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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담합 과징금 1140억…법적 공방 불가피

  • 2025.03.12(수) 16:41

SKT 426억·KT 330억·LGU+ 383억 부과
공정위 "합의로 번호이동 건수 조정 위법" 
이통3사 "이중 과징금" 행정소송 예고

서울 시내 한 통신사 대리점/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매장려금을 담합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자 통신사들이 규제기관들이 서로 다른 판단으로 이중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경쟁 않고 합의 결정은 위법"

12일 공정위는 3사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 편중되지 않게 서로 조정하기로 합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40억원을 부과했다. 통신사별 과징금은 SK텔레콤 426억6200만원, KT 330억2900만원, LG유플러스 383억3400만원이다. 

공정위의 이번 판단 근거는 판매장려금 담합이다. 3사가 장려금을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하고, 점유율이 떨어지면 장려금을 늘리고 높아지면 줄여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공정위는 공동행위 규제로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에 대한 조정을 합의해서 했다는 점을 처벌한다"며 "경쟁해야 하는 걸 경쟁하지 않고 합의해서 결정한 것이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담합 행위는 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직원이 모두 한 장소에 모여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사들은 지난 2014년 12월 과도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한 혐의(단말기유통법 위반)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뒤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KAIT와 시장상황반을 운영했다. 

판매장려금은 통신사들이 자사 할인율을 높이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대리점에 제공하는 일종의 지원금이다. 한도에 제한은 없지만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으로 판매장려금 상한선을 30만원으로 제시해왔다. 특히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 시행 이후에는 지원금 차별을 막기 위해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토록 했다.

공정위는 실적 공유로 3사가 판매장려금 상한을 지키는 노력만 해야 했는데, 판매장려금 담합으로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 경쟁을 제한했다고 봤다. 실제 이통3사의 일평균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는 2014년 3000여 건에 달했지만, 담합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2016년에는 200건 이내로 급감했다. 일평균 번호이동 총 건수 또한 2014년 2만8872건에서 2016년 1만5664건으로 45.7% 쪼그라들었고, 2022년에는 7210건으로 더 줄었다.

공정위는 방통위 행정지도와 충돌된다는 지적에도 "행정지도가 개입된 담합은 법령 범위 내 최소한의 행위인 경우에만 공정거래법 집행 예외가 될 수 있다"며 "이번 건은 행정지도 이외 사항에 대해서 합의를 한 것으로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할 경우 받게 되는 금전적·비금전적 혜택이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과징금은 애초 최대 5조원대로 예상됐으나 실제 부과 금액은 천억원대로 확 줄었다. 담합이 자율규제 과정에서 발생해 고발로 이어지지 않은 데다 방통위 행정지도가 관여된 점이 고려돼 번호이동 가입자 매출액의 1%로 낮춰 산정됐다."방통위 따랐는데 정반대 논리로 과징금"

이통3사는 한목소리로 반발했다.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판매장려금을 30만원 한도에서 지급하라는 방통위 행정지도를 그대로 이행한 것인데 공정위가 이를 담합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실제 방통위는 이통3사가 단통법을 위반했다며 2020년부터 누적 1464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때는 공시지원금을 초과해 현금 등을 지급하는 등 과도한 장려금이 문제가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정위가 정반대 논리로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게 통신사들의 주장이다. 3사는 공정위 의결서 수령 이후 행정소송을 포함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SK텔레콤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유감"이라며 "방통위 단통법 집행에 따랐을 뿐 담합은 없었다.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는 대로 법적 대응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도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규제 기관 간 혼선과 판단의 차이로 이중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 규제기관들이 서로 다른 논리로 기업에 이중 과징금을 매긴 것"이라며 "규제 아래 있는 통신사로서 중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천억대 과징금 부과가 국내 통신사들의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이나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인 상황에서도 통신사들은 AI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며 "통신사당 수백억원대 비용은 향후 사업 추진에 영향을 안 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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