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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캡vs펙수클루, 소화성궤양용제 '경쟁' 아닌 '공생'

  • 2023.08.16(수) 06:00

P-CAB, 연평균 25.7% 급성장
"과당경쟁 대응도 준비해야"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의 입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선발주자인 HK이노엔의 '케이캡'에 후발주자인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까지 가세하면서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을 잡고 있는 양성자펌프억제제(PPI)의 자리에 P-CAB이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16일 비즈워치가 올 2분기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의 약물군 처방 비중을 분석한 결과 PPI가 전체 약물의 5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지만 작년 2분기와 비교했을 때 4%포인트가 줄었다. PPI는 위산에 의해 활성화한 후 프로톤 펌프와 비가역적으로 결합해 위산을 분비하는 약물이다. 1980년대에 국내에 도입된 약물로, 오래된 만큼 위식도역류질환에 가장 많이 처방이 되고 있지만 식사 전 복용, 짧은 약효, 야간 산 분비 등이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반면 P-CAB은 위산 활성화 없이 프로톤 펌프와 가역적으로 결합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고 빠른 약효, 높은 안정성, 약효 지속 시간 연장, 야간 산 분비 조절 효과 등으로 PPI의 단점을 극복해 차세대 소화성궤양용제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P-CAB 시장의 선두주자인 케이캡은 지난 2019년 9월 출시한 후 올 상반기 741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고, 지난해 7월 출시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는 올 상반기 233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는 등 P-CAB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올 2분기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의 비중은 17%로 작년 2분기 보다 5%포인트가 늘었다. 이밖에 국내 소화성궤양용제로는 H2수용체 길항제(H2RA)와 기타 약물이 각각 14%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약물군 비중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양사는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의 영역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선두주자인 HK이노엔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진출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케이캡은 국내에서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유지요법(25㎎) 등 5개 적응증을 확보했고 모두 보험급여 대상이다. 제품군 확대를 위해 물 없이 입 속에서 분비되는 침으로도 쉽게 녹는 '구강붕해정'도 발 빠르게 개발해 출시했다.

여기에 케이캡은 미국∙중국∙인도∙중남미 등 해외 총 35개 국가에 기술수출이나 완제품 수출 형태로 진출했다. 이 중 출시를 마친 국가는 중국∙몽골∙필리핀∙멕시코∙인도네시아 등 5곳이다. 

후발주자인 펙수클루는 국내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동시에 글로벌 진출을 모색 중이다. 펙수클루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 위점막 병변 개선 2개 적응증을 보유 중이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과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유지요법'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펙수클루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구강붕해정과 주사제도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도 필리핀, 에콰도르, 칠레 등 해외 3개국에서 '펙수클루'의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또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멕시코 등에 허가신청을 완료하며 '펙수클루'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중남미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케이캡과 펙수클루의 경쟁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쟁점은 P-CAB 시장 확대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위식도역류질환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7325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15%의 성장률을 보였다. 빠르게 성장하는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에서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PPI를 P-CAB으로 스위칭(처방 전환)해야 결과적으로 P-CAB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P-CAB 시장은 급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BCC 리서치(BCC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P-CAB 시장은 17개국 기준 2015년 610억원에서 2030년 1조8760억원으로, 연평균 25.7%씩 증가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P-CAB 시장 확대가 절실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향후 시장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제일약품, 일동제약 등 다수 국내 제약사들이 P-CAB 개발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P-CAB은 PPI의 단점을 극복한 차세대 소화성궤양용제인 만큼 국산 신약들이 경쟁보다 공생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PPI의 영역을 P-CAB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라면서 "다만 다수 국내 제약기업들이 너도나도 P-CAB 제제 개발과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향후 국산 P-CAB 제제 간 과당경쟁에 대비할 방어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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