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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2]⑧보령제약, 알짜회사 손에 쥔 3세

  • 2018.10.16(화) 11:35

2008년 보령제약 김은선…보령메디앙스 김은정 정리
작년 보령홀딩스 만들었지만 공정거래법 적용 피해
보령메디앙스 정리 및 3세 김정균 후계승계 대비용

보령제약그룹은 1957년 10월 충남 보령 출신의 김승호 창업자가 서울 종로5가에 간판을 내건 보령약국이 출발점이다.

1960년대 초 '종로 5가 행인 다섯 중 하나는 보령약국 가는 사람'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전국 최대 소매약국이던 보령약국은 1962년 3월 정식 도매상 허가를 받아 보령약품으로 이름을 바꿨고, 1963년 2월 부산 동영제약을 인수해 제약업에 진출했다. 1966년 기존 보령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67년 일본과 기술제휴로 '이 소리가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란 광고카피로 유명한 용각산을 만들었고, 1970년대엔 프랑스와 기술제휴를 통해 '주머니 속 위장약' 겔포스를 선보였다.
 
70년대 후반부터는 새로운 회사를 연이어 설립하며 확장에 나섰다. 1979년 유아용품을 생산하는 보령장업(현 보령메디앙스), 1984년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보령산업(현 ㈜보령), 1991년 보령신약(현 보령바이오파마), 2004년 보령수앤수(현 보령파트너스)를 잇따라 계열사로 편입했다. 

 

계열사를 늘린 것은 단지 덩치 키우기 목적만은 아니었다. 김승호 창업자의 2세·3세들이 단계적으로 신설회사 지분을 확보하고, 신설회사는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회사인 보령제약 지분을 소유하면서 자연스레 신설회사가 승계의 연결고리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을 보였다.

 


# 장녀 김은선 보령제약…막내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김승호 창업주는 아들 없이 딸만 네 명을 뒀다. 이 중 장녀 김은선은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후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2000년 보령제약 사장, 2001년 부회장을 거쳐 2009년 보령제약 회장에 오르면서 경영권을 승계했다.

막내 김은정은 가톨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2002년 보령메디앙스 상무, 2006년 부사장을 거쳐 2010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둘째 김은희, 셋째 김은영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보령제약 승계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장녀 김은선 회장과 막내딸 김은정 부회장이 보령제약 및 보령메디앙스를 본격적으로 책임지기 전에 지분부터 먼저 정리했다는 사실이다. 

김은선 회장은 보령제약 회장이 되기 한해 전인 2008년 자신이 보유한 보령메디앙스 지분 전량(14.20%)을 막내 동생인 김은정 부회장에게 넘겼다. 김 부회장도 자신의 보령제약 지분 전량(5.18%)을 맏언니 김은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보령에 넘겼다.

10년 전 이런 사전작업을 통해 오늘날 김은선 회장이 지주회사 보령홀딩스를 통해 보령제약을 지배하고, 김은정 부회장은 보령메디앙스의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 자매간 계열 분리는 아직 진행 중

자매간 계열 분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김은선 회장의 보령홀딩스가 보유한 보령메디앙스 지분과 김은정 부회장의 보령메디앙스가 보유한 보령제약 지분 등 정리해야 할 고리가 남아있어서다.

보령제약그룹은 지난해 ㈜보령을 인적분할해 외형상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를 만들었다. 부동산임대사업은 기존 ㈜보령이 그대로 맡고, 보령제약 등 자회사 주식관리는 보령홀딩스가 나눠맡는 구조로 정리했다.

 

하지만 보령제약그룹은 지주회사를 만들어놓고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회사 전환 신고는 하지 않았다. 보령홀딩스가 인적분할 당시 자산총액 930억원으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1000억원)에 못 미치긴 했지만 의지만 있다면 1000억원을 넘기는 건 어렵지 않았다. 

특히 작년엔 지주회사 자산총액 요건 상향(1000억원에서 5000억원)을 앞두고 일동제약 등 다수 중견회사들이 지주회사 전환 러시를 이뤘음에도 보령홀딩스는 지주회사 형태는 갖춰놓고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되면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지지만 규제도 받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보령제약그룹은 혜택과 규제 사이에서 지주회사 신고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보령메디앙스 계열 분리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 일차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되면 상장자회사의 경우 지분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보령홀딩스는 인적분할 당시 코스닥상장사인 보령메디앙스 지분이 13%에 불과했다.

 

추가적인 지분 확보가 불가능하진 않지만 보령메디앙스가 이미 김은정 부회장 몫으로 정리된 상황에서 맏언니인 김은선 회장이 이끄는 보령홀딩스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보령홀딩스는 최근 보령메디앙스 지분을 1.29% 매각하면서 김은정 부회장과 거리 두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 알짜회사 보령바이오파마 3세 김정균 손에

 

현재 지주회사 보령홀딩스의 주주 구성은 김은선 회장(45%)과 김 회장의 장남 김정균 상무(25%) 그리고 김 회장의 자매들(30%)로 이뤄져 있다.

3세인 김정균 상무는 2009년까지 보령홀딩스의 전신인 보령의 지분율이 10%에 그쳤지만 2010년 김은정 부회장 등 세 명의 이모들로부터 각각 5%씩 총 15%의 지분을 매입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계열 분리의 일환이자 3세 승계를 대비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보령제약그룹의 3세 승계는 김은선 회장이 가진 보령홀딩스 주식을 아들 김정균 상무에게 승계하면 간단하게 끝난다. 비상장회사인 데다 가족들이 지분 전량을 가지고 있어 이렇다 할 걸림돌도 없다. 

 

하지만 보령제약그룹은 김 상무에게 단순히 보령홀딩스 1대 주주 지위를 물려주는 것 이상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상무가 개인적으로 소유한 비상장회사의 존재감 때문이다.

 

김 상무는 본인 지분 88%를 포함해 부인 장윤희 씨 등 직계 가족과 함께 비상장회사인 보령파트너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또 보령파트너스는 백신전문 비상장회사인 보령바이오파마 지분을 87.4% 가지고 있다.

김정균→보령파트너스→보령바이오파마로 연결되는 구조는 김 상무가 20대 초·중반이던 2008~2013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보령바이오파마는 2007년까지 ㈜보령이 지분 74%를 가진 자회사였으나 이후 유상증자 과정에서 ㈜보령이 실권하고 김 상무의 개인회사인 보령파트너스(당시이름 보령수앤수)가 참여하면서 지분을 늘렸다. 김 상무 개인 자격으로도 보령바이오파마 지분 3.5%를 가지고 있다.  

 

보령제약은 당시 보령바이오파마가 자본잠식이던 상황에서 ㈜보령도 증자에 참여할 여건이 되지 않아 보령수앤수(현 보령파트너스)와 대주주가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의 개인회사인 보령파트너스가 지배하는 보령바이오파마는 현재 자본잠식 해소는 물론 연 매출 1000억원에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의 알짜회사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서 주력 계열사인 보령제약과 거래 확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령이 1대 주주던 시절 보령바이오파마의 매출에서 보령제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했지만 보령파트너스 아래로 편입된 2010년부터 작년까지는 연평균 매출의 46%가 보령제약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김 상무의 개인회사로 편입된 이후 알짜회사로 거듭난 보령바이오파마. 그리고 이를 거느린 보령파트너스는 앞으로 지주회사 보령홀딩스와 유력한 합병 대상이다.

 

이 때문에 보령홀딩스가 요건을 갖춰놓고도 지주회사로 공식 전환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보령메디앙스의 계열분리 문제 외에 보령파트너스와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몸집 슬림화에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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