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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패닉셀 후폭풍' 바닥은 어디…자산운용업계, 긴급 점검

  • 2025.04.08(화) 16:03

블랙먼데이 국내주식형 수익률 -6%로 '뚝'
자금이탈 우려에 포트폴리오 점검·기관에 서한
미국 재정·통화정책 카드·관세 합의에 주목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직격타를 맞은 국내 증시가 연일 출렁이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긴급 펀드 점검에 나섰다. 기관들의 투매가 이어지지 않도록 자금을 빼지말라는 서한도 전달했다.  

이번 패닉셀의 근원은 경기침체 공포인만큼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운용사들은 '장기전'이 될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시행 유예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향후 국가간 합의와 미국의 통화정책에 이목이 쏠린다. 

문의 빗발친 운용사…서한 보내고, 펀드 운용 긴급점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운용사는 지난 7일 전략회의를 열어 펀드 포트폴리오를 점검했다. 또한 기관 등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장 분위기에 동요돼 자금을 빼지말라는 취지의 서한을 발송했다. 이 운용사가 서신을 보낸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이다. A운용사 임원은 "미국 S&P500의 낙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네 번째로 큰 낙폭을 보인만큼 현재 시장 상황과 전망을 리뷰하고 수익률 관리 방향을 담은 서한을 보내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운용사는 오는 11일 긴급하게 운용보고 소집했다. 각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향후 운용 전략을 재편하라는 지시다. B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하루종일 전화가 빗발쳤고 매니저가 갖고 있는 북(운용내역)별로 시장 전망,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C중소운용사 임원은 "실물자산 가격도 같이 빠지면서 연쇄적인 마진콜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까지 설명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많아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운용사들이 긴급 점검에 나선 건 시장 불확실성이 여느 때보다 확대되면서다. 한국증시는 지난 7일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로 급락했다. 코스피시장은 개장 직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결국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57% 하락하며 2300선으로 대폭 밀렸다. 코스닥지수도 5.25% 밀리며 651.30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곤두박질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국내주식형 패시브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66%를 기록했으며 국내주식형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은 -5.48%를 기록했다. 해외주식형 펀드도 -3.52%로 낮은 성적을 나타냈다. 

다만, 자금은 빠져나가지 않았다. 하루동안 국내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3260억원어치 늘었다. 실제로 이날 기관투자자들은 개인과 같이 매수로 대응하며 248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R의 공포' 확산에 장기전 준비하는 운용사들

간밤 미국 증시가 낙폭을 축소하자 국내 증시도 하루만에 반등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유는 관세정책 이슈가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 탓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작년 8월 블랙먼데이 때와 '완전히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에는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드' 물량의 청산이 이뤄지며 수급 이슈가 증시를 끌어내렸다. 반면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상호관세 카드가 증시의 주요 악재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무역상대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기업 펀더멘탈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테슬라 강세론자로 알려진 미국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와 애플을 관세의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으로 꼽으며 이 종목의 목표가를 대폭 내렸다.

테슬라의 경우 많은 부품과 배터리를 해외에서 공급받고 있어 비용이 상승할 뿐더러, 이번 관세 정책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사 미래고객 기반을 최소 10% 잃었다고 평가했다. 애플도 생산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치명타를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관세정책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뿐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물가 급등 속 경기침체) 공포로 번지고 있다. 

D자산운용사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처럼 시스템 문제가 생긴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번 상호관세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주식시장에서 기업이익을 훼손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만큼 가격에 전가를 못하면 그만큼 이익이 줄어들고 주주에게 배분되는 이익도 줄어는 셈"이며 "1분기 실적발표에 나오는 가이던스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자산관리(WM)전략 애널리스트는 "은행주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며 "실적 감소는 물론이고 팬데믹 때 처럼 아예 가이던스를 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포와 우려를 잠재울 '트럼프풋'과 '페드 풋'이 나올 때까지 증시는 냉온탕을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풋은 트럼프의 지수 하락을 막는 증시 부양책을 의미하며, 페드 풋은 연방준비은행(연준·Fed)의 선제적 금리인하를 가리킨다. 사실상 미국의 재정, 통화정책에 달렸다는 얘기다.

작년 12월 발표한 연준의 금리인하 횟수 전망 점도표는 4회에서 2회로 대폭 줄면서, 매파적 통화정책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관세 정책으로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자 연준이 금리인하 시기를 당기는 동시에 횟수를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35%에서 45%로 수정하며, 연준이 오는 6월부터 기준금리를 3차례 내릴 것으로 점쳤다. 

B운용사 매니저는 "관세이슈가 아직 해결된게 아니기 때문에 협상 차도를 봐야한다"며 "미국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언제든 양적완화로 돌리거나 그 속도를 조절할 카드를 갖고 있다는 것이 협상에 어떻게 작용할지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미국이 중국, 유럽의 가장 큰 수요를 가진 시장이기 때문에 합의를 할 수밖엔 없을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유화적 제스쳐가 나오면 시장은 반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D운용사 대표는 "이 정책이 미국의 장기적 전략인지 단순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쇼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선 기준점을 잡기도 어렵기 때문에 뉴스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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