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용산구 소재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2가지 통근 전략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이번 달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방위비 인상 요구를 수용하는 동시에 반사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정부 전략이다. 두 번째는 국내 방산업체들이 안으로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밖으론 한국전쟁에 참전한 개도국에 기술이전하는 수출 다각화 전략이다. 2가지 통큰 전략으로 G2G(정부 대 정부)라 불리는 방산의 그릇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그는 "6.25 한국전쟁 때 우리를 도왔던 나라에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기술이전을) 도와줘야 한다"며 "힘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선진강대국과는 이런 측면에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채 회장과의 일문일답.
"미군 주둔비 증액하면서 반사이익 최대화"
-한국은 대통령 탄핵 소추안 국회 통과로 국내 정치 리스크가 고조되고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서 방위비 등 '동맹 재조정' 가능성이 커졌다.
▲환경 변화는 항상 존재하는 변수이다. 우선 지금의 국내 정치 상황은 리스크이면서 동시에 기회요인이다. 좌우 대립의 극한상황이지만 이번 기회에 민주주의를 굳건히 하는 계기를 만든다면 기회 측면이 많아 보인다. 트럼프 시대의 재도래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문이 한미 동맹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 견제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다. 한국은 트럼프가 요구하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증액하면서 중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상하는 통 큰 전략이 필요하다.
-한미 방산 협력 체제 변화에 따라 K-방산은 어떠한 전략을 펼쳐야하나.
▲K-방산이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가성비가 우수하고, 교육훈련·후속군수 지원 등 패키지로 제공하는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부족한 재래식 전력이면서도 최첨단 기술이 융합된 첨단 무기와 장비들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한국은 경쟁보다는 상호보완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이 역할을 분담하면 환상의 협업이 가능하다. 양국의 국방 전력화는 물론이고 제3국에 공동으로 수출해 동맹 체제를 결속시키는 촉매 역할도 할 수 있다. 차세대 무기 개발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핵심 역량을 융합하는 공동 개발 방식을 취한다면 지속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는 윈윈전략이 될 것이다.
"K-방산, 당분간 NATO 주도"
-NATO 시장에서 K-방산의 입지는 어떤가.
NATO 시장은 당분간은 K-방산이 주도하리라고 본다. NATO 국가들이 방위산업을 재건하기 위해선 수년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설보다는 인력양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의 방산기술력이 국제 무기체계 표준화와 연결하는 현지화 전략에 성공하면 K-방산의 주도 기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K-방산은 핵심 기술 내재화 수준이 미흡하고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국가에 수출 시장의 편중도가 높다는 구조적 리스크도 있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어려움에 처해 있던 K-방산이 러·우전쟁으로 기사회생하고 있는 것이지 모든 면에서 K-방산이 완벽하진 않다. 핵심기술의 내재화를 위해선 엔진, 항전 시스템, 첨단 센서 등을 우선 국산화 대상으로 집중투자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선별적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수출 다변화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폴란드를 포함한 특정 시장을 선점하면서 자연스럽게 K-방산의 홍보가 됐다. 이러한 선점 효과를 발판 삼아 전 세계로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중·후진국의 경우 다양한 요구사항을 수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융통성 있게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현금이 부족한 나라를 대상으로는 그 나라의 수출 품목들과 구상무역하는 방식이나 제3국을 통해 우회 교역하는 복합무역 방식을 적용해 방산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다. 방산수출을 방산업체만의 영역에서 국제 무역업체의 업무영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리스크를 완화하면서도 기업참여는 장려할 수 있도록 G2G 방식의 기업 자율형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후발국에 대한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단순히 살상 무기를 파는 죽음의 상인이 아니라 국가의 독립성과 안보를 보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는 전략을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후발국들에 대한 기술이전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6.25 한국전쟁 시 우리를 도왔던 나라들에 대해서는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도와줘야 한다. 힘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선진강대국들과는 이런 측면에서 차별화해야 한다.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는 감성적 접근을 통해 그들을 감동시킬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안으로는 기술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 투자를 하고 밖으로는 후발국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통 큰 감성 전략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작업이 필요한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국방위산업기술진흥원(KOTI)에 따르면, 필수 전력에 대한 국산화율을 20% 증가시킬 경우 10%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60~70%의 외국 의존도를 약 40%까지 줄일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한국방위산업기술진흥원(KOTI)는 기술기획서를 작성해 필수 기술을 선별한 후, 정책적 판단을 통해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복합무역: 방산수출의 경쟁력을 높이고, 단순 수출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산수출과 함께 도로, 항만, 에너지 플랜트와 같은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결합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업 자율형 제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방산 수출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규제와 통제를 최소화하고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과 활동을 촉진하는 제도다.
"정치 리스크 명확한 계약 조건 설정해야"
-K-방산의 수출 계약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G2G 방식의 리스크 관리 방안은 무엇인가.
▲방산 계약은 정부가 지원하는 가운데 이뤄지더라도 계약은 업체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치적 변수가 계약을 파기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정치적 변수들이 계약 이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계약조건에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계약 이행을 어기게 될 경우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사항이 반드시 계약에 포함돼야 한다.
-기술 이전 장벽을 극복하고 국내 방산업체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 방향이 무엇인가.
▲기술이전은 방산 계약의 필수 조건으로 되고 있기에 피해 갈 수가 없는 현실이다. 어떤 기술을 이전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 준비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절대 이전해서는 안 되는 기술에 대해선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하고 이전 가능한 기술은 기꺼이 이전함으로써 수출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내 기술기업들의 생존과 직접 관련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방산 플랫폼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유지·보수(MRO)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무기 수출은 최초 플랫폼 수출도 중요하지만 20~40년에 걸친 운영·유지 기간의 유지·보수와 후속 지원 시장의 부가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매출의 중점을 최초 플랫폼 수출에 둘 것인지 아니면 운영유지 기간에 둘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도 중요하다.
"핵심 기술 국내에 보호, 비핵심 기술 해외 현지화"
-K-방산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 투자를 안정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금융구조 최적화 방안은 무엇인가.
▲금융구조 최적화가 필요하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연구개발(R&D)과 수출 금융을 지원하고, 민간 금융기관은 단기 유동성 공급에 집중하도록 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해서는 방산 채권 발행, 사모펀드 및 벤처 캐피털 유치 등 투자 다각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산의 긴 현금 흐름 주기와 수익 인식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회계적·재무적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나.
▲방위산업의 특성상 현금흐름의 주기가 길고 수익 인식의 불확실성이 있다. 이 때문에 회계적·재무적 리스크 관리 시스템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원가 초과 리스크를 사전에 줄이기 위해 철저한 프로젝트 관리와 리스크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현금 흐름 측면에서도 선수금 및 중도금 지급 조건을 개선해 현금 흐름을 안정화해야 한다. 글로벌 합작투자 리스크 관리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선 핵심 기술은 국내에서 보호하고, 비핵심 기술은 현지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며 시장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종합상사형 기업으로 방산수출 극대화"
-G2G 거래 시 변화되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국제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사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방산수출 협상 시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동안 방산 연구개발과 제조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했다면 앞으로는 국제무역, 금융, 기술 통제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협상을 하도록 시스템을 혁신하고 차별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K-방산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좀 더 전향적인 방안으로는 종합상사형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방산수출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종합상사형 기업이 바람직한 이유는 방산수출은 단순히 무기체계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국가 간 협력과 상호 이익을 창출하는 과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방산수출을 자원 수입과 연계한 복합무역 형태로 전환하면 방산 구매국이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한국은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양측의 상호 이익을 증대시키며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기여한다.
결론적으로 방산수출이 단순히 군사적 이익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외교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복합무역 전략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채우석
• 現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
• 前 조달본부(옛. 방위사업청) 차장
• 前 조달본부 외자부장
• 前 국방부 연구개발관
• 육사 2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