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사업 무게추를 인공지능(AI)으로 옮기면서 임직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인력 사정에는 변수가 많지만, AI 사업에 자금을 대거 투입하면서도 다른 비용은 줄여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경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25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양사의 임원과 직원 수가 모두 감소했다.
먼저 SK텔레콤의 미등기임원은 사업보고서 제출일 기준으로 94명이다. 지난해 말 113명에서 20명 가까이 축소됐다. SK그룹의 조직 슬림화 기조 아래 이뤄진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신규 승진을 최소화한 영향이 컸다.
실제 SK텔레콤은 당시 3명만을 신규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최근 3년간 승진 인원이 두 자릿수였던 점을 감안하면 '별 따기' 수준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2명은 각각 인프라기술본부장, SK브로드밴드 AI 데이터센터사업부 기획본부장으로 AI 사업을 관할한다.
반면 자회사 전출이 아닌 퇴임 임원은 18명에 달했다. 전년(8명)의 2배가 넘는 인원이다. SK텔레콤은 정규직 직원수도 지난해 말 5153명으로 전년보다 127명 줄었다.
LG유플러스의 미등기임원은 7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4명에서 1명이 퇴임하고 7명이 신규 승진했다. 이 중 4명이 AX(AI 전환), 디지털혁신 등 AI 기술 관련 사업을 담당한다. AI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LG유플러스도 전년(84명) 대비로는 미등기임원이 14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규직 직원수도 1만374명으로 228명 줄었다.
KT는 정규직 직원이 1만5812명으로 전년보다 17%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한 여파다. 임원의 경우 올해 들어서는 7명을 신규 선임한 반면 10명은 퇴임하고 4명은 그룹사로 전출했다.
KT는 앞서 지난해 AI 서비스랩장, AI·Data 리드장, 클라우드·플랫폼 리드장, 모던 IT 리드장 등 AI 사업을 관할하는 신규 임원을 잇달아 선임했다. 올해도 AX정책담당, 테스트관리책임자(TMO) 본부장 등 신규 선임 임원들의 담당 업무가 AI 사업과 밀접하다.
통신사들의 인력 감축은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인 AI 투자는 늘려야 하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해 AI 사업에 많은 돈을 쏟아부은 이들 통신사는 올해를 AI 수익화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전방위적으로 OI(Operation Improvement·운영개선)를 추진하며 △운영비용(OPEX) 절감 △설비투자(CAPEX) 효율화 △비핵심자산 매각에 주력하고 있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2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사적인 비용 절감 노력은 기본이고, AI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며 "올해에도 꾸준히 OI를 추진해 효과가 지속되게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 역시 김영섭 대표를 주축으로 체질개선에 한창이다. LG유플러스 또한 AI 통화 에이전트인 '익시오(ixi-O)'를 주축으로 AI 사업 비중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연간 최대 5000억원씩 2028년까지 누적 3조원을 AI 사업에 투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도 내부에서는 훨씬 현 경영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임직원 수에 변동이 컸다는 것과 관련히 없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