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강민경 기자] 이제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카메라 렌즈 하나만으로 거짓말 탐지가 가능하다. 별도의 센서 부착 없이 카메라 앞에 서기만 하면 대상자의 생체신호를 분석, 이상 신호를 탐지해 불안도 수치가 화면에 나타난다.
이번 CES 2025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지능연구단이 선보인 이 기술은 얼굴과 흉부 부위를 통해 생체신호를 추출, 이후 사실을 숨기려는 이들의 공통된 특징에 맞춰 이상 신호를 찾아낸다.
△눈 깜박임 횟수 △시선 △심박수 △호흡수 등 4가지 기준을 통해 이를 분석한다. 통상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생체신호다.
눈 깜박임 빈도수가 지나치게 많거나 혹은 아예 깜박이지 않으려 하거나, 시선이 흔들리거나 과하게 한 곳만 바라보거나 등의 경우 모두 이상 신호로 인식된다. 어떠한 센서의 접촉 없이 싱글 카메라 하나로 심박수와 호흡수까지 측정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를 추출해 종합 분석, 최종적으로 이상 점수가 얼마인지가 화면에 표시된다. 빛이 과도해 조명 반사가 일어나거나 노이즈가 낄 경우 등을 대비해 카메라 영상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화면에 함께 나타난다.
남기표 KIST 인공지능연구단 책임연구원은 "AI 카메라 하나로 이를 통합 분석하는 것은 획기적"이라며 "해당 기기는 세관 검사나 경찰 신문 조사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내 전자기기·수중드론 배터리도 '초음파'로 무선 충전
초음파를 이용, 전력을 무선 전송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KIST 연구진은 '초음파 전력 무선 전송'이 유용하게 쓰일 곳으로 '몸속'과 '수중' 등 크게 2가지를 꼽았다.
체내에 전자기기가 있을 때 기기의 배터리가 닳으면 수술을 통해 이를 교체하지만, 초음파를 통해 전력을 전송하면 수술 없이도 배터리 충전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또 수중드론 및 해저케이블 상태진단 센서 등 수중에서의 배터리 충전에도 용이할 전망이다.
허성훈 KIST 전자융합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해저케이블 결함을 진단하는 센서의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선 센서 전부를 물 밖으로 꺼내야 하는데, 이때 최소 수만달러가 들어간다"며 "수중드론 배터리의 교체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어군 탐지기처럼 필요한 곳 근처에 가서 초음파로 전력을 전송하면 배터리를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 이점"이라고 말했다.
초음파를 이용하면 기존의 전자 유도방식 대비 열이 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열이 나지 않아 체내 전자기기로의 전력 전달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휴대폰 등이 전자 유도방식을 이용하는 예다.
향후 연구진은 전송 가능 거리를 늘리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할 방침이다. 허 선임연구원은 "초음파는 물 뿐 아니라 금속·나무 등 어떠한 매질도 통과할 수 있어 전력 전송에 유리하다"며 "전력 전송 가능 거리를 더욱 늘리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세대반도체 양자기술단의 박민철 연구원은 AI 기반 2D 엑스레이 이미지를 3D로 시각화, 악천후와 같은 상황에서도 영상의 가시성을 유지하는 기술을 공개하며 CES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KIST가 기관 단위로 CES에 참여한 것은 2020년·2022년·2023년·2024년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올해 CES에서 AI·반도체·양자·의료 등 미래 유망 기술 7개를 전시했다.
오상록 KIST 원장은 "CES 2025에서 KIST 첨단 기술과 KIST가 지원한 혁신 제품을 세계 무대에 선보일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KIST 이술이전 및 사업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