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상환 강행을 두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롯데손보 측과 긴밀한 협의로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롯데손보의 이번 결정은 "보험사로서 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8일 롯데손보가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결정한 것에 대해 "법령에 따른 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롯데손보가 보험사로서 자본 적정성을 갖추고 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후순위채는 보험사 재무상황 악화 시 보험 계약자와 일반 채권자 보호에 문제가 없도록 손실흡수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대른 채권에 앞서 조기상환 하려면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후순위채는 채권이지만 특정한 경우 손실흡수에 사용될 수 있어 보완자본으로 인정되고, 롯데손보를 비롯해 다수의 보험사들이 보완자본 확충 방안으로 사용해 왔다.
현행 감독규정은 후순위채 상환 후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150% 이상인 경우 조기상환을 허용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에 원칙모형(금융당국 권고) 적용 시 작년 말 기준 킥스 비율이 127.4%로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후순위채 상환은) 법적 요건 충족이 우선이고 요건을 충족하면 당국이 상환을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상환을 강행하려는 의지를 보면 가시적 자본확충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을까 기대하고 있고 회사 측과 소통해서 필요한 자본확충 노력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롯데손보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자본확충 계획 등은 받지 못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특히 금감원은 후순위채 상환은 회사 고유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이뤄져 계약자 자산과 계약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는 롯데손보의 주장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고유계정 자금은 고객들이 맡긴 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비상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회사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금융업은 고객 자산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필요한 최소 자본을 갖추는 게 기본 조건으로 이를 갖추지 못하면 금융업을 영위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상환을 위한 법령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서 실제 상환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특히 공모 후순위채로 다수의 개인 투자자와 법인 투자 등이 얽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상환 하려면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하고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투자자 관련 정보 제공 등이 진행되는데 상환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예탁원에서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상환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순위채 투자자 입장에선 상환 일정 등이 중요한 정보인데 회사(롯데손보) 측에서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한다면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며 "이와 관련 (롯데손보의)추가적인 입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손보는 앞서 후순위채 채권자들과 상환을 위한 실무 절차를 거치는 중으로 수일 내 상환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킥스 비율 150% 미만이어도 예외적으로 후순위채 조기 상환을 허용하는 조건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후순위채 조기 상환을 위해선 단기적으로 킥스 비율 150%를 충족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자본확충 계획 등이 마련되고 진행 중인 가운데 (상환 후) 즉시 다른 자금이 들어오거나 상환 자금을 다시 메워서 단기간 내 150%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게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하는데 롯데손보는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어 예외 요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금융사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자본 부분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고 회사 측이 구체적인 자본확충 계획을 마련해 재무 건전성이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투자자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회사 측과 소통 노력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