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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줄였나

  • 2018.06.07(목) 08:44

KDI, 올해 3만6000명~8만4000명 감소 추정했으나
일자리안정자금, 사업주 자구책으로 감소폭 작을 듯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핫이슈죠.

 

정부는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각 15%씩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돼 일자리가 줄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게 목표인데,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수단인 최저임금 인상이 도리어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니 문제가 된 겁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과 관련, 정부와 청와대의 입장은 다른데요.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경험이나 직관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다. 특정 연도를 목표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쉽지 않다면 신축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은 "지금 그 말(속도조절론)을 할 때가 아니다"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죠.

 

◇ 고용감소폭은

 

그렇다면 과연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적어도 3월까지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5월3일, 한국노동연구원 '2018넌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효과' 보고서) "일부 식음료 분야 등을 제외하면 고용감소 효과가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결론이다." (5월15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아직까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영향 분석은 경제학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최소 1년 이상의 데이터가 쌓여야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투입된 데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까지 바뀌게 돼 결론을 얻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하네요.

 

[다만, 간접적으로 추정은 해볼 수 있다. 2017년 취업자 증가수는 연평균 26만명인데 올해 4월엔 14만명에 그쳤다. 줄어든 12만명 가운데 인구감소에 따른 자연감소분 5만명과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감소분을 제외한 나머지가 최저임금의 영향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추정해보니

 

KDI는 지난 4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최경수 선임연구위원 집필)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미국과 헝가리 사례를 들어 추정했는데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최저임금을 60% 올린 헝가리는 임금근로자 고용이 2% 감소했고(고용탄력성 -0.035), 미국(1977~1981년 연구)은 최저임금을 10% 올렸을 때 고용은 0.15% 줄어드는 것(고용탄력성 -0.015)으로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런 결과를 한국에 대입하면,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규모는 최저 3만6000명(미국)에서 최대 8만4000명(헝가리)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또 2020년=1만원을 목표로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15.3%의 최저임금 인상이 단행되고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용 감소폭은 내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의 120% 미만인 근로자 비중이 작년 9%에서 2020년 28%로 3배 급증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탄력성이 -0.035에서 -0.06으로 2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거죠.

 

KDI는 또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이미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실질 기준 84% 인상돼 전체 근로자 임금 중간값의 37%에서 50% 수준으로 높아졌고, 2020년 1만원까지 오르면 68%선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수준(2016년 기준, 프랑스 61%)에 이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KDI 보고서와 관련, "최저임금 효과는 각 나라 노동시장 사정이나 구조에 따라 다른데 미국과 헝가리의 고용 탄력성을 가져다 한국 사례를 `짐작`했다"며 "미국의 추정치는 옛날(1970년대) 것이고 헝가리는 최저임금 속도가 빨리 올랐다는 이유로 살폈지만, (정작) 최저임금 상대수준이 비슷한 영국의 고용 탄력성은 사용하지 않았다. 영국에선 최저임금의 고용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KDI가 한국의 고용탄력성 추정치는 사용하지 않았다”며 “부문별, 연령별 차이는 있지만 총계 차원에서 (한국의) 고용탄력성은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추정치를 사용했다면 고용감소 효과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 현실에서는

 

KDI는 올해 고용감소 규모를 3만6000명~8만4000명이라고 추정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봤는데요.


그 이유로 일자리 안정자금 효과를 꼽았습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3조원을 쏟아 부을 계획인데요.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자 수는 이달 초 기준 203만명으로 지급 대상자(236만)의 86%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132만명에게 자금이 지급됐습니다.

 

사업자들이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상품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충격을 흡수한 것도 고용 감소를 줄인 요인으로 보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근로자를 줄이는 것은 사업의 뼈대를 흔드는 일이기 때문에 우선은 보조적인 수단을 동원한다는 겁니다.

 

종합해보면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들지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내년과 내후년입니다. 앞으로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고용감소 폭은 커질 수밖에 없고 노동시장의 임금질서도 깨질 수 있습니다.

 

사업자들은 수당 삭감 근로시간 단축 노동강도 강화 등으로 버티다가 본격적으로 일자리 줄이기에 들어가게 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동일 임금을 받게 되는 하위 30% 범위 근로자들은 승진에 대한 욕구가 약화돼 기업의 인력 관리를 힘들게 하고,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규모를 계속 늘려야 해 재정에 부담을 주게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임금 근로자 하위 10%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득이 늘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는데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근로자 대열에서 탈락한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등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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