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대선 승리 직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이례적으로 일본보다 먼저 한국에 전화를 건 이유 중 하나는 조선에 있다. 미국과 일본보다 배 만드는 기술이 뛰어난 한국에 '러브콜'을 먼저 넣은 것이다.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수륙양용함 32척 중 절반인 16척이 정비 부실로 작전 투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미 해군은 전력 공백 해소를 위해 올해 전투함 6척을 신규 도입한다.
미국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국내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의 우권식 특수선사업부 영업부문장(전무)을 최근 만났다. 그는 "미국 조선소의 인력난과 생산 능력 한계로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HD현대중공업에 전략적 진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감의 근거는 '적기 납품'과 '기술력'이다. 그는 "미국 이지스 구축함 건조 대비 30% 짧은 기간과 절반 수준의 비용으로 함정을 건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우 전무와의 일문일답.
"건조 기간 짧고, 비용은 절반"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HD현대중공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적기 납품'과 '기술력'이다. 상선과 달리 주어진 납기 내 성능 검증까지 완료해야 하는 함정 사업의 특성상 납기 준수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5년간 국내 7척, 해외 3척 등 총 10척의 함정을 적기 또는 조기 인도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이지스 구축함 건조 대비 30% 짧은 기간과 절반 수준의 비용으로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효율성과 경쟁력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국내외 수주 역량을 집중해 우리 영해를 지키는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과 최신예 호위함 충남함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2023년 말에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기본설계를 완료해 납품했고, 현재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을 준비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건조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중함(잠수함) 기술은 어떤가.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 구축함뿐만 아니라 수중함(잠수함) 설계·건조 기술에서도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해군에 인도된 3000톤(t)급 '신채호함'(장보고-III 3번 함)은 현존 재래식 잠수함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 최초 독자 기술로 설계·건조된 이 잠수함은 여러 발의 잠대지 탄도미사일(SLBM) 탑재, 첨단 소음 저감 기술·수 주일 이상의 장기 잠항 능력도 갖추고 있다. △대잠전 △대함전 △정찰 등 다목적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최근 미 유지·보수(MRO) 시장이 뜨겁다. 특수선 사업부는 미국과 사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MRO 시장 진출은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한·미 안보동맹과 방산 동맹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비전투함 분야를 시작으로 전투함 MRO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도크 가동 여건상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미 해군이 만족할 수준의 서비스 제공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방산 벨트화 추진"
-중장기적인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은 어떻게 되나.
▲필리핀을 필두로 페루, 호주, 중동지역으로 이어지는 인도·태평양 방산 벨트화를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과는 10년 동안 △재발주 △연속 수주 △MRO 사업까지 협력분야를 확대하면서 필리핀의 해군 현대화 사업을 완성해 나갈 '전략적 동반자' 기반을 구축했다.
2016년 호위함 2척을 최초로 수주할 때는 다수의 선진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수주했으나, 호위함 2척의 성공적 인도를 통해 쌓인 필리핀 정부와 신뢰를 기반으로 2021년 후속 초계함 2척은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필리핀 이외의 지역은 어떤가.
▲중남미 지역의 페루와는 함정 4척에 대한 설계도면과 기자재 공급을 통한 '현지 공동 건조' 방식으로 첫 수주에 성공했다. 페루 정부로부터 향후 15년간 배타적 우선권을 획득해, 페루 해군 현대화와 조선산업 발전의 기반을 만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최신 호위함이 발주될 예정이다. 우리가 투자하고 있는 현지 조선소가 완공되면, 현지 건조 솔루션을 사우디에 제안해 '사우디 비전 2030'의 한 축을 담당할 계획이다.
사우디 비전 2030은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구축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장기 국가 발전 전략이다. 방산 부문에서 사우디는 방산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 방산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해외 방산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수선 전략 연구소는 어떻게 운영되나.
▲함정 분야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그룹의 연구역량을 접목하기 위해 미래기술연구원 내에 '함정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함정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은 △설계 △건조 △시스템 통합 △운용 지원 등의 분야에서 잠수함과 수상함 개발의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무인화·자동화·전기추진체계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특수선을 개발 중이다.
당사 연구원들은 지주사가 상선을 건조하며 이미 검증한 디지털 트윈(디지털 복제 모델) 기술을 함정 분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상선 분야의 미래 기술을 함정 분야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배타적이기 보다 적극적으로 다수의 뛰어난 기업들과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우권식
• 現 HD현대중공업 특수선영업부문장(전무)
• 前 HD현대중공업 특수선영업부문 상무
• 前 HD현대중공업 특수선영업부문 상무보
• 前 HD현대중공업 싱가폴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