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한번 잘못 샀더니~내 계좌는 눈물 바다야~♬"
"빨간 불빛 꿈만 같았네~파란 물결 속절 없구나~♪"
삼성증권이 지난달 11일 자사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트롯 뮤직비디오가 화제다.
공개 10일만에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는데, 마치 고객의 계좌를 들여다 본 것처럼 현실 투자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는 가사와 흥겨운 리듬이 호평을 받았다. 주가가 우상향 하는 행복한 투자를 꿈꾸는 이 뮤직비디오의 제목은 '우상향 인생'이다.
증권사에서 왜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을까 싶지만, 증권사들의 유튜브 영상 경쟁은 생각보다 매우 치열하다.

골드버튼 채널만 4개...222만 유튜버 삼성증권 업계 최대
대형사부터 중소형사까지 대부분 증권사들이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방치된 채널도 있지만, 상당수는 단순 보유에 그치지 않고, 실제 홍보효과를 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구독자 유치 및 유지를 위해 재정적인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구독자 100만명을 넘기면 유튜브에서 '골드버튼'으로 구분하는데, 증권사 중에서도 골드버튼 등급의 채널만 4곳에 이른다.
삼성증권 채널이 222만명으로 가장 많고, NH투자증권(투자로그인)도 207만명으로 구독자 200만명을 넘겼다. 구독자 200만이 넘는 유튜브 채널은 금융권에서 드문 사례다.
키움증권(채널K)과 미래에셋증권(스마트머니)의 구독자도 각각 171만명, 169만명으로 뒤를 잇는다.
그밖에 KB증권의 '깨비증권 마블TV' 채널이 구독자 54만명, 하나증권의 '하나TV'가 30만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며, 대신증권 '대신TV'(19만명), 한화투자증권(19만명), 신한투자증권 '알파TV'(18만명), LS증권 '이리온'(17만명), 한국투자증권(15만명), 유안타증권 '올라타유안타'(10만명)도 실버버튼(10만명) 채널로 꼽힌다.1만개의 영상과 1000번의 라이브방송...꾸준함 비결
삼성증권의 트롯 뮤직비디오가 신선한 기획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유튜브 특성상 이런 성과가 단번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삼성증권이 채널을 개설한 것은 유튜브 초창기인 2007년 3월이다. 지금까지 4800여개 영상을 올렸고, 채널 누적 조회수는 3억2000만뷰가 넘는다. 이른바 꾸준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숫자다.
실제로 삼성증권 유튜브 채널에 일주일간 업로드되는 영상 개수는 평균 29건에 달한다. 일반 채널의 경우 하루 1개 영상을 업로드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루평균 4건이 넘는 영상을 업로드 하는 셈이다.
2013년 5월에 만들어진 키움증권 '채널K'에 업로드 된 영상은 4월말 기준 9850개로 1만개에 육박한다. 영상 개수로는 증권사 채널 중 압도적 1위다. 구독자 1위 삼성증권의 갑절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적은 15만명의 구독자에도 영상개수는 7600개가 넘는다. 키움 다음이다. 미래에셋증권 채널 '스마트머니'에도 4200개 이상의 영상이 올라왔고, LS증권의 채널 '이리온'에도 3500개 이상의 영상이 업로드 됐다.

증권사들은 유튜브 라이브스트리밍 방송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통 하루 1회 혹은 오전 오후로 나눠 시장정보를 실시간으로 브리핑하는 방송을 내보낸다.
한국투자증권은 3000회가 넘는 라이브 경력이 있고, 키움증권도 2900회 이상의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미래에셋증권(1700회), 하나증권(1600회), 삼성증권(1100회), LS증권(1100회)도 라이브방송을 많이 하는 채널이다.커피쿠폰 3000장, 테슬라까지 걸고 구독자 유치 경쟁
꾸준히 영상만 올려서 100만, 200만 구독자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유튜브 자체의 알고리즘만 믿고 운영하기에는 노출이나 구독자 확보가 어려운 것이 유튜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적잖은 비용을 들여 자사 유튜브 채널 홍보를 하는 이유다.
삼성증권의 경우 유튜브 라이브방송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선착순이나 추첨을 통해 1000명~3000명에게 스타벅스 커피쿠폰을 뿌리는 이벤트를 종종 열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이런 1회성 이벤트 비용은 적지 않다. 덕분인지 삼성증권 채널 라이브방송에는 동시접속자가 평균 8000명이 넘는다.

다른 현물 경품 이벤트도 많다. NH증권은 구독 이벤트로 아이패드, 에어팟, 아이스크림, 치킨세트, 도서쿠폰, 네이버페이 등을 지급했고, 미래에셋증권은 구독자 경품으로 테슬라모델Y와 아이폰을 내걸기도 했다. 키움증권도 갤럭시버즈, CGV영화예매권, 신세계상품권 등 경품으로 건 구독자 이벤트를 수시로 열었다.

경품에 이끌려 온 구독자를 계속 붙잡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힘이 필요하다. 증권사 채널에는 투자 리포트뿐만 아니라 유명인을 출연시킨 예능형 콘텐츠, 웹드라마까지 다양한 기획성 영상이 수시로 업데이트 됐다.
삼성증권은 연예인 유인나씨를 대표 광고모델로 한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고, 신한투자증권은 배우 박병은, NH투자증권은 방송인 정혁이 고정출연하는 코너를 진행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박현주 회장이 직접 출연해 투자조언을 하는 영상으로 눈길을 끌었고, 키움증권과 KB증권은 MZ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소프트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한상희 글로벌리서치팀장이 만드는 해외주식분석 코너가 진성독자들을 이끌고 있다.'좋아요' 비율 1·2위는 한화투자, LS증권
유튜브 채널을 평가할 때 구독자수를 통해 단순히 외형을 보는 방법도 있지만, 재방문이나 좋아요, 댓글 등 소통을 많이 하는 진성구독자가 얼마나 되느냐로 판별하는 방법도 있다.
유튜브 채널 통계분석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구독자 순위로는 중위권인 한화투자증권 채널의 '조회수 대비 좋아요' 비율은 6.79%로 증권사 채널 중 가장 높았다. 역시 구독자 중위권인 LS증권(이리온)도 좋아요 비율이 6.17%로 높았다.
이밖에 KB증권의 깨비증권 마블TV(5.81%), 한국투자증권(5.05%)도 양호한 좋아요 비율을 보였다.
대부분 증권사 유튜브 채널은 2020년~2022년 사이 구독 프로모션 비중이 높았고, 2023년 이후에는 진성 구독자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로 분석된다. 최근 몇년 사이 이른바 MZ세대의 금융 및 미국주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유튜브 콘텐츠의 품질도 크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증권사들이 성공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채널이 상당한 규모로 커졌다면 콘텐츠 생산에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새롭게 유튜브 채널을 키워보려는 경우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덩치가 커진 채널들 역시 구독자수를 유지하기 위해 연일 구독 프로모션과 신규 콘텐츠 압박에 시달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을 좀 더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싶지만, 인력과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비용이 투입되면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손에 잡히는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진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