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한진그룹을 다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수일가의 잇따른 일탈행위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기업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2대 주주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는 5일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한진그룹 경영진 일가의 일탈 행위 의혹이 기업평판 악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장기수익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고,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확대시킬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전문위는 또 "한진그룹 관련 여러 불법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고 국민들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국민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과 예측 가능한 계획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한진그룹에 경영관리체계 개선 등을 포함해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문위는 "이러한 입장 표명이 자본시장법상 경영권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가 경영권 간섭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전문위원회의 이번 우려 표명은 지난달 3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밝힌 주주권 행사의 일환이다. 당시 기금운용위원회는 한진그룹 측에 ▲대한항공 사태에 대한 우려 표명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관련 문제 해결방안이 마련되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행법이 허용되는 한에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유사한 해외 주요연기금은 피투자기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통상 서한을 보내거나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해결에 나선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의결권 행사나 배당 확대 요구 등 소극적인 행보만을 보여 왔다. 이번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는 대한항공 사태가 전례없는 사건인데다 사회적 여론이 악화한 것을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전달할 공개서한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6월 중 곧 발표될 것으로 본다"며 "공개서한인 만큼 발표와 함께 홈페이지 등에 게재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주주권행사 방안인 경영진 면담은 비공개로 실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면담 결과도 국민연금 내부에서만 공유하기로 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이번 조치는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바람직하게 행사한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국민연금의 이번 주주권 행사는 다른 기관투자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