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정유사들이 '바이오 연료' 사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요구 및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미래 에너지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읽히는데요. 그간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오던 정유사들은 중장기적 체질개선에 집중, 시장 선점을 위한 초석 마련에 분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수요 급증이 예측되는 선박유를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바이오 선박유 시장은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7.3% 성장세를 띌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해당 시장이 올해 39억달러(5조6500억원)에서 오는 2034년께 80억달러(11조6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죠. 정유사들이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연평균 7% 성장…'바이오 선박유' 뭐길래?
'바이오 선박유'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보호 규제에 기반해 탄생됐습니다. IMO는 2020년 1월부터 선박용 연료의 황 함량 기준을 규제해오고 있는데요. 'IMO2020'으로 불리는 이 규제는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IMO의 궁극적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선박 온실가스 저감 규제도 시행했고요. 단계적 목표치도 잡았죠. IMO는 200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30%, 2050년까지 50% 각각 감축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초기엔 황산화물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시도됐습니다. △황이 적게 들어간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정화장치인 '스크러버'를 선박에 설치하는 것 등 대응법이 제시됐죠. 하지만 경제성·효율성 측면서 '바이오 선박유'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됐습니다.
대규모 설비 투자나 새로운 선박 건조 없이도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췄다는 까닭에서입니다. 별도의 선박 엔진 및 연료 공급 시스템 개조도 필요 없고, 기존 선박유 공급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죠.
'바이오 선박유'는 기존 선박유에 바이오 디젤을 혼합해 생산됩니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통상 바이오 디젤과 선박유를 각각 3:7 비율로 섞는데요. 탄소 배출량은 기존 선박유 대비 65~80% 이상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경제성·효율성 다 갖췄다
지난 12일엔 HD현대오일뱅크가 국내 정유사 최초로 '초저유황 바이오 선박유'를 해외 선사에 수출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지난 7월 해당 제품을 국내 선사에 첫 공급, 이후 5개월만 수출 기록을 세웠죠.
이번엔 공급된 바이오 선박유는 황 함유 비율이 0.5% 이하인 초저유황중유를 기반으로 생산된 제품인데요. 황 비율이 낮아 별도의 '탈황설비'를 장착할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고유황중유와 바이오 디젤 혼합이 아닌 초저유황중유와 바이오 디젤의 혼합으로 생산된 것"이라며 "황산화물 배출량과 탄소 배출량을 동시에 저감할 수 있는 대체 연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IMO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해운업계에서도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대체 연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번 공급은 지난 2023년 9월 시작한 바이오 선박유 실증을 거쳐 실제 사업으로 발전한 경우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관리원이 실증을 지원,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바이오 선박유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품질 기준 및 성능 평가 기준 등을 마련한 바 있죠.
정부는 2025년 상반기까지 실증연구를 진행, 이르면 그해 하반기 중 국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내년부터 국내 정유업계 내 바이오 선박유 사업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