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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실손 개편' 두고 보험사 대변? 손사래 친 금융당국

  • 2025.04.03(목) 09:36

손해율만큼 보험료 올리는 대신 '제도 개편'으로
마이너스 마진 '미끼'로 팔고선…보험사도 책임
'관리급여' 포함하면 소비자 부담 줄어든다는데…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개편안이 보험사 이익을 대변한다는 여론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실손보험 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면서 질의응답지를 따로 만들어 해명에 나섰는데요. 

우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실손 개편으로 보험사 이익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많은 소비자가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실제 전날 금융위 브리핑 현장에서도 한 기자가 "보험사의 실손보험 관련 손해율을 줄이는 것이 금융위의 목표처럼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금융위는 이번 실손개편이 실손의 과다보장으로 인한 필수의료 기피 현상과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익 대변 절대 아냐" 금융위의 항변

이에 대한 근거가 무엇일까요? 금융위는 실손 개편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위한 것이었다면 어려운 제도 개선보다는 보험 원리에 맞게 '손해율만큼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은 중요하지요.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줄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면 안 될 일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재무 건전성을 위해서라면 어렵게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없단 게 금융당국의 설명입니다.

지금은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감독규정에 따라 위험구분 단위별로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연 25%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손해율 회복을 위해선 평균 17.6%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했지만, 실제로는 7.5%만 인상했습니다. 그 차이인 10.1%포인트(필요 인상률의 57.4%)의 손실을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이죠.

게다가 실손 보험에서 적자가 지속하자 2012년 이후 13개 보험사는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지금은 18개 보험사만이 실손보험을 판매 중이죠. 현재 과도한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는 상황에선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것도 이런 상황이고요. 

최대 이익 낸 보험사, 실손 손실 부담 왜 안하죠?

그럼 역대 최고 이익을 낸 보험사들이 이 이익으로 실손보험의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주 요인은 '자산 운용에 따른 투자이익 증가'입니다. 보험손익은 오히려 9000억원 감소했어요. 

금융위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보험손익에서 매년 적자가 발생하며 적립액이 적은 상품이라 투자이익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낸 적자가 1조6000억원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보험의 기본 원리는 같은 종류의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끼리 상호 부조하는 것입니다. 다른 보험의 이익으로 실손보험의 적자를 보전하는 것은 다른 보험계약자가 실손보험 계약자의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이치에 맞지 않죠.

다만 실손이 다른 보험 상품을 팔기 위한 '미끼 상품' 역할을 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어떤 업계든 마이너스 마진의 미끼 상품은 있기 마련이죠. A보험사 실손에 가입한 사람이 A보험사의 다른 상품을 가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요.

실제로 보험사는 가입 문의가 많은 실손보험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해 다른 보험 상품 판매를 권유하기도 했죠. 실손보험이 만년 적자이지만 보험사가 판매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무 자르듯이 보험손익을 나누기도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상품 설계 잘못해놓고…정부가 수습?

그럼 보험사가 상품 설계를 잘못해놓고 왜 정부가 보험사를 위해 개입하는 걸까요? 금융당국도 보험사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를 상품 설계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금융위 관계자는 말합니다. 정말 지금의 이런 의료 서비스 형태를 초기 실손보험을 만들 때 예측할 수 있었을지요. 예를 들어 피부과에서 피부 미용과 도수치료를 같이 받은 뒤에 실손보험금 청구를 하는 행위들을 예측할 수 없었단 이야깁니다.

현재의 실손보험 이용 형태를 상품 설계의 잘못으로만 돌리고 현 실손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나 국민의 보험료 증가 등의 폐해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항변입니다. 

비급여의 급여화…소비자 부담은?가입자들의 관심이 높은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비급여'인데요. 보건당국은 실손보험을 개편하면서 누수가 많이 발생하는 일부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하고 본인부담률 95%, 건강보험공단(건보) 부담률 5%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관리급여는 그동안 비급여이던 항목을 급여로 포함한단 의미입니다. 급여는 보건당국에서 가격과 치료횟수에 대한 기준을 정해줍니다. 예를 들어 도수치료는 얼마 정도가 적당하고 최대 주 몇 회 정도 받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것을 정해주는 거예요.

표를 살펴볼까요? 현재 도수치료 비용이 10만원이라고 가정해볼게요. 물론 비급여고요. 실손 보장 전 환자 부담 의료비는 10만원이 나와요. 그런데 1세대는 비급여 자기부담률 0%인 상품이 많죠. 그럼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실제 소비자 부담액은 0원이 됩니다. 

실손 개편 후를 볼게요. 도수치료가 급여가 됐죠. 도수치료 비용이 10만원인데 본인부담률을 95%로 설정하는 거죠. 그러면 원래 내야 되는 금액은 9만5000원입니다. 그런데 1세대 실손은 급여 자기부담률이 0%죠. 실제 1세대 실손에 가입한 소비자 부담액은 또 0원입니다. 

가장 최근인 4세대를 비교해 볼게요. 4세대는 비급여 자기부담률이 30%이니, 10만원짜리 도수치료를 받을 경우 실제 소비자 부담액은 3만원이 됩니다. 실손 개편 후에는 본인부담률 95%로 치료비가 9만5000원, 여기에 급여 자기부담률 20%를 적용하면 실제 소비자 부담액은 1만9000원입니다.

기존 가입자들은 관리급여가 도입되면 본인 부담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가격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 다를 수 있어요. 그래도 금융당국이 여러 가정을 펼쳐봤을 때 기존 실손 가입자에 대한 본인 부담은 줄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청사진으로 제시한 중증 환자 위주의 보상체계 강화, 과잉진료 억제라는 방향성은 좋다"라면서도 "그러나 새 실손의 세부적인 내용에서 중증 환자 위주의 보상체계를 강화한다면 급여 자기부담률을 4세대와 왜 동일하게 적용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실손 비급여 부분에서도 중증 비급여(특약1)의 경우엔 할인 혜택을 주고 비중증 비급여(특약2)는 할증이 돼야 경증 환자 일부의 남용 취지에 맞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비자들의 원성도 잦아들 것 같진 않습니다. 새 실손의 자기부담률이 오르는 것부터가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게다가 일부 과잉 진료 환자때문에 생긴 부담이 새 실손에 가입할 미래 세대의 혜택 축소로 이어진다는 것도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모럴 해저드를 제도로 해결하려고 하니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요.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손보험 개편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환자의 도덕성 결여와 이윤에 버려진 의료진의 직업윤리, 그리고 보험사의 이윤 추구가 맞물려 있는 문제"라고요. 보험업권뿐 아니라 의료계, 소비자들이 모두 엮여 있는 문제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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