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상호관세 대상에서 의약품을 제외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관세가 부과되지 않아 국내에 생산 기지를 둔 신약개발사나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 관세 사정권에 직접 노출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우려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의약품 생산 자국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의약품 상호관세 면제
3일 오전 11시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112만원으로 전일 대비 6.6% 상승했다. 현지시간 2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발표한 상호관세 정책에서 의약품이 제외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날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적자가 큰 국가에 차등적인 상호관세를 매기는 내용의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에는 일본, 유럽연합보다 높은 25%의 관세율이 부과됐다.
하지만 이번 상호관세 대상에서 의약품은 제외됐다. 의약품 관세 부과에 따른 약가 인상, 의약품 공급난 악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국내 CDMO 기업은 트럼프 취임 이후 줄곧 관세 리스크에 노출돼 왔다. 관세가 도입되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세 부담이 적은 미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면서 국내 수요가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국내에만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국내에 생산거점을 두고 미국에 복제약이나 신약을 판매하는 제약사도 의약품 상호관세 면제에 걱정을 덜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필수의약품인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미국에 수출한 녹십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 당시 필수의약품의 생산을 미국으로 돌리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한 적 있어서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 2020년 대통령 재임 당시에 필수의약품 생산 자국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적도 있다.
트럼프, 의약품 자국생산 강조
의약품이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의약품 자국 생산 의지를 재차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차, 선박, 비행기 그리고 의약품을 미국에서 만들 것"이라며 "제약사들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들은 막대한 세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일라이릴리,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에 불러 미국 내 의약품 생산을 촉구한 바 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에서 의약품은 관세 부과를 피했으나 자국산업 보호에 적극적인 트럼프의 의중이 확인되었으므로 의약품 관세 부과는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은 실제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팜 등은 이미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중국, 유럽 등에 생산거점을 둔 경쟁사들이 동일한 상호관세 영향권에 놓이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상호관세 대상에서 의약품이 제외되면서 한숨을 돌렸으나 아직 관세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며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등의 국가도 영향을 받아 예상보다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