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품질 논란에도 이동통신사들이 설비투자비용(CAPEX)을 줄이고 있다. 늘어나는 트래픽 수요에 추가 주파수 할당과 인프라 확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투자 파이를 키울 이유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3사 모두 줄인 투자…LTE 데자뷔?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올해 2분기 CAPEX는 1조58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 넘게 쪼그라들었다. 통신사별로는 SK텔레콤이 3880억원으로 53% 급감했고 LG유플러스가 5571억원으로 15% 이상 축소했다. KT는 6428억원으로 3사 중 가장 많은 CAPEX를 집행했지만 작년보다는 6%가량 감소했다.
분기 뿐만 아니라 상반기 전체로 봐도 이 같은 기조는 뚜렷하다. 2분기 누적 CAPEX는 SK텔레콤이 7050억원으로 32% 넘게 줄었고, LG유플러스도 9420억원으로 20% 축소됐다. KT는 9609억원으로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설비투자를 했지만 역시 전년 대비 3% 줄어든 수준을 나타냈다.
이들 통신사는 5G(5세대)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2019년 이후 매해 CAPEX를 줄이는 추세다. 이통3사 합산 CAPEX는 2019년 9조5950억원에서 2020년 8조2762억원, 2021년 8조2006억원, 2022년 8조1410억원, 2023년 6조9044억원을 기록했다. 4년새 28% 넘게 쪼그라든 것이다.
물론 5G 상용화가 올해로 6년 차에 접어든 만큼 통신사 입장에서는 CAPEX 하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LTE(4세대 이동통신) 도입 이후에도 관련 CAPEX는 감소했었다.
속도 저하 등 불편 사례 속출…'트래픽 느는데'
그러나 반대로 서비스 안정화가 되어야 할 시기임에도 품질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여전해 비판은 끊이지 않는 분위기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 통신분쟁조정사례집'에 따르면 이들 사례 중 5G 통신서비스 품질 불량 관련 사례는 다수다. 데이터 끊김과 속도 저하 등 통화품질 장애로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이 배상을 청구하고 계약 해지, 이용요금 면제 등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더욱이 급증하는 트래픽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가 주파수 할당이나 인프라 확장이 필수적이다. 이미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플랫폼 점유율이 치솟은 가운데 수년 내 대중화가 예상되는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은 유·무선 트래픽 증가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국제 표준화 작업이 본격화된 6G(6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2029년경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결국 통신 본업의 수익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6G 인프라 선점을 위한 통신사들의 CAPEX 투자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보유 주파수만으로도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CAPEX 집행은 한번에 수백,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신 품질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CAPEX를)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가져 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시장 포화나 6G 대비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