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바꾸면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주지만 친환경 선박은 보조금을 주나?
최근 만난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이 질문을 자문한 뒤 "없다"고 답했다. 그는 "자동차는 우리나라 수출과는 관계가 없지만, 배는 도와주지 않으면 수출 경제에 마이너스다"며 "그럼 누구를 먼저 해줘야 되나. 친환경 선박을 바꿀 때 보조금을 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탄소세가 올라가게 되면 현재 쓰고 있는 벙커유 비용이 2~3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양 부회장은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방법이 없다"며 "결국 국적 선대의 상당 부분이 경쟁력이 없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올 하반기 해상 운임 급락할 수도"
-지난해 해운업계를 정리한다면.
▲2024년은 아주 좋았다.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가 평균 2500선이었는데 전년(2023년) 대비 2.5배 올랐다. 유례 없이 좋았던 이유는 수요가 크게 늘거나 공급이 줄어서 라기보단 홍해 사태가 발생해서다. (홍해 사태 이후) 해운시황 분석 전문기관 클락슨 리서치 기준 전체 수송 수요가 18% 급증했다. 그래서 운임이 많이 올랐다.
-올해까지 분위기가 이어질까.
▲올해 트럼프가 취임하며 행정명령을 시작하면서 관세 얘기부터 할 것 같다. 중국에 60% 관세를 바로 부과하지 않고, 보편 관세 등을 10~20% 올리는 것을 착수해 나갈 것 같다.
그런 것들이 행정명령으로 통하는 것도 있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되는 것도 있다. 하반기쯤 되면 관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때문에 중국발 미국향 수입 물동량이 늘 가능성이 있다.
결국 고율 관세에 들어가는 하반기 이후부터가 문제다. 그때부턴 이미 프론트 로딩(선입 적재)으로 많은 재고도 쌓아놨을 거고, 관세도 높으니 중국발 미국향 물동량이 확 줄 가능성이 있다.
(선박) 공급은 계속 늘 거다. 2023년 8%, 2024년 10%가 늘었다. 올해도 5~6% 정도 본다. 3년 새 현존하는 선박의 4분의 1이 추가로 늘어나는 거다.
누적된 공급만큼 물동량이 늘지 않으면 (선대) 유지가 안 될 텐데, 고율관세 때문에 교역량이 준다고 할 때 더 심각해질 거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업황 부진이 이어지나.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는 전반기에 프론트 로딩이 있고, 고율 관세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미·중 간 무역 분쟁 생기게 되면 본격적으로 물동량이 주는 거는 2026년부터다.
해운협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작년 (물동량이) 5% 정도 늘고 올해는 약 2.8% 늘 것으로 예상했는데 2026년엔 5~6% 감소할 것으로 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수에즈 운하 길이 다시 열리는 거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정전 협정을 체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란에 후티 반군(수에즈 운하의 통행을 막은 무장단체) 문제에 대해 조용히 있으라 하면 이란은 그럴 수밖에 없다. 아니면 또 다른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올해 상반기에 수에즈 운하 통행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에 그렇게 되면 앞서 말한 18%의 수송 수요가 없어지는 거다.
올해 하반기부터라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큰 폭의 해상 운임 급락이 이뤄질 수 있다. 내년은 더 큰 불황이 올 수도 있다. 이게 우리가 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 시나리오가 맞아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시황은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2011년 장기 불황과 비슷하다. 2008년 이전에 엄청나게 많은 선박을 발주해 놓은 상태에서 공급 과잉이 되면서 수요가 확 떨어지는 구조적 공급 과잉을 경험했다. 이러한 구조적 공급 과잉을 해소하지 못하면 계속 불황이 반복된다. 웬만큼 수요가 다시 늘어나도 공급 과잉을 해결 못 하는 걸 구조적 공급 과잉이라 한다. 구조적 공급 과잉에 들어가게 되면 적어도 5년 이상 장기 불황이 지속된다.
"친환경 선박 보조금 줘야"
-국가적으로 수출입의 99.7%를 담당하는 해운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 금융과 보조금 사업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중소·중견 선사들은 특히 운전자본(기업이 단기적인 운영 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 중소·중견 선사들이 돈이 없으니까 전략 물자인 선박을 헐값에 팔 수도 있다. 그래서 배를 해외 등에 매각하지 말고 국내 기관에서 선박을 매입 후 선사에 재임대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세일앤리스백(Sale-and-Leaseback)을 캠코가 하고 있다.
캠코의 사업을 해양진흥공사로 확대해 (전략 자산의) 유출을 방지하고, 앞으로 매물로 나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 물론 순수한 의미의 유동성 지원도 해줘야 될 것이다.
-친환경 선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선박 금융 지원이 더 필요한 부분은 친환경 선박에 관련된 부분이다. 암모니아나 메탄올을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은 필수적으로 도입돼야 하지만, 이 연료들은 현재 벙커유 가격의 최소 3배 이상 비싸다.
기존 벙커유를 사용하며 탄소 배출 규제를 준수하려면, 부과되는 탄소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재 톤당 약 100달러 수준에서 시작한 탄소세는 앞으로 150~2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탄소세가 톤당 200달러까지 올라가면 기존 연료(벙커유) 사용 비용이 2~3배까지 증가해, 결국 암모니아나 메탄올 같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유리한 선택이 될 것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암모니아와 메탄올 연료가 벙커유 가격의 최소 3배 이상 비싸지만, 5~8년 후에는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기간 동안 탄소세는) 톤당 100~200달러 사이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벙커유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은 2~3배 증가할 거다.
전체 선박 운항비의 30~35%가 유류비인데 그것의 2배 주고는 못 다닌다. 지금은 (암모니아와 메탄올 연료가) 비싼 것처럼 보이는데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면 결국 국적 선대의 상당 부분이 경쟁력이 없어지게 된다.
-국적 선대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적 선대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다. 물류 대란을 여러 차례 경험했듯이 해외 시장에서 수요가 폭증하고 수출이 호황일 때 더 큰 문제로 나타난다.
예컨대 컨테이너 하나당 8000달러에 중국과 일본이 국적 선사로 수출할 때 우리는 (선박이) 부족해 중국이나 일본 선박을 쓰면, 컨테이너 하나당 8000달러짜리가 2만 달러까지 올라간다.
결국 피해는 우리나라 수출입 업계가 본다. 그래서 국적 선대를 경쟁력 있게 유지해야 된다.
-국적 선대를 경쟁력 있게 유지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배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선박을 계속 안고 있는 것 자체가 경쟁력 하락 요인이다. 지금부터라도 선박을 몇백 척씩 (친환경 선박으로) 바꿔줘야 한다. 비싸서 못 한다고 하기 때문에 보조금도 줘야 된다.
예컨대 전기자동차로 바꾸면 지자체에서는 보조금을 주지만 친환경 선박에 보조금 주는 게 있나. 없다. 더군다나 자동차는 자기가 타고 다니든 안 타고 다니든 우리나라 수출과는 관계가 없지만, 배는 도와주지 않으면 수출 경제에 마이너스다. 그럼 누구를 먼저 해줘야 되나. 친환경 선박을 바꿀 때 보조금을 줘야 된다.
우리(해운협회) 기준으로 보면은 2030년까지 한 600척 정도의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해야 되는데 우리 협회 조사에 의하면 그중에 절반 정도가 신조선이다. 전체를 다 신조선으로 한다면 적어도 50조 원이 필요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할 때는 한 90조원 정도 나왔다.
"시황 내릴 때 대출 책임 면책 받아야"
-천문학적인 금액을 어떻게 조달하나.
▲정책 금융기관의 한도를 늘려야 한다. 예컨대 해양진흥공사(KVCO)의 자본금이 현재 5조원이고 신용도 기준 최대 5배(25조원)까지 여신이 가능하다. 자본금을 10조원으로 늘리면 여신 한도를 최대 50조원까지 확대할 수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여신을 조금 늘리면 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러한 정책 금융 확대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필요하고, 타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실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정 당국의 해운업 지원을 위해선 설득이 필요하다.
-자금 조달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은 없나.
▲왜 돈을 안 빌려주려 주는지 얘기를 들어보면 해운 시황이 오르락내리락 해서다. 올라갈 때는 심사역이 돈을 빌려줘야 된다. 돈을 많이 빌려줘야 실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내려갈 땐 심사역이 돈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때 심사역이 대출을 일으키면 대출 책임을 개인(심사역)이 진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심사역이) 면책을 받아야 된다.
산업은행의 경우 정부가 산업경제장관회의 등에서 이 대출은 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지원으로 면책이 적용된다고 결정하면, 금융기관의 심사역도 책임 부담 없이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기관이 생긴 이래 (HMM 덕분에) 저렇게 많은 돈을 벌어본 사례가 없다.
이 같은 사례를 계속해서 이어가려면 스페셜 트랙을 만들어 (심사역 면책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게 하고, 산업경제장관회의에서는 규칙을 일반화해야 한다. 올해는 그거를 좀 만들 계획이다.
"부산항, 배후지에 부가가치 활동해야"
-항만공사와 해운협회 협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베트남에서 LA로 향하는 화물의 상당량이 싱가포르가 아닌 부산을 통해 환적한다. 우리 근해 선사들이 물량을 (부산으로) 끌고 와서 가져가기 때문이다. 근해 선사는 (항만이) 경쟁력 있게 만들어 주는 거다. 그러니까 항만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 해운사가 고맙기 그지없다.
근해 선사가 없다면 여기(부산항)가 이렇게 환적항이 될 수가 없다.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부산항을 환적 항만으로 만들어 놓은 공은 근해 해운사에 있다. 그런 부분에서 근해 선사가 부산항에서 받는 대접과 하역의 우선순위, 조건 등이 개선돼야 한다.
외국의 선사와 (대접이) 똑같거나 어떤 경우는 일종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는 잘못된 일이다. 개선이 돼야 된다.
부산항 자체가 세계 2위의 환적항으로 확정되려면 외국의 선사들이 모선-모선 환적(Mainline-to-Mainline Transshipment, 대형 컨테이너선 간의 화물 환적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CMA CGM과 같은 글로벌 선사가 일본으로 가서 환적하는 대신 부산에서 환적을 진행한다면, 그만큼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이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모선들이 왜 부산에 들어오는 이유는 두 가지다. △물량이 있어서 온 김에 환적하는 경우 △부산항의 저렴한 환적 비용 때문이다. 여기에 부산항은 또 하나의 방법이 있는 거를 못하고 있다.
-부산항이 못하고 있는 또 하나는 무엇인가.
▲부산항 배후부지에서 부가가치 활동을 해야 한다. 중국에서 가져온 화물들을 부산항 배후부지에서 가공해 미국으로 가져가면 100달러 받을 수 있는 것을 120달러로 팔 수 있다. 부가가치 활동을 항만 배후부지에서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항만을 찾는 이유가 환적이 아니라 부가가치 활동이 된다. 유럽으로 나가는 물동량이 왜 굳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느냐. 로테르담에서 독일까지 가는 1000km 이상의 과정이 전부 다 물류 단지다. 그게 전부 다 부가가치 활동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 부산항은 부가가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있는 곳은 창고하고 소위 항만의 펜스로 가려진 곳밖에 없다. 실상은 펜스를 걷어내고 그 뒤에 있는 많은 공장에서 부가가치 활동을 할 수 있어야 된다.
"AI로 물동량·운임 등 예측"
-인공지능(AI)이 해운 어떤 분야에 주로 쓰이나.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향후 시장·물동량·운임 예측이다. 시황에 대한 과거의 모든 데이터와 경제 상황·외적 상황을 넣어서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복잡한 변수에 대해 (최적화된 답변을)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KMI가 준비를 하고 있다.
효율적인 연료 사용, 정박 항만비 등 선박 운항 비용을 알려주는 것과 고장 주기 예측이나 부품 여유 재고 확보에 대한 최적화도 AI를 통해 할 수가 있다.
올해 우선 선사들이 갖고 있는 선박 운항 데이터만이라도 먼저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프로젝트를 이달 20일에 시작했다. 상반기 중에 (결과가) 나오게 되고, 그걸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2단계 3단계 해 나가려고 한다.
양창호
• 現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 前 제9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 前 국가정보원 물류보안위원회/항만보안위원회 위원장
• 前 세계 해운 연구기관협의회 의장
• 前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발전위원회 위원
• 서강대학교 대학원 무역학과 졸업(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