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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의약품 '관세 스톰'…양날의검 휘두르나

  • 2025.02.26(수) 08:10

미국 의약품 무역적자 167조원, 10년새 4배 증가
미국내 약값 인상 불가피해도 관세부과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의약품 관세를 한국을 비롯한 모든 수입국에 부과할지, 무역적자가 큰 유럽 등 일부 국가에만 매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약품 관세는 미국 입장에서 무역적자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동시에 물가상승, 의약품 수급 불안정 등의 문제를 촉발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아직 미국의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 수출한 의약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적용을 받지 않았다. 만약 한국이 관세 사정권에 놓이면 미국 내에 의약품 생산기지를 마련하지 못한 기업은 가격경쟁에서 밀려 매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의약품 관세...자국민 피해 키울 것"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의약품 관세부과 의사를 처음 밝힌 이후 연일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달 20일(현지시간)에는 일라이릴리,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으로 불러 미국 내에서 의약품 생산을 요구했다.

트럼프가 의약품 관세부과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비즈워치가 미국 인구조사국(United States Census Bureau)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의 의약품 무역적자는 1173억달러(167조8600억원)이다. 10년전과 비교해 약 4배 증가한 규모다.

대부분의 적자는 인도(10.0%)와 독일(8.0%), 이탈리아(7.1%) 등에서 발생하고 있었으며 한국은 이들과 비교해 미미한 편(1.8%)이었다.

트럼프는 이르면 4월 초부터 의약품 관세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관세를 모든 국가에 부과할지, 아니면 의약품 무역적자 폭이 큰 일부 국가에만 매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이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관세부과를 통해 얻는 것만큼이나 잃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 가뜩이나 높은 약값 인상을 부추기거나,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미국, 약값 낮추려다 오히려 비싸질 수도 

이는 자칫 트럼프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약가인하 정책과 배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해외 제약사가 미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유예기간을 준다고 해도 약값상승을 피하긴 어렵다. 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큰 중국, 인도 등과 비교해 미국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광범위한 의약품 관세 정책은 즉각적인 가격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주장해 온 의약품 가격 인하와 상충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인도 등이 국경을 폐쇄하며 의약품 공급난에 시달린 적도 있다. 갑작스러운 관세부과는 동일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병원협회(AHA) 등도 의약품 관세부과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진흥본부장(전무)은 "미국의 의약품 관세부과는 자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정책으로 미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뒷걸음질 칠 수 있다"며 "관세부과로 저가의 원자재 도입 등이 중단되면 의약품 가격 상승과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분명히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방위적 부과 가능성 높아"

이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부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보는 입장도 있다. 트럼프가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역적자 해소를 정책 우선순위에 두는 행보를 보이면서다. 트럼프는 취임 후 캐나다,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전무)은 "최근 트럼프가 다국적 제약사를 직접 압박하는 등 의약품 전면 관세부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주로 무역적자 때문으로 안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에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은 미국 내 생산거점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들고 결과적으로 의약품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의약품을 대신 생산해 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의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의 고심은 더 깊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미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며 국내공장에 대한 수요가 줄 수 있어서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CDMO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관세는 너무나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어 업계 내부에서도 실현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며 "정책의 세부내용이 확정되기 전이라 공식적인 대응입장을 말씀드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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