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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은 함흥차사'…티빙·웨이브 언제 뭉쳐서 보나

  • 2024.05.30(목) 06:00

작년말 합병계획 발표…주주사 많아 이견 조율해야

국내 양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과 '웨이브'가 지난해 말 합병 계획을 발표했으나 반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척이 없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해관계자가 워낙 다양한 까닭에 구체적 합병 조건을 두고 난관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티빙의 최주희 대표도 공식석상에서 "스테이크홀더(주주)가 다양하고 많아 합의점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예견된 함흥차사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초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주사간 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 상황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MOU 발표 당시에 합병 비율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예상된 부분이기도 하다.

업계는 CJ ENM이 티빙-웨이브 합병법인의 최대주주 위치를 차지하고 SK스퀘어가 2대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해왔으나 이마저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한다. CJ ENM은 티빙 지분 48.85%를 보유했는데 네이버, 에스엘엘(SLL)중앙, 케이티(KT)스튜디오지니 등도 상당한 규모의 지분을 들고 있다.

네이버는 콘텐츠 사업 강화 목적으로 티빙 지분 10.66%를 보유하고 있고, 에스엘엘중앙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12.74%, KT스튜디오지니는 콘텐츠 사업 협력 차원에서 13.54%를 보유 중이다.

업계에선 재무상황이 나빠진 에스엘엘중앙이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 나온다. 에스엘엘중앙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516억원에 달했다. 2022년에도 영업손실 602억원을 기록했다.

반론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사 한 곳의 의견을 반영하면 다른 주주사들에게 제시하는 조건도 모두 변경돼야 하는 구조"라면서도 "일부 주주사의 의견 하나 탓에 합병 추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도 SK스퀘어가 지분 40.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가 각각 20%에 가까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지상파3사는 장기간 구축한 K-콘텐츠 저력을 기반으로 티빙-웨이브 합병법인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에도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제값을 받고 엑시트할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합병 OTT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다양한 조건과 함께 지분을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나온다.

콘텐츠 전략도 짜야

티빙과 웨이브의 사업 전략도 다소 엇갈리고 있어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정리가 필요하다. 티빙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정규 시즌 생중계에 나서면서 트래픽이 급증하는 등 성과를 내놓고 있다. 

웨이브는 미주지역 자회사를 통해 지난달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기 스포츠 중계권이나 해외 시장을 확보한 것은 합병법인에 이전돼 경쟁력으로 거듭날 수 있으나, 이를 두고 양사의 기싸움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합병법인이 탄생하기 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얘기다.

근본적으론 합병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과연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콘텐츠 경쟁력이 갖춰질 것인가부터, 티빙과 웨이브 각각 받던 구독료를 한곳에서 받으면 손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구독료를 대폭 인상할 경우 소비자의 가격저항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대표적 콘텐츠 제작사들인 기존 주주사들을 달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점이 합병법인의 시작점부터 이같은 난관에 봉착하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합병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적어도 콘텐츠 경쟁력만큼은 넷플릭스와 싸워볼 만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이태현 웨이브 대표와 최주희 티빙 대표가 방송통신위원회의 OTT 간담회에 참석했으나 합병과 관련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티빙과 웨이브 양사 관계자들은 "논의는 많이 진척됐다"며 "세부 조율이 남아 있고, 합병 이후 시나리오도 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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