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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IRA 없앨 이유 있나? 이름만 바꿀 것"

  • 2025.01.13(월) 06:50

[신년 릴레이인터뷰]산업의 길을 묻다
⑤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
"내수부진에 금리인하…달러 1350원대로"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올해 4대 경제지표인 물가·금리·유가·환율는 어떻게 될까? 대외 환경이 요동치면서 기업들이 올해 사업 계획을 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만난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 질문에 대해 △2% 미만의 물가상승률 △내수 부진으로 인한 금리 인하 △저성장 고착화에 의한 유가 안정화 △달러-원 환율의 1350원대 안정화로 답했다.

올해 가장 큰 변수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가 유세 기간동안 'IRA를 철폐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공화당의 정강정책에는 그러한 표현이 담겨있지 않다"며 "트럼프는 IRA 정책의 명칭을 바꾸되 구체적 조항들은 거의 대부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래는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

"내수 부진에 금리 추가 인하 불가피"

- 4대 경제지표인 물가·금리·유가·환율에 대한 진단이 궁금하다. 우선 올해 물가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면?

▲ 물가는 지난해에 이어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이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뿐 물가가 잡힌 것은 아니란 뜻이다. 이미 물가가 높게 치솟은 상태에서 2% 미만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된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가 아니기 때문에 서민들은 여전히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 물가상승률이 하향 안정화된다면 금리 인하 속도도 빨라질까.

▲ 기본적으로 고금리의 가장 주요한 배경은 고물가 현상이다. 지난 2022년부터 2024년 중반까지 세계 각국에 41년 만 고물가가 찾아왔다. 가령 2022년 6월 미국 물가상승률 9.1%는 41년 만 최고치였다. 이러한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은 5.5%까지, 한국은 3.5%까지 각각 금리를 끌어올렸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2%에 가까워지고 있다. 물가 안정 목표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 목표를 이뤘으니 높은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올해는 세계 각국이 생각하는 중립 금리를 찾아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해 나갈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부 유럽 국가는 금리 인하를 조금 서둘러서 해야 한다. 내수가 부진해 경기 활성화 측면에서 금리 인하를 적극 단행하는 과정이 나타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은 반대의 행보를 보일 수 있다. 경제가 견조하니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내 '금리 인하 중단설'이 퍼지기도 했다. 실제 금리 인하를 중단한다기보다 금리 인하 속도를 그만큼 줄인다는 속뜻이 담겼다. 초반에 과감히 금리를 인하했다면 지금부터는 신중하게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기조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예컨대 골프와 비슷하다. 골프를 칠 때 첫 타는 과감하고 힘 있게 때린다. 어차피 목표 지점까지는 공이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표점에 가까워질수록 공을 넣기 위해 신중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미국이 금리 인하에 신중해지고 한국은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임할 경우 한미간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지 않나. 한국 경제에 영향은 없을까?

▲ 그 부분에서 한국은행이 상당한 딜레마에 놓이게 될 것 같다. 현재 내수 경기가 너무 침체된 상황이라 금리 인하가 필요한 입장인데, 탄핵 정국까지 겹쳐 강달러 기조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강달러를 방치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굉장한 고심이 있을 것이다.

물론 금리를 동결하거나 유지하는 자체도 내수 부진을 방관하는 것으로 좋지 않은 선택지다. 좋지 않은 선택지 두 가지 가운데 그나마 덜 안 좋은 게 무엇일까를 고르는 여정이 될 것 같다. 다만 '환율 방어'와 '내수 부진'이라는 두 가지 고민에서 보다 심각한 주제는 후자로 보인다.

IMF 세계 경제 전망./그래픽=비즈워치

"경제 저성장 고착화…유가 하향 안정화"

- 국제유가와 환율에 대한 전망도 궁금하다.

▲ 유가는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 올해 세계 경제를 '저성장 고착화'로 표현할 수 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2%로 진단했다. 세계 경제 평년 성장률인 3.7%를 밑돈다.교역량과 수출액이 감소, 신규 투자액과 소비 지출액도 줄어들 전망이다. 원유에 대한 총 수요가 둔화된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정책이 '셰일 오일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이다. 실제 개발·생산·수출로 연결되기까진 2~3년  걸리겠으나 그의 의지 표명만으로도 원유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데 공급은 더 늘리겠다고 하니 하향 안정화 추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강달러 뉴노멀…1350원 향해 점진적 안정화"

- 지속되는 '강달러 뉴노멀' 원인은 무엇인가.

▲ 환율은 4대 지표 중 가장 중요한 변수다. 올해 '강달러 뉴노멀' 현상은 말 그대로 정의처럼 내려질 거라고 본다. 과거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지금보다 더 높은 환율을 기록했었지만 경제적 쇼크에 따라 환율도 쇼크처럼 일시적으로 정점을 찍고 내려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점진적으로 환율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이것이 강달러 뉴노멀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어떠한 쇼크 때문에 강달러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강달러가 나타나는 것이다.

'강달러'의 가장 대표적 요인은 '펀더멘탈'이다. 미국 경제는 견조한 반면 한국 경제는 허약하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미국의 잠재성장률마저 올라가는 형국이다. 때문에 한국의 펀더멘탈은 무너지게 된다. 통화 가치에는 그 나라의 펀더멘탈이 반영되니 강달러 뉴노멀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의 강달러 뉴노멀 국면을 만든 가장 중요한 변수는 탄핵 정국이다. 정치적 리스크는 불확실성이자 물음표를 뜻한다. 이 물음표가 있는 동안엔 '굳이 이 나라의 원화를 갖고 있어야 되나'라는 의문과 불안이 든다. '차라리 안전자산을 갖고 있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지면서 원화를 버리고 달러를 갖게 되는 것이다.

2024년 원달러 환율 추이./그래픽=비즈워치

-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넘어갈 지에 대한 우려도 많은데.

▲ 추가적인 정치적 리스크나 변수가 등장하면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변수들이 반영된 달러-원 환율은 1480원 수준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1400원 그리고 1350원을 향해 매우 점진적으로 안정화될 전망이다. 통상 1300원 이상일 땐 강달러로 평가한다. 이러한 강달러가 유지됨에도 불구, 1500원을 뚫고 올라갈 확률보다는 내려갈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내년 한국 산업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까.

▲ 단기적으로는 수혜를 보는 기업도 일부 있다. 예컨대 화장품 기업들은 팜유와 같은 오일이 원자재인데 통상 6개월 이상 쓸 여분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달러일 때 팜유를 싸게 사와 그 팜유로 제품을 생산하고, 화장품을 수출할 때는 달러 베이스로 매출을 일으키니 채산성이 올라가는 구조다.

식료품 업계도 마찬가지다. 라면·제과 기업들도 밀이나 밀가루 등 원자재를 달러 가치가 떨어져 있을 때 미리 구매해 비축해 놓고 이를 소진하는 방식이니 단기적 이익이 생긴다.

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상황은 반대가 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돈을 주고 원자재를 사와야 한다. 업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강달러가 장기화될 경우엔 모든 산업계가 리스크를 겪는다. 에너지·식료품·철·비철금속 등 대부분 산업계가 원자재를 대외에 의존하고 있고 이를 달러 베이스로 들여오기 때문에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항공업계다. 항공업계는 환율에 특히 예민해 항공유를 미리 비축해 두지 않는다. 때문에 환율이 높게 치솟으면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최근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녹록지 않아 수송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고, 탄핵 정국에 하객 수도 감소세인데 강달러에 비용 부담이 가중되니 타격이 크다.

- 이에 대한 대안은 없나?

▲ 금융당국의 대응이 필요하다. 대외신인도를 관리하기 위해 해외 주요국 및 언론과의 협업도 중요한 시점이다. '시스템적으로 한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또 한국은행으로서는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거나 기존 통화 스와프 사이즈를 키우는 계약을 염두에 두는 등 외환이 급격히 빠져나갈 것에 대한 대응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 IRA 철폐? 공화당 정책 아니다" 

주요 산업 관련 트럼프 공약./그래픽=비즈워치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산업계도 노심초사다. 트럼프의 정책적 특이점 및 그의 속내는 무엇일지?

▲ 트럼프의 큰 그림은 그가 유세기간 중 쓰고 다녔던 모자에 적혀있다. 'Make America Great Again'을 줄여 '마가(MAGA)'로 부른다. 한마디로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얘기다.

'마가'라는 추상적인 그림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반도체·AI·자율주행·전기차·로봇·배터리·우주 산업 등 미국이 생각하는 유망 산업을 미국 내 완전히 재배치하는 것이다. 

반도체로 예를 들어보자. 반도체 설계를 가장 잘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소재는 일본이, 파운더리는 대만과 한국이 강국이다. 이렇게 분산된 밸류체인을 A부터 Z까지 모두 미국 내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 그의 속내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관세 인상'을 내세우고 있다. 관세 인상은 트럼프를 상징하는 첫 번째 정책이기도 하다. 관세를 올린다는 건 수입을 받지 않겠다는 뜻인데, 이는 곧 '수출하지 말고 미국 내 제조 기지를 둬라'는 일종의 압력이다. 관세 인상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중국에 공장을 둔 해외 다수 기업들이 우선 중국으로부터 빠져나와 미국으로 기지를 옮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발을 빼고 법인세를 낮추는 것도 그의 공약이다. 모두 '마가'를 완성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다. 비용 절감 측면서 기업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외 다양한 기업들이 미국으로의 이전을 고민할 수 있게 유인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중국 내 설비 투자 규모가 큰데 대안이 있을까?

▲ 단기간 내 중국에 있던 공장을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다만 상대적으로 중국 내 반도체 제조 비중을 줄여나가고 미국 등 타국에서의 제조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하나의 방향성이라고 볼 수 있다. 

-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나 칩스법을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 트럼프가 유세 기간동안 '공화당의 정강정책에는 그러한 표현이 담겨있지 않다. 

정치적으로 공화당이 이 정책을 전면 철폐하긴 쉽지 않다고 본다. 공장이 지어진 미국 내 지역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미국 국민 대다수도 'IRA와 칩스법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데에 굉장히 효율적인 정책적 수단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기준 IMF 통계자료에 따르면, IRA 등 정책 시행 이후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Inward)가 줄어든 반면 중국이 다른 나라에 공장을 짓는 해외직접투자(Outward)는 늘었다. 

이러한 정책은 '마가'를 완성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것을 없앨 이유가 있을까? 다만 트럼프는 정책의 명칭을 없앨 가능성이 크다. 이름을 바꾸되 구체적인 조항들은 거의 대부분 살려둘 것이란 전망이다.

김광석
• 現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現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 前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 前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 前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 연구원
• 前 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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