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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논란]'제2의 건강보험' 어떻게 탄생했나

  • 2025.01.21(화) 08:05

(에필로그)
고령화·병원 이용 늘면서 건강보험 보완 민간보험
제3보험 규제 완화…손보사 중심 판매 확대
리스크 간과, 공격 마케팅…개선 때마다 논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돼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전에 부모님이 가입해두셨던 보험을 이어받아 꼬박꼬박 보험료만 납부하고 있었는데요. 대부분의 20~30대 젊은층들이 비슷할 겁니다.

이제라도 알아보니 가입한 여러 보험 중 다행히 실손보험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정부 개혁 대상의 중심인 1세대였습니다. 지금껏 병원을 다녀와서 보험금 청구를 한 적이 없으니 10년 넘게 보험료만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실손보험이 언제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면서 정부가 네차례나 뜯어고치려는 그 보험의 시작을 말이죠.

'건강보험 보완+보험규제 완화'로 탄생

2000년대 들어 국민들의 의료비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경제 발전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의료서비스 수요가 늘어났는데요. 자연스레 의료비에 대한 부담도 커졌습니다.

실손보험은 의료비를 지원하는 만큼 수요가 많았는데요. 일반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환자들은 '법정급여 환자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보험비급여 본인부담금' 등 치료비의 30~40%를 부담합니다. 실손보험은 치료비 중 환자가 실제 부담하는 본인부담금을 보전해 주는데요.

즉 공적 건강보험 부족분을 보완하는 상품으로 질병과 상해에 따른 입원·통원·처방으로 발생한 치료비 중 본인이 부담하는 실제 비용을 보험사가 지불해 주는 것이죠.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을 팔 수 있게 된 것은 보험 규제 완화와도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1997년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가 제3분야 상품(질병·상해·간병보장)을 겸영할 수 있도록 허용됐는데요. 

손해보험사들이 3대 질병 진단과 입원, 수술 등 다양한 담보를 저렴한 보험료로 공급했고 실손건강특약을 건강보험에 부가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고 합니다. 특히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특약 종류가 70가지가 넘고 입원과 통원 의료실비를 보장하는 실손건강보험 담보 인기가 높았는데요. 

2003년 이후에는 생명보험사들이 단체실손보험, 2005년에는 개인실손보험 판매가 가능해졌습니다.

실손보험, 급속 성장의 명암

금융당국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3578만건에 달하는데요. 전 국민의 3분의 2 가량이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실손보험이 빠르게 확산된 것은 수요와 공급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가입자들은 높은 의료비 부담을 건강보험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실손보험 선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보험사들 입장에서도 통합적인 보장 구조를 가진 상품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하나의 보험증권으로 모든 담보를 한번에 보장받을 수 있어 개별 보험상품을 따로 가입하는 것보다 사업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는데요. 통합보험에 실손건강 특약을 부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결과물인 셈이죠.

다만 실손보험 인기가 치솟을 당시에도 일부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은 실손건강 담보를 도입하지 않았는데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손해율 리스크를 경험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손보험은 보험사들에게 상품 판매 측면에선 매력도가 높지만 그 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평가입니다. 준 공공보험에 가까운 상품이 되면서 국민의 기초생활과 밀접히 연관되고, 건강보험 급여체계와 재정 상황, 정부의 물가정책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인데요.

정부가 실손보험을 개혁하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의료소비 과잉, 이른바 도덕적 해이 현상과 고령자의 의료비 증가 리스크 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 실손보험 구조를 개선해 왔음에도 이 같은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네 번째 개선안을 거친 5세대 실손 윤곽이 드러난 상태입니다.

지난 9일 진행된 실손보험 개혁과 관련된 정책토론회에서도 과거 보험사들이 공격적인 판매에 나선 후 이제와서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 등을 토로하며 구조 개혁을 요구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실손보험은 가입자(소비자)와 의료계(비급여 관리 등), 보험사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최우선 방향은 오랜 시간 보험료를 납부하며 앞날을 준비해온 가입자들이 손해를 입어선 안 된다는 점인데요. 실손보험이 제2의 건강보험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보험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모습으로 재탄생(?)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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