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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빅딜, 폭넓은 항공편 선택…가격 상승 우려"

  • 2025.01.20(월) 06:50

[신년 릴레이인터뷰] 산업의 길을 묻다
⑧황호원 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
"세계 11위 대형항공사로 네트워크 강화"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025년 항공업계는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지방 노선 축소와 노선 독과점에 따른 항공권 가격 상승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만난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은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소비자 부담 증가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주력 과제는 인바운드 수요 창출"

-2025년 한국 항공산업은 어떤 트렌드와 도전에 직면하게 될까.

▲ 올해 항공산업은 국제 항공 수요 회복,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는다. 국제선 여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넉넉히 넘어서고 특히 일본·미주 노선이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리미엄 여행 수요 증가도 주목할 만하다.

항공 연료 가격의 변동성과 높은 환율로 인해 운영 비용 상승 압박은 지속될 것이다. 항공기 리스료와 연료비가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높은 환율은 항공사 수익성에 부정적이다. 

국내 항공사가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방한) 수요 창출이다. 올해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성장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전자여행허가제(K-ETA)와 비자 발급 절차 개선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 항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은.

▲ 먼저 인공지능(AI) 기반 운항 최적화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기술 적용을 본격화해야 한다. 연료 효율이 높은 친환경 항공기와 차세대 항공권 예약·판매 기술 표준 시스템인 NDC(New Distribution Capability) 등의 도입도 필수적이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항공 방산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 역시 뺴놓을 수 없다.

서비스 품질도 차별화해야 한다.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프리미엄 라운지, 모바일 기반 체크인 등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즈니스와 관광, 물류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춘 특화된 노선 개발이 필요하다.

"세계 11위 항공사 탄생…가격 상승 우려"

그래픽=비즈워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의 파장은.

▲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국내 항공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통합 항공사는 세계 11위 규모의 대형 항공사로 자리 잡으면 글로벌 네트워크 경쟁력이 강화된다. 외국 항공사와의 제휴, 협력 기회 확대가 예상되고 소비자는 폭넓은 항공편을 선택할 수 있다. 두 항공사의 네트워크를 통합으로 중복 노선 조정을 통해 더 많은 직항 노선, 향상된 환승 편의성 등도 기대할 수 있다.

간접적인 효과로, 합병 과정에서 일부 노선과 슬롯이 다른 LCC 항공사에 이관될 예정이다. 이는 항공 시장 내 다양한 항공사의 성장을 촉진할 기회를 불러올 수 있다.

몇 가지 우려도 있다. 일부 노선에서 경쟁이 줄어들면 독점적 서비스로 인한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 또 예약이나 마일리지 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보유 고객들의 혜택 변화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래픽=비즈워치

-대형 항공사 탄생으로 LCC 업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차원의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통합 항공사가 반납하는 국제선 22개, 국내선 8개 노선을 제주항공, 티웨이항공과 같은 비(比)대한항공계열 LCC에 우선 배분할 필요가 있다. 더블린, 리마, 유럽, 서남아시아 등 신규 중장거리 노선의 운수권을 추가로 배정해야 한다. 또 세제 혜택과 저렴한 공항 사용료 지원 등도 필요하다.

LCC가 살아남으려면 기본 저비용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서비스 품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기내 엔터테인먼트, 편의시설, 좌석 선택 옵션, 기내 식음료 서비스 등을 강화하고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 진에어의 '나비포인트', 제주항공의 '리프레시포인트', 티웨이항공의 '티웨이플러스' 등이 긍정적인 사례다.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프로모션과 시즌별 특화 서비스로 차별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대형 항공사와의 코드셰어나 조인트 벤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본 운임을 낮추는 대신 부가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 모델을 강화해 좌석 선택, 수하물 요금 등에서 추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수익성이 낮은 지방 노선의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 이 우려를 해소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공항 이용료 면제, 세제 혜택, 저금리 대출 등 지역 항공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수익성이 낮은 지방 노선에 보조금이나 운항비용 지원을 통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 경제에 중요한 노선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

항공사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을 강화해 지방 특산물과 문화 관광을 타깃으로 한 관광 노선을 운영하거나 공동 마케팅 캠페인을 추진해야 한다. 지방 공항을 기차역이나 버스와 연계한 통합 교통 시스템 구축, 항공권과 기차 티켓의 패키지 판매 등이다.

"전기·수소 항공기 대안은 하이브리드"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친환경 항공 기술의 상용화는 현실에 얼마나 가까워졌나.

▲ 친환경 항공 기술의 상용화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수소 연료 항공기와 전기 항공기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기 항공기는 배터리 기반의 전력 시스템을 사용해 탄소 배출이 없고 소음과 운영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5인 미만의 소형 전기 항공기는 개발됐지만 배터리 성능의 한계로 대형 항공기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이스라엘의 에비에이션 에어크래프트가 개발한 9인승 전기 비행기 '앨리스'는 2027년 운항을 목표로 하며 최대 1040km를 비행할 수 있지만 장거리 상용 항공편은 2030년대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 연료 항공기는 수소를 통해 전기를 생성하거나 연소하여 운항하는 방식이다. 아직 수소 저장과 연료 전지 기술, 항공기 설계의 혁신이 필요한 단계로 효율성과 비용 해결이 큰 산이다. 미국 항공기용 수소·전기 엔진 제조사인 제로아비아(ZeroAvia)는 2026년 수소 연료 엔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32년까지 200인승 항공기 엔진 인증을 계획 중이다. 에어버스 역시 수소 연료 항공기 모델 'Zeroe'를 2030년대 초반까지 상용화한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항공기는 기존 화석 연료 엔진과 전기 또는 수소 연료 시스템을 결합한 방식으로, 단거리나 중거리 비행에 적합하다. 독일 회사인 H2FLY는 액체수소 기반 전기 항공기의 비행에 성공해 최대 항속거리를 1500km까지 늘렸는데, 2030년대 중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 비행이나 AI 기술 도입이 항공산업에 미칠 영향은.

▲ AI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여행 추천을 제공하고 스마트 챗봇과 같은 지능형 가상 비서를 통해 24시간 고객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고객 서비스와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행 경로 최적화, 교통 관리로 공항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자율 비행 기술은 인간의 실수를 줄이고 비행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실시간 비행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상 상황에 자동으로 대응하며 예측 시스템을 통해 잠재적 위험을 미리 식별하고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운항 경로 최적화는 운항 시간과 연료 소비를 줄여준다.

자율 비행과 AI 활용의 상용화를 위해선 기술적, 법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컨대 자율 비행 시스템은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철저한 검증과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며 AI 기술 역시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항공 규정은 피로 쓰여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2024년 12월29일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관련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해 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는 대규모 사상자를 초래하며 항공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 먼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항공사, 공항, 정부는 안전 관리와 비상 대응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기준을 준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안전 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항공사는 정비와 점검 절차를 더욱 강화하고 조종사와 승무원의 비상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 역시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비행 전후 점검 주기 초과나 결함 해소 절차 미준수와 같은 규정 위반 사례를 방지하려면 내부 감사와 교육을 통해 안전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공항도 항행안전시설 점검 등 공항 안전 시설을 다시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항행안전시설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안공항을 포함한 여러 공항에서 발견된 콘크리트 둔덕과 같은 위험 시설은 즉각적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해 공항과 항공사 간 협력 체계를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위험 요인을 체계적으로 식별하고 평가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 사고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항공업계에는 'Rules written in Blood'(규정은 피로 쓰여있다)라는 말이 있다. 비극적인 항공기 사고와 인명 손실이 난 뒤에야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이번 사고의 교훈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

황호원
독일 마인츠대학교 법학박사
• 現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
• 現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 수석 부회장
• 現 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
• 現 국토부장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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