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관세 인상 예고한 트럼프 ②혼다·닛산 합병 ③중저가 시장 확장하는 테슬라 ④품질과 가격 경쟁력 겸비한 중국 전기차 BYD(비야디)
한국 완성차를 대표하는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과제다. 최근 전화 인터뷰한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로 BYD를 꼽았다. 미국 현지 공장으로 대비 가능한 트럼프 변수, 자칫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혼다·닛산 합병, 여러 도전 과제에 직면한 테슬라 등은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지 않을 수 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비야디의 국내 진출은 국내 기업들에게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며 "이미 유럽과 일본 등 까다로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래는 조 선임연구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기차 판매 부진, 하이브리드 만회"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수출 환경 악화가 우려가 나온다.
▲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 여부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지금보다 관세가 오른다는 건 분명하다. 우리 자동차산업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관세 정책이 실제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멕시코나 캐나다 등 다른 국가가 우선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새 관세 정책의 후순위로 밀린다면 그만큼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또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2023년 10월부터 미국 공장을 본격 가동, 현지 투자를 계속 늘리면서 수출 감소 영향을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기차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된다면.
▲ 앞으로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 축소를 결정하게 되면 전기차 판매 위축으로 이어지며 전체적인 전기차 수출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 차원에서는 보조금 축소의 영향은 제한적인 요소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율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전기차 판매 부진을 하이브리드에서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 북미에서 전기차 판매는 단기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현재 시장 흐름에 맞춘 하이브리드 전략이 유효하게 먹힐 것으로 보인다.
"비야디 영향, 진출 초기 제한적…장기적 위협"
- 이달 중국 BYD(비야디)가 국내에 진출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 비야디는 배터리 생산부터 차량 조립까지 수직 통합된 공급망을 통해 원가 절감을 실현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다. 한국 기업들도 생산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편견과 배터리 안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 비야디 진출 초기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품질 면에서 비야디는 이미 유럽과 일본 등 까다로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들은 비야디와의 차별화를 위해 품질, 디자인,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동시에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생산 시스템 개선뿐만 아니라 공급망 효율화 등의 전반적인 혁신이 수반돼야 가능한 과제다.
- 비야디는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다 최근 고급화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 비야디는 중국의 저임금 구조와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로 차량 생산 비용을 대폭 낮췄다. 차량 제조비용의 약 60%를 차지하는 부품 조달을 자사 생산과 통합해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다.
그동안 비야디는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해왔는데 이제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고급라인을 통해 품질, 비야디만의 이미지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 시장에서도 글로벌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비야디가 어떤 모델을 어느 가격 수준으로 책정할지 아직 모르지만 합리적인 가격 선에서 우수한 품질, 차별화된 비야디만의 아이덴티티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다면 현대·기아차와 같은 국내 업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보다 가격 경쟁력이 변수"
-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독주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올해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나.
▲ 그렇다. 현재 전기차 생산의 70%, 소비 60%를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 등 다른 국가들은 경제 불확실성과 정책 변화에 따라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제한적일 수 있는 반면 중국은 안정된 내수 시장과 강력한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올해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본다.
- 올해 상반기 중 테슬라 중저가 모델Q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 중저가 모델 출시로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시장은 이제 보조금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낮은 가격대를 확보해 강세를 보이고 있고 테슬라가 도전을 받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이 가격을 대폭 낮추는 경쟁이 예상된다.
테슬라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였지만 최근 다른 업체들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만 테슬라에 도전하는 게 아니다. 현대차, 기아는 그동안 미국에서 정식 보조금을 못 받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오히려 점유율이 올라갔다. 그 사이 미국 시장에서도 테슬라의 점유율은 점차 감소 중이다.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새로운 브랜드, 신형 전기차 출시에도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기차 화재 사고 등 안전성 우려와 높은 가격이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저가 모델들이 출시된다 해도 단기간 내 내연기관 차량보다 확실히 저렴한 가격대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하이브리드 시장이 전기차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동일한 추세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혼다·닛산 합병, 큰 위협 아니다"
- 오는 6월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예고돼 있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혼다와 닛산, 미쓰비시의 합병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일시적으로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순위가 4위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큰 위협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순위 변화는 판매량 합산의 결과일 뿐 실질적인 경쟁력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현대기아는 과거 8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5위였던 시절과 비교해 현재 700만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글로벌 3위로 올라설 정도로 시장 내 위치를 강화해 왔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은 각사가 단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연구개발(R&D)과 미래 기술 투자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특히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율주행 같은 분야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규모 기업들은 협력과 통합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 이러한 합병이 반드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르노-닛산-미쓰비시 그룹이나 스텔란티스처럼 합병 후에도 혁신적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가 많다. 오히려 독자 브랜드의 정체성이 약화되고 조직 간 통합이 어려워지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합병의 성패는 기술 개발의 혁신성과 시장에서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단순히 기업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현대차·기아의 브랜드 경쟁력을 위협하기 어렵다고 본다.
조철
• 現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現 한중사회과학학회 부회장
• 現 한국자동차산업학회 부회장
• 前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
• 前 문재인정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