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이 예상대로 무·저해지보험 계리적 가정 변경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4분기 500억원 이상 적자가 발생, 연간 순이익이 272억원에 그치며 전년보다 91% 급감했다.
보험업계에선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에서 강력 권고한 '원칙모형'이 아닌 '예외모형'을 반영한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예외모형을 선택했을 경우 원칙모형과의 차이를 상세 공시하고 금융감독원에 두 모형 적용시 차이를 정기 보고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금융당국에서도 롯데손해보험의 예외모형 적용 사유를 자세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당초 금융당국이 "각 사의 특성에 따라 예외모형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예외' 선택했지만 순익 급감한 롯데손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4분기 5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 분기 200억~4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빨간불로 전환했다. 이 영향으로 작년 순이익은 전년(3016억원)보다 91% 급감한 272억원에 그쳤다.
롯데손해보험의 실적 부진은 예상됐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무·저해지상품 해지율 관련 계리가정을 변경, 작년 4분기부터 적용토록 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표준형 상품과 달리 보험료 완납 시 해약환급금이 계단식으로 급증하는 무·저해지상품 특성을 고려해 계리 가정 원칙을 마련했다.
국내에서 무·저해지상품 판매를 시작한지 7년여에 불과해 해지율 등 관련 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계약자가 이성적인 투자자처럼 행동한다고 가정, 해외사례와 산업통계에 비춰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삼았다.
각 보험사들은 무·저해지상품에 대해 그 동안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리적 가정을 적용해왔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원칙모형이 가장 보수적인 형태여서 일부 보험사들은 큰 폭의 순이익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고,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롯데손해보험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원칙모형과 함께 예외모형(선형-로그모형, 로그-로그모형)도 제시했다. 이에 일부 보험사들이 예외모형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금감원은 이내 예외모형 선택 시 향후 검사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원칙모형 적용을 압박했다. ▷관련기사: "무·저해지보험 관련, 거역하면 내년 검사 1순위" 말바꾼 금감원(24년 11월11일)
그럼에도 롯데손해보험의 예외모형 적용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원칙모형을 적용했을 경우 롯데손해보험은 연간 순익이 전년보다 급감한 것을 넘어 적자 전환했을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판매한 상품 구조는 거의 비슷한데 회사별로 통계와 추정 방법에 차이가 있던 것"이라며 "원칙모형은 보수적인 구조인데 그 동안 여유있게 해지율 등을 산정했던 곳들이 원칙모형 적용 시 더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납득'시킬 키 포인트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권고에도 예외모형을 선택한 롯데손해보험은 또 하나의 큰 산이 남았다. 예외모형 적용 시 감사보고서와 경영공시에 원칙모형과의 차이를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예외모형에 대한 합리적인 채택 근거와 계리법인 외부검증 내용 등이 담기는 것이 핵심이다.
또 금감원에 두 모형 적용시 차이를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원칙모형과의 차이를 점검하고 계리법인에 대해서도 감리근거를 신설해 외부 검증의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현재 롯데손해보험은 외부 감사를 진행 중이고 금융감독원 역시 롯데손해보험에 대해 오는 5일까지 현장검사를 진행한다.
롯데손해보험과 관련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사마다 사정이 있을 수 있어 '예외'를 허용하는데 예외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원칙(모형)을 따르지 않더라도 그 회사의 특별한 근거가 충분히 설명되고 납득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예외는 안 되고 원칙은 된다는 기계적인 게 아니라 예외(모형) 역시 합리성과 관련된 세부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손해보험이 예외모형 선택 사유에 대해 금융당국을 납득시키려면 어떤 통계를 활용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무·저해지상품 계리가정 모형을 직접 제시했던 근본 원인이 상품 판매 기간이 짧아 충분한 통계가 쌓이지 않았다는 점인 까닭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상품은 통계적 충분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게 핵심"이라며 "외부 통계나 산업 전체 통계 등이 담보되는 게 중요해 통계가 충분한지 유의성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외모형이 (해당 회사에) 적합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통계 특성과 고객, 상품 차이 등을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에서 납득할 수준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보험 회계 관계자는 "예외를 허용해주지만 요건이 엄격하다"며 "무·저해지 상품은 판매 기간이 4~5년에 불과해 통계가 충분하지 않아 금융당국을 납득시키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