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556개 기업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안건 중 192개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192개 반대표를 사유별로 살펴보면 ▲독립성 취약(81개) ▲장기연임(45개) ▲출석률 저조(29개) ▲법령상 결격사유(16개) ▲감독의무 소홀(15개) ▲최근 5년 이내 상근임직원(8개) ▲기업가치 훼손이력(2개) ▲주주가치 훼손이력(1개) ▲주주가치 제고 불분명(1개) 등이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지침을 통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사유를 밝히고 있다. 사외이사·감사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사내 경영진에 조언하고 견제·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회사와 각종 이해관계에 얽혀있다고 판단하면 반대한다.
연금이 가장 많이 반대한 독립성 취약 사유는 주로 법률·경영자문 등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회사에 있는 인물이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박용석 롯데케미칼 사외이사 재선임안건에 반대한 이유도 '독립성 취약'이라고 연금 측은 밝혔다. 이와관련 기관투자자에 자문역할을 하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도 반대를 권고했다.
CGCG는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박 후보는 이미 롯데그룹 계열사에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롯데그룹 법률서비스를 박 후보가 직접 수임하지 않았더라도 대표 변호사로 재직중인 만큼 롯데케미칼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해당회사나 계열회사에서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으로 재직한 인물도 사외이사·감사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한다.
대표적으로 현대산업개발 계열사 아이콘트롤스의 서창환 상근감사가 해당한다. 서 감사는 2015년 3월까지 현대산업 계열사 에이치디씨영창(전 영창뮤직)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이전에도 현대산업개발, 현대아이파크몰, 아이앤콘스 등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국민연금은 또 사외이사·감사가 해당회사와 계열회사를 포함해 10년을 초과 재직하는 경우 반대한다.
영풍그룹 계열 영풍정밀의 김선우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은 2008년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돼 지난해 말 기준 재직기간이 9년11개월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김선우 후보가 이번에 재선임돼 새로운 임기 2년을 채우면 재직기간이 10년을 넘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라 반대한다고 밝혔다.
출석률이 직전 임기동안 75% 미만인 사외이사도 반대한다. SK그룹 계열사 에스엠코어 한헌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대표적이다. 한 이사는 직전임기인 2015년~2017년 평균 이사회 출석률이 24%에 불과하다.
이밖에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윤창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대해선 감독의무가 소홀했다고 지적하며 감사위원 선임에 반대했다. CGCG 역시 반대표를 권고하며 "윤창현 감사위원이 재직 중이던 2015년 말 삼성물산이 미르재단에 15억원 출연한 최순실 사태에 비추어 볼 때 회사의 평판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사후조치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다른 연기금보단 훨씬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며 "의결권 행사 지침은 다소 추상적인 부분이 있지만 장기연임·출석률 등 수치기준은 시장에서 보기에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