수준에서 지난해 말 2억3000만명을 넘어섰다.

적어도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인사이트(통찰)를 보여줬다. 그는 2019년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연사로 참여해 아시아 전체가 함께하는 콘텐츠 연합을 제안했다. 넷플릭스에 대항하려면 그 정도 큰그림이 필요했다. 당시 포럼에는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CEO가 참석했으니, 돌직구를 던진 셈이었다. 

KT는 다른길을 걸었다. 2019년 말 '시즌'이란 OTT를 내놓고 독자노선을 걸었다. 당시 KT가 합종연횡의 길을 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CEO 교체 시기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새 수장 취임 전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KT는 국내 1위 유료방송사업자인 까닭에 합산규제도 받고 있었다. 가입자를 확대하는 인수·합병(M&A)에 제약이 따랐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자사 IPTV에 넷플릭스를 가장 빠르게 탑재시켰다. 나중에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진출할 때도 똑같은 전략을 가장 빨리 구사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DX는 진행중

통신3사의 대응전략에도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OTT 시장을 상당 부분 장악했다고 평가된다. 그렇지만 이를 DX 실패라고 부를 순 없다. 통신3사는 DX가 불러온 충격적 변화에 끊임없이 대응전략을 진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이후 '시즌'을 분사시키면서 콘텐츠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도 설립했다. 시즌은 지난해 CJ ENM의 티빙과 합병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최근엔 IPTV에 티빙을 넣었다. KT스튜디오지니는 설립 2년차인 지난해 별도 매출만 1000억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도 96억원을 기록했다.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예능 콘텐츠 '나는솔로'가 한몫 했다.

LG유플러스는 실시간 방송과 VOD, OTT를 통합하는 등 기존 'U+tv'를 'OTT TV'로 진화시키면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 중이다. 이 영향으로 작년 IPTV 매출은 1조3263억원으로 전년대비 5.6% 증가했다. 니치마켓(틈새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스포츠 뉴스와 영상을 제공하는 커뮤니티형 동영상 플랫폼 '스포키'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생중계로 시청자 유입이 급증, 올 2월 기준 누적 이용자 수 830만명에 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3사 OTT분야의 DX 과정에 대해 "경영진들이 DX 앞에 놓인 장애물을 빠르게 해결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빨리 실패하고 빨리 배우는' 변화를 조직 전반으로 확장한 결과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도 유사한 경로를 걸었다. 포드는 2016년 차량 판매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어렵다고 판단, 포드 스마트 모빌리티를 설립하고 자율주행·차량공유·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DX를 추진했다.

초기엔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포드 역시 진화하고 있다. 2021년 초 구글과 손잡고 완성차의 DX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AI·머신러닝·빅데이터 등 구글의 다양한 DX 기술을 자동차 사업에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AI를 활용한 생산효율화뿐만 아니라 음성인식, 미디어 콘텐츠를 통한 모빌리티 서비스 고도화까지 꾀하는 것이다. 이후 포드 주가는 5년전 대비 22% 올랐다.

DX,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전문가들은 DX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도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DX 실패에서 얻은 교훈과 관련 "DX는 플러그를 꽂듯이 바로 성과를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프로세스, 비즈니스모델, 문화, 시스템 등을 지속 개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럭셔리 패션브랜드 버버리는 장기간 지속한 DX를 성공시킨 사례로 꼽힌다. 버버리는 2006년 부임한 안젤라 아렌츠 CEO가 생산과 조직, 프로세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경영 전반에 DX를 접목하는 'Fully Digital BURBERRY' 비전을 내놓은 바 있다. 버버리 패션쇼를 온라인 채널로 생중계하고, 글로벌 채팅 지원을 하는 웹사이트를 오픈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선 직원들이 아이패드로 재고를 파악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그 결과 2015년 버버리 매출은 2006년 대비 4배 증가했고, 주가는 165% 상승했다(KT DX가이드북 제공).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파악한 DX의 장애물은 △조직 구성원의 저항 △디지털 이해 부족 △디지털 인재 부족 △IT 인프라 부족 △조직 미정립 △투자금 부족 등 6가지다. 6가지 모두 단기간 해결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 만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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