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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논란]1·2세대 재매입 절박…소비자들은 "아닌데…"

  • 2025.01.17(금) 08:05

'약관변경' 없는 초기가입 비중 절반 달해
신규 세대로 전환 없이 근본 개혁 어려워
재매입 카드 꺼낸 정부…실효성은 '미지수'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개혁방안(5세대 실손보험)을 만들게 된 문제의식 중 하나는 '보험료의 공정성'이다. 가입자 대다수는 보험료만 납부하고 소수만 보험금을 지급받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초기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 보장과 사실 상 자기부담금이 없어 의료 쇼핑 현상, 이른바 '도덕적 해이' 중심에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실손보험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정부가 원하는 실손보험 구조가 개선되려면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신규 세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정부는 '재매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동안 없었던 획기적인 방안이란 긍정적 평가도 존재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초기 실손 가입비중 44%…전환이 개혁 '키'

정부가 발표한 실손보험 개혁 방안에는 5세대 실손 상품 윤곽과 함께 약관 변경 불가 고객, 표준화 이전 1세대와 초기 표준화인 2세대 초반 가입자 등 초기 실손 가입자에 대한 대응책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약관변경(재가입) 조건이 없어 기존 약관이 100세까지 적용되는 초기 실손 가입자는 1600만건으로 전체의 44%에 달한다.

초기 실손 가입자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것은 이 세대에서 비급여 보험금 지급이 많은 까닭이다. 초기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을 보장하고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의료 쇼핑 부작용이 다수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전체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크게 올라가고 있다.

전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중 상위 9%가 전체 지급보험금의 80% 가량을 받아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초기 실손 가입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실손보험 손해율을 보완하려면 보험료를 18% 이상 올려야 하지만 가입자 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보험료 인상률을 7.5% 수준으로 설정했다는 게 업계와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초기 실손 가입자들의 세대 전환 없이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초기 실손은 공멸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 가입자가 20년 이상 됐다고 가정하면 50대 이상 중장년에서 고령층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의 경제 활동이 줄면서 높아진 보험료를 부담하기 어려울 수 있는 까닭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률을 제한했지만 경제 활동이 줄어든 초기 실손 가입자들은 보험료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공멸로 가는 구조라 이를 막으면서 보험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실손보험 개혁 필요성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재매입' 카드, 성공 가능성은

약관 변경이 불가한 초기 실손 가입자를 위한 대응책으로 금융당국은 재매입 방안을 꺼냈다. 가입자가 원하면 보험사는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보상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충분히 설명하고 숙려기간 부여, 철회권과 취소권 보장, 현행 실손으로 무심사 전환 등 보완장치를 검토하고 있다. 과도할 정도의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이와 함께 필요하면 법 개정을 통해 초기 실손에도 약관변경 조항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계약 재매입만으로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의 신규 실손보험으로 전환에 한계가 있거나, 재매입 효과 검증 후 필요시 법 개정으로 가입자 이익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초기 실손에도 약관변경(재가입) 조항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보험 계약을 재매입 하는 것은 국내에선 첫 시도다. 해외에선 보험사들이 재무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일부 국가(벨기에 등)가 시행한 경우는 있지만 보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 만큼 정부도 초기 실손의 신규 실손 전환이 절박하다는 의미다.

관건은 초기 실손 가입자들이 기존 보험 계약을 팔고 신규 세대로 넘어갈 만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느냐다. 

그 동안 비싼 보험료를 부담하면서도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은 가입자들 입장에선 비싼 보험료가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고령층에 진입 혹은 진입을 앞두고 있어 비급여 등 실손의 보장 범위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 초기 실손 가입자들 사이에선 그 동안 비싼 보험료를 부담해왔는데 이제와서 보장을 포기하고 신규 실손으로 갈아타는 것은 손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란 것도 걸림돌이다. ▷관련기사: 1·2세대 실손 강제전환 한다고?…벌써 '시끌시끌'(1월10일)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권고 보상 기준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 예측할 순 없지만 초기 실손 가입자들이 그 동안 냈던 보험료와 비급여 등 보장을 포기하고 신규로 갈아탈 만한 수준으로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신규 세대 실손이 더 나은 상품성으로 자연스레 전환해야 하는데 이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진행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도 서인석 로체스터병원 병원장은 "1세대 보험 재매입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 동안 실손보험 청구를 하지 않았던 가입자가 신규 세대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며 "금융당국 정책의 방향성은 타당할 수 있지만 현실 가능성에 대해선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보험료 부담이 큰 초기 실손 가입자 중 신규 세대로 전환한 가입자들이 유의미한 숫자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재매입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1·2세대에서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4세대로 전환한 경우가 있다"며 "병원 이용이 적은 가입자면 신규 세대가 나쁘지 않을 수 있어 초기 실손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수록 재매입 도입 시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에선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재매입에 응할 인센티브 등 기준이 아직 없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며 "당국 입장에선 계약 전환을 위해 센 방안을 꺼낸 만큼 제도개선 효과가 나타나려면 5세대 실손이 나오기 전 구체적 윤곽과 함께 도입이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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