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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민연금 의결권]①'스튜어드십코드' 제역할 했나

  • 2019.05.02(목) 16:00

<주총 안건 반대율 분석>
3651개 안건 중 638개 반대.. 반대율 17%로 전년비 감소
의결권은 주주권의 일부…반대표 이후 움직임에 주목해야

국내 주식에 100조원을 투자하는 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은 상장회사와 시장참여자들에게 방향성을 제공하지만 때로는 연금사회주의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생산적인 논쟁이 되려면, 면밀한 분석 없이 특정 이슈만 바라보며 연금의 의결권 성격을 단정하기 보단 어떤 안건에 왜 반대했는지 분석하고 타당성을 검증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첫 해인 올해는 의결권 분석이 가지는 의미가 어느 때보다 크다. 비즈니스워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기주주총회 시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했다. [편집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처음 맞이한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서 예년 수준의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투자회사 주총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란 예측과 다른 결과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고 생색만 내고서 실제로는 불성실하게 이행한 것일까.

비즈니스워치는 올해 2월~3월에 열린 12월결산 상장회사의 정기주총 기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내역을 모두 분석했다.

국민연금은 총 558개의 투자기업에서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 중 365개 기업에서 1개 이상의 주총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전체 투자기업 대비 반대표를 행사한 기업 비율은 65.4%다. 10곳 중 6개 꼴로 반대표를 던진 것인데 새삼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국민연금은 556개 투자기업 중 359개(64.5%) 기업의 주총에서 1개 이상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안건 분석에선 기업 반대비율 못지않게 전체 안건대비 반대율도 중요한 지표인데 국민연금은 올해 정기주총에서 3651개 안건에 찬성 또는 반대 의사(기권 제외)를 밝혔다. 찬성 3013개(82.5%) 반대 638개(17.5%)이다. 지난해에는 3073개 안건 가운데 563개(18.3%)를 반대했다. 안건당 반대율은 오히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보다 낮아졌다.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처음 참여한 정기주총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통계상으로는 그렇다.

이러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데이터 자체에 변수가 있다. 올해 정기주총에선 전자증권 및 외부감사제도 변경을 반영,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정관을 고쳐야 하는 정관변경 안건이 많았다. 이 안건은 정상적인 주주들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국민연금도 전자증권·외부감사제도 관련 내용은 단 한 건도 반대하지 않았다. 다른 내용의 정관변경이 섞여있는 경우에만 일부 반대표를 던졌다. 따라서 올해 주총시즌 정관변경안건은 전반적으로 국민연금의 안건 반대율을 소폭 낮추는 변수로 작용했다.

다만 이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의결권 찬성·반대 비율 자체를 곧장 스튜어드십코드를 성실히 이행했느냐는 지표로 삼는 것은 섣부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것은 기존처럼 의결권행사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주주활동을 하겠다고 나선 것인 만큼 향후 행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종한 서스틴베스트 스튜어드십팀장은 "스튜어드십코드는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등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어서 의결권 분석만으로 코드 이행 여부를 평가하긴 어렵다"며 "코드 도입 전에는 의결권행사가 1년에 한번 돌아오는 일회성 이벤트였다면, 올해부터는 코드 도입취지에 맞게 반대표를 던졌는데도 변화가 없는 기업들에게 개선을 요구하고 꾸준히 대화해나가야 한다는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기 전에는 의결권행사가 주주활동의 ‘거의 모든 것’ 이었다면, 이제부터 의결권은 주총 이후 일련의 주주활동을 예고하는 '출발점’의 성격이라는 것이다.

대한한공 사례처럼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이 주총에서 부결되는 것은 여전히 드문 일이며, 연금의 반대에도 무리없이 안건이 통과된 기업이 절대 다수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을 향해 과거처럼 반대표를 던진 것만으로 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할 것인지, 아니면 스튜어드십코드 취지에 맞게 경영진면담이나 공개서한 등 다양한 주주활동을 이어나갈 것인가는 앞으로 핵심적인 관전포인트다.

이는 국민연금 의결권을 분석하는 기준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얼마나 던졌는지가 중요한 분석포인트였다면, 이제는 통계상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안건에 왜 반대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향후 투자기업에 대한 국민연금 주주활동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워치는 [2019 국민연금 의결권] 후속 기사를 통해 국민연금이 반대한 주총안건을 면밀하게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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