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선보인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의 월간 이용자 수(MAU)가 '숲'(SOOP·옛 아프리카TV)을 넘어서면서 국내 개인방송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양사 서비스 이용자의 성향이 다소 다르지만 국내 대표적 스트리밍 사업자 지위를 놓고 벌이는 시장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숲은 장기간 구축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지키고, 글로벌 시장 공략 본격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18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치지직은 지난 11월 MAU가 242만명을 기록하며 240만명의 숲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치지직은 지난해 12월 서비스의 외부 오픈 당시 MAU가 130만명 수준이었는데, 지난 2월 베타 오픈 때는 200만명을 돌파하면서 당시 250만명 수준이었던 숲을 바짝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5월 정식 오픈을 할 무렵 치지직의 MAU는 229만명에 달하면서 숲과의 격차를 5만명대로 좁혔고, 6개월 만에 추월까지 성공했다. 2006년 '더블유'(W)라는 이름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숲을 서비스 1년도 지나지 않은 치지직이 넘어선 것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시청 화질 개선을 비롯해 파트너 스트리머의 음성을 활용한 TTS(Text to Speech), 빠른 다시보기, 드롭스(게임 아이템 지급 서비스) 등 주요 기능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스트리머와 이용자의 호응을 얻었다. 숏폼(짧은 동영상) '클립'(Clip), 카페, 네이버페이 등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하는 등 자산을 총동원했다.
치지직은 당초 세계 최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올해 초 국내시장 철수 직후 생긴 '빈집' 공략에 나섰는데, 게임 외 콘텐츠도 지속해서 보강하면서 외연을 넓혔다.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와 같은 e스포츠는 물론 스포츠,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와 중계권 등을 확보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치지직은 트위치 스트리머와 이용자 확보뿐 아니라 케이팝 축제 마마 어워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시상식 등 외부 콘텐츠를 수급하면서 서비스 1년 만에 안착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네이버는 스트리머 지원 확대와 서비스 고도화, 게임 대회 개최 등 콘텐츠 강화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인 까닭에 숲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숲은 국내에서 장기간 쌓은 기존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 진출로 지속가능한 성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수많은 경쟁 사업자 사이에서 살아남으며 쌓은 경험과 이용자 생태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있다.
숲은 지난 3분기 보고서에서 "그동안 많은 회사들이 숲을 벤치마크해 1인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시도했으나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당사는 독보적인 시장 내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며 "1인 미디어 플랫폼 산업은 특성상 진입 장벽이 낮고 누구나 시장에 참여할 수 있으나, 품질·가격·속도 등 모든 면에서 참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치지직은 네이버가 하는 서비스 중 하나이지만, 숲은 해당 회사의 단일 서비스라는 점에서 사업 집중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점도 양사 경쟁구도에서 중요한 요소"라며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와 국내 대표 포털 네이버의 이미지가 혼합된 치지직과 숲은 이용자의 결도 꽤 다르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숲은 글로벌 진출을 통한 큰폭의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숲은 지난 3월 사명을 변경하고 국내 플랫폼명도 SOOP으로 통합하면서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어 지난달에는 글로벌 플랫폼 SOOP을 정식 론칭하며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확장을 시작했다. 최근 최영우 신임 사장 겸 CSO(Chief Strategy Officer)를 선임한 것도 글로벌 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최영우 CSO는 2021년 12월 숲에 합류한 이후 동남아시아 시장 확장을 이끌었고, EA와 라이엇 게임즈에서 글로벌 e스포츠 리그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 인물이다.
반면 네이버는 치지직의 국내 시장 안착이 우선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경우 중장기적 관점에서 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언어를 고려해 치지직이란 서비스명칭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최근 네이버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직접 서비스하는 방식보다는 현지 업체 인수를 통해 추진한 사례가 많은 만큼 치지직의 글로벌 진출은 다양한 방식이 시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