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현대차가 관세 폭탄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에 관세 부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산 자동차'로 자리 잡을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 강행 가능성 크다"
21일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에는 트럼프 내각 내에도 반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강경파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절차 없이 강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한 무역 정책이 아니라 외국 기업들에게 미국 내 공장 증설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카드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도 25% 관세 부과를 추진했지만 결국 실행되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무역 전쟁에 집중하면서 동맹국들을 자극하는 조치를 보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평다. 트럼프는 한층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를 내세우며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압박하고 있다.
한국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기아도 관세 폭탄을 피하기 어렵다. 작년 두 기업이 미국에서 판 차량 중 41.9%는 현지에서 생산되고, 나머지 58.1%는 한국 등에서 수입됐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의 가격표가 달라진다. 3만 달러(한화 약 4317만원)짜리 차량은 3만7500달러(약 5396만원)로 뛴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판매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미국산 자동차로 자리 잡는다"
현대차는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부과 유예를 두고 물밑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대외업무 담당인 성김 사장은 최근 재계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 워싱턴 출장길에 오른 상황이다.
현대차는 아직 관세 대응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미국과의 물밑 협상 테이블에서 조지아 공장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서도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조건으로 관세 부담을 완화하는 협상 전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올해 본격 가동되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생산량은 연 120만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현재 41.9%에서 최대 70%까지 확대될 수 있다.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하이브리드차(HEV) 등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차종을 중심으로 생산을 늘릴 수 있다. 현대차·기아의 작년 미국 판매량(170만 8293대) 중 친환경차 비중은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HEV 판매량만 22만2486대다.
미국 공장을 통해 IRA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현지 생산을 확대할수록 전기차 판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가 '현지 브랜드화'를 가속화하면 일본·유럽 브랜드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도요타·혼다·BMW·벤츠 등은 일부 모델을 미국에서 생산하지만 전체적인 현지 생산 비중은 현대차보다 낮다.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되면 이들 업체는 현대차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번 관세 이슈를 단순히 '방어'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관세 부담이 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높일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만약 현대차가 미국 내 생산을 70% 이상으로 늘리면 장기적으로 '미국산 자동차'로 자리 잡으며 브랜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