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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을 받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여부와 그 규모가 내달 5일 결론난다. 앞서 거론된 과징금 규모가 최대 5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통신업계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통신3사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기반한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까지 통신사들의 의견을 거들면서 부처 간 갈등으로까지 비쳐지는 상황이다.
'사안 중대'…두 차례 회의 거쳐 과징금 의결
19일 통신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6일과 내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통신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장려금 담합 의혹에 대한 전원회의를 연다.
이통3사도 이날 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이들은 앞서 지난 4일 최후 변론 절차인 사전 의견 개진을 진행한 바 있다.
전원회의는 재판으로 따지면 1심에 해당한다. 공정위 심사관(검찰의 검사 역할)이 제재 필요성 등을 설명한다. 판사 역할인 공정위원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위원회 논의를 거쳐 과징금을 최종 의결한다.
공정위 회의는 통상 전원회의와 소회의로 나뉘는데 전원회의에서는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크고 복잡한 사건을 다룬다. 그만큼 이번 안건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2영업일에 걸쳐 심결을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통신3사가 2015년부터 10년간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 거래조건, 거래량 등을 담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3사가 장려금을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하고, 점유율이 떨어지면 장려금을 늘리고 높아지면 줄여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매장려금은 통신사들이 자사 할인율을 높이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대리점에 제공하는 일종의 지원금이다. 한도에 제한은 없지만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으로 판매장려금 상한선을 30만원으로 제시해왔다. 특히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지원금 차별을 막기 위해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토록 하기도 했다. 방통위가 "통신3사의 행위는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온 이유다.
최대 5.5조…최소로도 작년 합산 영업익
담합 의혹 기간이 짧지 않은 만큼 과징금 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 기간에 발생한 관련 매출의 최대 2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앞선 공정위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해당)에는 SK텔레콤 1조4091억~2조1960억원, KT 1조134억~1조6890억원, LG유플러스 9851억~1조6418억원이 부과 가능 금액으로 적시됐다. 최대 5조5268억원, 최소 3조4076억원이다.
물론 공정위 심결은 통신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지기 때문에 최대 금액이 그대로 부과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적시된 최소 금액만으로도 이미 3조원대로 지난해 통신3사 영업이익(3조4960억원)과 맞먹는다. 과징금이 부과되면 통신시장 전반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이 최근 딥시크 사태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국내 통신사들의 AI 투자 필요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기업의 성장 측면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과 직결되는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AI 사업이 자금이나 인력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열세인 상황에서도 통신사들은 AI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며 "수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그 비용이 앞으로 수년간 AI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