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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전쟁'에 韓 가전·차·배터리 '불똥'

  • 2025.02.03(월) 11:48

캐나다·멕시코 생산지점 마련 기업에 적신호
"중장기 전략 유연하게 대응" 방침 한목소리

/그래픽=비즈워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아가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 등 배터리 업계도 캐나다에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중장기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생산지 이전은 '신중론'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일부터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에 25%, 중국에 대해 10% 관세를 추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전까지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북미 수출의 최적의 입지로 꼽혔다. 국내 가전·자동차·배터리 기업이 캐나다,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 이유다.

이에 캐나다, 멕시코에 생산시설을 둔 국내 가전·자동차·배터리 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관세 부과는 시장 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번 추가 관세로 미국 시장에서 가격이 올라가면 국내 업체들의 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는 생산지별 제품 물량과 생산지 이전 필요에 대한 검토 등 유연한 생산지 전략 운영을 통해 통상정책 변화에 대응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TV), 케레타로 공장(냉장고·세탁기 등)에 생산 기지를 뒀다. LG전자는 몬테레이에서 냉장고, 오븐 등 가전을 생산하고 레이노사에서 TV, 라모스에서 전장 부품 등을 생산한다.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김창태 LG전자 부사장(CFO)은 "만일 관세인상 수준이 본질적인 공급망 구조의 변화를 필요로 할 경우 미국 내 생산시설의 운영 노하우 등을 활용해 생산지 이전 및 기존 생산지별 생산능력 조정 등 보다 적극적인 생산지 전략의 변화까지도 고려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생산라인 이전, 현지 생산 확대 등의 방안은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25% 올렸다고 해도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고, 관세 철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라인 이전 비용도 굉장히 많이 들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장 및 라인 이전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북미 생산지로 캐나다로 점찍은 배터리 업계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공장을 짓고 지난해 말부터 배터리 모듈을 양산 중이다. 포스코퓨처엠은 GM과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하고 캐나다 퀘백주에 연산 3만톤 규모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투자 기업들이 합작사를 설립하는 형태로 현지에 진출하는 등 판매가 보장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개별 기업마다 영향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생산된 제품에 대한 관세는 수입업자인 스텔란티스가 부담하는 구조다.

"기아 1조원 타격"에도 자신만만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아가 사정권에 들었다. 기아는 지난 2016년 멕시코 몬테레이에 공장을 짓고 연간 25만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모비스가 멕시코에서 모듈·램프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위아(엔진)와 현대트랜시스(변속기)도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라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기아가 이번 추가 관세 여파로 약 1조원 수준의 영업이익 하락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3년 기준 기아 멕시코 공장의 미국 수출 대수는 15만대로, 이는 미국 판매의 19% 비중"이라며 "25% 관세 부과시 1조원 타격이 추정되는데, 이는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의 7.8%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정부에 대한 정책적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실적 발표 컨콜에서 기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부과된 관세 만큼 추가 부담이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을 통한 회수, 생산지 조정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며 "수익성을 훼손할 정도의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행사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은 "우리의 역할은 어떤 정책이든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며 "시장 상황에 적절히 적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며 신중하지만 동시에 희망적으로 전망한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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