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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수입 의약품 25% 이상 관계 부과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가 이뤄지면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생산비용이 늘어나고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Sk바이오팜, 6개월 재고 확보…미국내 생산 가능
SK바이오팜은 21일 긴급 입장문을 통해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다양한 대응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준비해 왔다"면서 "미국 내 생산을 위한 준비를 이미 완료하여, FDA 허가를 받은 시설(CMO)에서 필요 시 즉시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4387억원이 팔렸다. 세노바메이트는 국내에서 원료의약품 제조 후 캐나다 CMO 업체에서 패키징 작업을 거쳐 미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수입 의약품 관세가 현실화되면 영향이 불가피하다.
SK바이오팜은 현재 미국 내 약 6개월분의 의약품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세노바메이트는 CMO 업체를 통한 외주 생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생산 대비 탄력적이고 빠른 대응에 유리하다"면서 "이미 전체 비용의 7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구조로 여타 국내 기업 대비 관세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옵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 "9개월 재고 확보…올해 영향 최소화"
셀트리온도 잇따라 대응책을 공개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의약품 관세 부과 가능성과 관련해 최적의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며 "의약품 관세 부과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 미국 내 판매분에 대해서는 이미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제품에 대해 1월 말 기준 약 9개월분의 재고 이전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관세 리스크 발생 이전부터 세 부담이 훨씬 낮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고 현지 위탁생산(CMO) 업체를 통해 완제의약품을 생산해오고 있다"면서 "협의를 통해 추가 생산 가능 물량도 확보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향방과 관련해 모든 상황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 셀트리온 이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녹십자, 대웅제약, 휴젤 등도 의약품 관세 부과의 영향권에 있다. 이들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담길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약품 관세에 대해 "25%나 그 이상이 될 것"이라며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며 의약품 관세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 이니셔티브(FII) 프라이오리티 서밋'에서도 "한 달 안에 자동차·반도체·의약품·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속도전을 예고했다.