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올해 2분기에도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요 수익원인 유·무선통신 사업 성장은 둔화하고 인공지능(AI) 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수익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KT·LGU+ 영업익 악화…시장포화 '직격타'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3사의 2분기 합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292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275억원)보다 2.6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석달 내 예상한 수치의 평균치로, 예상대로면 지난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게 된다.
통신사별로는 KT가 5377억원으로 가장 많고 SK텔레콤 4994억원, LG유플러스 2551억원으로 추정됐다. SK텔레콤만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7.76% 개선되고, KT는 6.66%, LG유플러스는 11.42% 각각 영업이익 감소가 전망된다.
예상 매출액은 KT 6조6641억원, SK텔레콤 4조4322억원, LG유플러스 3조5424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3사 합산 매출은 14조6387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은 소폭 늘어나지만 영업익은 줄어드는 흐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본업인 통신사업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데 있다. 실제 지난 1분기에도 3사의 유·무선 이동통신 매출 성장폭이 모두 1%대에 그쳤다.
또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상대적으로 높은 5G(5세대 이동통신)는 중·저가요금제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5G 순증 가입자 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40만명대를 이어왔지만 올해 2분기 들어서는 20만명대로 추락했다. 시장 포화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AI 회사' 공언에 투자부담↑
통신사들은 이처럼 본업에서 큰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도 투자는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AI를 필두로 한 비통신 회사로의 체질 개선을 공언한 만큼 기술 개발과 투자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해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하며 "AI 관련 투자 비중을 과거 5년간 12%에서 앞으로 5년간 33%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이후 오픈AI의 대항마로 일컫는 앤트로픽에 이어 미국 AI 검색엔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퍼블렉시티와도 손을 잡았다. 최근에는 미국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인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SGH)에 2800억원을 투자했다.
KT는 올해 초 정보기술(IT)과 AI를 더한 'AICT 컴퍼니'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고 AI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자체 AI 모델인 '믿음'을 개발해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AI·클라우드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를 단행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올해 AI 투자금액을 작년보다 최대 40% 늘리고, AI 인력도 2배 이상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올해 AI 투자금액을 전년 대비 30~40% 확대할 계획"이라며 "상황에 따라 AI 투자금액을 당초 계획한 것보다 더 늘릴 수도 있고 AI 인재 확보에도 힘쓸 것"이라고 했다.
고민은 AI에서 당장 비약적인 수익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들의 주요 수익은 여전히 통신사업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3사의 연결기준 매출 가운데 이동통신 비중은 SK텔레콤이 60.08%, LG유플러스가 42.13%에 달했다. 금융, 미디어, 부동산 등 다양한 자회사를 둔 KT조차도 24.79%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에 대한 결과가 당장은 (수익에)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정체를 타개할 미래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