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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논쟁 격화…해외사례 누구 말이 맞나

  • 2020.11.23(월) 18:15

감사 선임때 대주주 지분 3% 제한하는 개정안 '장외 논쟁'
경제개혁연대 "이탈리아·이스라엘 대주주 의결권 0% 제한"
최준선 교수 "이스라엘 논리적 비약-이탈리아 부작용 많다"

이른바 '3%룰'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장외 논쟁'이 뜨겁다. 이는 기업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기 위해 관련 사안의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최근 불거진 논점은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감사위원 선정시 대주주 의결권을 '0%'로 제한하고 있느냐다. 3%룰은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선 찾아보긴 힘든 규제다. 하지만 이들 두 국가처럼 더 심한 규제를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필요성이 있다는 게 도입론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는 공정경제 3법 중 하나인 3%룰이 담긴 상법 개정안 심사를 진행 중이다. 3%룰은 이사와 감사를 분리 선출하고 감사 선임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후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어, 감사가 대주주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법사위에서 3%룰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장외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3%룰을 원안대로 도입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TF에서 3%룰을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한 최대주주의 지분 합산 3%'가 아닌 '개별 주주에 대해 3%'로 완화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3%룰을 완화하는 결정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재계와 일부 학계에선 3%를 도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개 단체는 "과도한 기업규제로 투기성 거대 외국자본 앞에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3%룰이 '1주 1의결권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엔 해외에서도 3%룰과 같은 규제가 있느냐를 두고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일 경제개혁연대는 "이스라엘과 이탈리아는 대주주 의결권을 3%보다 더 낮게 0%로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룰이 국내에만 도입되는 과도한 규제는 아니란 근거를 댄 것이다. 반면 일부 학계에선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 틀렸다고 맞서고 있다.

경제개혁연대가 전한 이스라엘 상황은 이렇다. 신규 이사 선임의 경우 소수주주가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에 대해 거부권만 행사할 수 있고 재임 또는 3연임의 경우엔 소수주주의 과반 찬성만으로 선임된다. 즉 이사가 연임될 경우 대주주의 의결권이 0%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반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사외이사의 연임시 무조건 대주주 의결권이 0%인 것처럼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이는 사외이사를 최초 선임할 때 이미 대주주의 의지가 반영된 이사회 추천을 받고, 최초 이사 선임 총회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이 전혀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탈리아 사례도 경제개혁연대 주장의 진위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경제개혁연대는 "이탈리아에선 일정한 지분요건을 갖춘 주주들이 제안한 복수의 후보명부(slate)에 주주들이 표결을 한다"며 "최다득표를 한 후보명부의 제안자(주로 지배주주 측)가 모든 이사직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고, 최소 한 명의 이사는 차순위 득표를 한 후보명부의 1순위 후보에게 주도록 돼 있다"고 전했다. 대주주로부터 독립한 이사의 선임이 가능하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이 0%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최준선 명예교수는 경제개혁연대의 이탈리아 사례 논거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현지에서도 부작용이 많은 사례"라고 비판했다.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싶지 않은 기관투자자들이 적은 수의 이사를 후보 명부에 추천하면서 더 적은 표를 받은 주주들이 더 많은 이사를 선임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탈리아 방식은 결과적으로 누가 최대주주가 될지 예측이 불가하고 다양한 책략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 이탈리아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며 "한국이 이를 본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해외 사례로 받친 도입론자들의 논거가 모두 완벽하지는 않은 셈이다. 이스라엘의 경우는 최 명예교수의 주장이, 이탈리아의 경우는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선진국 등으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더욱 생소하다.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1주 1의결권 원칙'에 역행하는 3%룰이 입법화된 나라를 찾기 어렵다는 게 재계 일반의 주장이다.

전경련은 "해외 유사입법사례가 없다"며 "자본다수결 원칙에 역행하고, 대주주 재산권과도 중복 침해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 명예교수는 "상장사가 400여개에 불과한 이탈리아와 이스라엘은 상장사가 2235개인 한국의 모델이 될 수 없다"며 "미국, 영국, 일본 등 국가에선 이런 규제는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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