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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견 반복 거부땐…국민연금 '경영참여' 압박

  • 2019.07.12(금) 17:29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후속조치]①경영참여 주주권
중점관리기업 비공개대화에도 개선없으면 경영참여 전환
주총서 지속반대한 기업.. 단계적 주주제안→이사해임까지

우리나라 상장회사 주식에 120조원(직접·위탁 포함)을 투자하는 국민연금은 올해 정기주총 시즌 638개 안건을 반대했다. 국민연금이 찬성.반대 의견을 표시한 전체 안건(3651개) 중 17.5%에 해당한다.  ☞관련기사 2019 국민연금 의결권 분석

안건 반대비율이 한자릿수 초반인 다른 기관투자자들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국민연금이 해마다 반대표를 계속 던졌는데 꿈쩍하지 않는 기업에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반대한 이사진이 임기를 마치면 또다시 연임 대상에 오르고, 연금이 재차 반대하더라도 해당 이사는 새롭게 임기를 이어가는 일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과정이 다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지난 5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제출한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초안)'에 따르면, 연금은 앞으로 지속적인 반대의결권에도 회사 측이 꿈쩍하지 않는다면 주주제안, 표 대결(Proxy Fight)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수단을 동원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작년부터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해왔으나 단순 의결권 행사나 배당확대, 비공개 대화 등 경영참여와 무관한 주주권행사에 대한 규정만 만들었고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은 중장기과제로 미뤄뒀다.

이번에 마련한 초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은 중점관리기업(배당, 임원보수, 법령위반, 지속적인 반대표 행사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안)과 돌발변수(예상치 못한 우려)가 발생한 기업이다.

돌발변수가 발생한 기업이란 가습기 살균제로 논란을 일으킨 옥시레킷벤키저, 땅콩회항·물컵갑질 등 오너리스크가 불거진 대한항공 같은 사례를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 또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의결을 거쳐 문제가 있는 기업을 선정한 후 먼저 비공개대화를 실시하고,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본격적으로 경영참여로 전환해 주주권 행사에 나선다.

사안별로 행사할 수 있는 주주권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주주제안부터 이사해임 요구까지 단계별로 설정했다.

눈에 띄는 점은 주총에서 지속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기업이다.

중점관리기업 중 다른 사안은 비공개대화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공개관리기업으로 전환하기 전까진 어느기업이 관리대상인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 반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내역은 그때그때 공개하는 내용이어서 연속 반대표를 던진 기업리스트가 명확하다.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에서만 638개 안건에 반대했고 이 중에는 매년 주총마다 반복적으로 반대했는데도 유사 안건을 계속 올리는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초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앞으로 장기재직, 회사와의 이해관계 등의 이유로 해마다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했는데도 상장회사가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경우, 해당 결격사유를 가진 사람은 이사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1단계로 요구한다.

이러한 정관변경 요구안이 주총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기업이 별도의 자발적 개선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그 다음 주총에서는 직접 감사나 사외이사 후보자를 지정하는 더 강도높은 주주제안을 한다. 이후에도 개선 움직임이 없다면 이사해임까지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특히 이러한 단계적 주주활동과 함께 필요한 경우 의결권행사대리(Proxy Fight)도 할 수 있다는 점도 초안에 담겼다.

의결권행사대리는 지금처럼 주총에서 단순 찬성·반대 의견을 밝히는 것과 다른 개념이다. 이른바 '표 대결'을 펼쳐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국내외 주주들을 적극 독려,  우호지분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이번 초안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외부 용역을 거쳐 마련한 것으로 향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기금운용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9월께 확정할 예정이다. 앞으로 심의·의결 과정에서 내용이 일부 바뀔 수는 있지만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의 밑그림이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행위가 주주활동의 ‘거의 모든 것’이었지만, 경영참여 주주권 가이드라인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앞으로 의결권 행사는 일련의 본격적 주주권 행사를 예고하는 '출발점’의 성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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