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독감 등 감염병 치료제 중심이던 사업 외연을 항암 분야로 확대할지 관심이 모인다. 핵심 열쇠는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술에 있다. mRNA 기술은 감염병 뿐만 아니라 암,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으로 적응증(치료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고 있어서다.
플랫폼 구축 완료
27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mRNA 기술을 통해 감염병을 넘어 항암, 자가면역질환 등의 분야로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본뇌염 mRNA 백신의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플랫폼(원천기술)을 검증한 뒤 새로운 치료분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mRNA는 우리 몸에서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유전물질이다. 코로나19나 일본뇌염 mRNA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정보를 담은 mRNA를 주입해 우리 몸 안에 해당 단백질은 만들어낸다. 이후 면역세포가 이 단백질을 인식하면서 면역체계를 구축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 같은 원리 덕분에 mRNA는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체 mRNA 플랫폼을 구축한 곳은 아직 손에 꼽는다. 촘촘하게 짜인 글로벌 제약사들의 mRNA 백신 특허망을 회피하면서 자체적인 플랫폼을 확보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여러 국제 기구의 재정 및 기술적 지원을 받으며 이러한 장벽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1년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의 재정 지원을 받아 mRNA 플랫폼 구축 연구에 착수했다. 이어 2022년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로부터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1억4000만달러(1900억원) 규모의 연구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연구개발과 외부 기술도입을 진행, 독자적인 mRNA 백신 플랫폼을 확보했다. 지난달 모더나를 상대로 진행한 mRNA 제조기술 특허 무효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관련 법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데도 성공했다.
현재 가장 개발이 진척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mRNA 백신은 일본뇌염 백신인 'GBP560'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성인 402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1·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중간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후 후속 임상을 진행하면 CEPI로부터 최대 1억달러(1300억원)의 연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IDT바이오로지카 시너지 기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인수한 유럽계 CGT(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인 IDT바이오로지카를 통해 CDMO 사업영역을 항암 분야로 확장했다. 이전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감염병 백신 생산에 한정된 CDMO 사업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IDT바이오로지카는 특히 '종양 용해성 바이러스 치료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종양 용해성 바이러스는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침투해 이를 파괴하고 동시에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치료제다.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된 종양 용해성 바이러스 치료제는 암젠의 '임리직'이 유일한데 IDT바이오로지카가 이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향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구개발(R&D) 부문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3년 유방암 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종양 용해성 바이러스를 발굴해 국내에 특허 등록했다. 아직 기초연구 단계이지만 향후 개발이 진척되면 IDT바이오로지카의 생산 노하우와 CDMO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추가적인 M&A(인수합병), 지분투자 등을 통해 항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여력도 넉넉하다. 올해 1분기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순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에서 차입금 제외한 금액)은 7863억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를 통틀어 가장 많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mRNA는 아직 감염병 백신 외에 치료제 개발된 사례가 없어 시장성이 크다"며 "타깃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암,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분야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M&A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이 관계자는 "검토 중이지만 지금은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